만드는 공장에서 즐기는 공장으로

2015년 본예산 기준으로 약 7조9000억 원이 중소기업 지원에 사용되고 있다.

이 일부를 할애해 중견 혹은 중소기업의 공장 체험 시설 설치와 관련 홈페이지 운영으로 돌리면 어떨까.



김현성 일본 주쿄대 국제교양학부 교수

1972년생. 2009년 일본 도쿄대 경제학 박사. 2009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HK연구 교수. 2011년 일본 주쿄대 국제교양학부 교수.



한국의 청년 실업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인문계열 대학 졸업자 90%가 논다는 ‘인구론’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이와 역설적으로 많은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는 1082개의 산업단지가 지정돼 있다. 그중에는 입주 기업이 거의 없거나 공장 지역이라는 이유로 인근이 슬럼화된 곳도 있다. 공장들이 입주한 이들 지역의 공동화와 슬럼화를 막을 유인책은 없을까.

공장 내 부지 일부에 산업 체험이 가능한 테마파크로 꾸미는 방안을 제시해 본다. 기존 공장을 없애자는 얘기가 아니다. 가동 중인 공장의 유휴 공간에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그 공장 상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장을 만들면 어떨까. 예를 들어 경기도 포천에 떡볶이 소스를 만드는 우량 중견기업이 있다고 하자. 공장 안에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 소스 기계를 눈으로 보고 실제로 캐릭터 모양의 떡볶이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시설이다. 물론 시식 코너나 약간의 판매 시설까지 갖추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유사한 곳이 물론 있다. 현재 서울디지털산업단지란 명칭으로 바뀐 구로공단에 들어선 패션 아울렛이다. 정보기술(IT) 중심 첨단 단지로 변화 중이지만 예전 그곳에는 많은 의류 공장들이 입주해 있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일부 패션 기업들이 공장 내 부지에 아울렛 시설도 갖췄고 많은 쇼핑객으로 활기를 띠기도 했다. 그러나 판매에 주력했지 스스로 그린 그림을 프린팅하는 것과 같은 체험 시설은 거의 없었다.

체험은 어디까지나 무료 혹은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할 필요가 있다. 단기의 매출 증가보다 장기적 홍보 효과를 기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먹고 쓰는 상품을 만들어 내는 기계를 눈으로 보고 모형이나마 스스로 만들어 먹거나 입어도 볼 수 있다면 흥미를 느끼는 가족들이 많을 것이다. 주말마다 북적대는 대도시 인근의 테마파크와 같은 모습이다.

물론 중소기업이 이 시설을 설치, 운영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2015년 본예산 기준으로 약 7조9000억 원이 중소기업 지원에 사용되고 있다. 이 일부를 할애해 중견 혹은 중소기업의 공장 체험 시설 설치와 관련 홈페이지 운영으로 돌리면 어떨까. 시설의 운영은 공장에서 은퇴한 사람들을 활용하면 된다. 퇴직 후 새로운 일자리도 되고 젊었을 때 일했던 공장을 위한다는 보람도 찾을 것이다.

체험 가족들이 증가하면 그 주변은 주말에도 활력을 띠게 되고 주변 지역의 슬럼화 방지에도 일조할 수 있다. 어릴 때의 새로운 체험은 오래도록 남는다. 이들이 성장하면 “아! 그 공장”이라는 애착도 생기고 그 기업의 팬이 될 수도 있다. 프로 스포츠팀이나 아이돌 그룹만 팬클럽이 있으라는 법은 없다.

주말마다 자녀를 데리고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하는 가장들이 많다. 유명 관광지나 대형 테마파크에 가서 교통난이나 바가지요금에 진절머리를 치고 돌아올 때가 많다. 외국 기업이 운영하는 모 직업 체험관은 비용도 적지 않고 대기 시간도 길다. 멀리 떠날 필요가 없다. 가까운 곳에서 산업 체험이 있다면 기꺼이 그곳으로 발걸음을 할 것이다. 산업 현장을 보고 직접 만드는 체험까지 할 수 있다는 교육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기계 작동과 원리를 설명해 주는 퇴직 엔지니어 할아버지들의 열성적인 설명 앞에서 눈동자를 반짝이는 어린이들이 보고 싶다. 장수하는 한국 중소기업의 미래상을 그려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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