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우대해야 전세난 해결된다

종부세·전세금 과세 등이 전세 시장에 악영향…올가을 이사철 전세난 재현 우려


지난 몇 달간 주택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 1분기 월평균 거래량은 지난 9년간(2006~2014년) 평균치를 훌쩍 뛰어넘었는데 수도권은 42%, 지방은 13%가 더 늘어났다.

이런 거래량의 증가는 누군가가 꾸준히 사고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가 꾸준히 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지역에 1만 건의 주택 거래가 있었다면 주택을 산 사람도 1만 명이 있지만 주택을 판 사람도 1만 명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현 시장 상황에서 집을 사는 사람은 누구이고 파는 사람은 누구일까. 여러 가지 정황상 현재 시장의 주력 매수 세력은 전세난에 몰린 실수요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집을 파는 사람은 누구일까.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일부 1가구 1주택자들이 집을 팔고 무주택자가 될 수도 있지만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증거 중 하나가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 추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전체 임대차 계약 중 월세 계약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아파트를 기준으로 2012년 25.7%였던 월세 계약이 2013년 31.9%, 2014년 33.8%로 점점 높아져 왔다. 그러면 아파트 시장에서 월세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수요자인 세입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원금 손실이 없는 전세를 선호하지 월세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렇게 수요자 측면에서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것은 공급자인 집주인이 전세로 놓기보다 월세로 계약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임대 시장에 월세 매물이 넘치지만 전세 매물이 귀해졌던 것이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한몫
그런데 다주택자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점점 더 선호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에서 점점 전세가 사라지는 것은 전세를 줄 때 생기는 이득이 월세를 줄 때 생기는 이득보다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 몇 년간 전체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졌던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저금리 상황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는 근거가 없는 얘기다.



<그림1>이 이를 명확히 나타내고 있다. 월세 비중이 2014년 1~7월까지 전년(2013년) 같은 기간보다 더 높아지는 추세였지만 8월 이후는 오히려 낮아진 것이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의 금리는 상반기보다 낮았다. 저금리 때문에 전세가 사라지고 있다면 금리가 인하되면 전세가 더 없어져야 하는데 반대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그러면 시중에 전세가 늘어나는 것은 어느 때일까. 그것은 금리가 올라갈 때가 아니라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승하는 시기다.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올라가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는 사람, 즉 다주택자들이 늘어나면서 임대 시장에 자연스럽게 전세 물량이 쏟아진다. 전세를 끼고 사면 월세를 끼고 살 때보다 같은 돈으로 여러 채를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1년에 매매가 상승률이 2%를 넘어서면 월세로 계약하는 것보다 전세로 계약하는 것이 다주택자에게 더 유리하다.

<그림1>에서 전년 동기 대비 월세 계약 비율이 많이 떨어진 시기, 다시 말해 전세 계약 비중이 높아진 시기는 작년 9월과 10월 그리고 올해 1월이다. 작년 9월과 10월은 9·1 조치가 발표된 직후였고 올해 1월은 부동산 3법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다. 이런 정책 변화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전세를 끼고 집을 샀기 때문에 전세 계약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2월 이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수그러들면서 다주택자들이 시장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고 이에 따라 전세 공급이 끊기면서 월세 계약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올가을 이사철, 전세난 재현되나
이런 현상은 임대 시장에 그대로 영향을 주고 있다.

<그림2>는 전월 대비 전국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을 나타낸 것이다. 2007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지난 8년간 월평균 전셋값 상승률은 0.48%다. 그런데 작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7개월간의 전세 동향을 살펴보면 평균치 이하의 상승을 보여 왔다. 같은 기간 동안 가을 이사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셋값 상승이 미미했던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이 기간 동안 시장에 전세 공급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과거보다 전셋값이 적게 오른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올 들어 2월부터 깨지기 시작하더니 3월에는 작년 3월보다 1.0% 포인트나 전세 계약 비중이 낮아졌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사지 않게 되자 전세 공급이 줄어들면서 <그림2>처럼 전셋값 상승률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말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올가을 이사철에는 전세난이 재현될 수 있다는 뜻이다. 주택 보급률이 아무리 높아져도 여러 가지 사정상 집을 살 수 없는 계층은 존재한다. 선진국도 전체 가구 수의 30%는 무주택자다. 한국은 공공 임대주택의 비중이 낮기 때문에 민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들 무주택자에게 전세를 공급하는 사람들이 바로 다주택자인 것이다.

결국 다주택자들에게 한 채보다 두 채, 두 채보다 세 채를 사게 할 때 시장에 전세 물량이 많이 공급되는 것이다. 월세를 끼고 한 채를 사는 것보다 전세를 끼고 여러 채를 사는 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다주택자들이 인식하는 순간 시장에는 전세 매물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고 그런 현상이 앞서 언급한 통계치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다주택자들이 집을 사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무엇일까. 가장 큰 것은 종합부동산세와 3주택 이상 전세금에 대한 과세 제도다. 재산이 있으면 재산세가 부과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여러 채를 가지고 있으면 징벌적 성격의 세금을 더 내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종합부동산세다. 주택 보급률이 낮았던 10년 전에 생겼던 악법이 지금까지 매매 시장 및 임대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둘째 장애물은 다주택자에 대한 전세금 과세 제도다. 전세는 그 자체로는 수익이 생기지 않는데, 전세에도 임대 소득세를 걷겠다는 것이다. 이러면 어차피 과세 대상이 된 것을 월세로 돌리자는 임대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런 악법들이 모여 시장에서 전세를 몰아내고 있는 것이다.

전세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전세 수요를 줄이거나 전세 공급을 늘려야 한다. 전세난에 몰린 실수요자들이 전세에서 매매 시장으로 돌아서게 하는 것이 전자에 대한 대책이라면 후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다주택자에 대한 우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차별을 없애 시장에 전세 물량이 많이 공급되게 하는 정책 방향이 바로 그것이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