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뒤집어야 살아남는다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작은 기업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안자이 히로유키 지음┃이서연 옮김┃비즈니스북스┃264쪽┃1만4000원

기업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해 주는 커뮤니케이션은 이미 과거의 방식이 돼 버렸다. 이런 환경에선 규모의 경쟁에서 시장을 선점한 대기업이 트렌드를 이끌었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자신의 의견과 니즈를 다양하게 표출하는 소비자들이 전면에 나서게 됐고 비즈니스의 패러다임도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대기업이 주도하던 시장은 사라지고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에 맞춘 신속한 대응이 중요해진 것이다. 작고 빠를수록 유리한 시장은 규모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던 작은 기업들에는 더 없이 유리한 환경이 됐다.

10년 넘게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활약한 저자는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서 기업의 흥망성쇠를 생생히 목격하고 마침내 살아남아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어 가며 이윤을 내는 강소기업들의 성공 노하우를 발견해 냈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해 시장이 변화하는 시대에는 기존의 영업 방식이나 경쟁력만으로 성장할 수 없다. 저자는 ‘새로운 생각’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말한다.

통계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99.7%, 유럽 기업의 99.8%, 미국 기업의 99.9%가 중소기업이다. 전 세계 기업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셈이다. 하청기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계단이라는 단일 품목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한 제조 기업 린탈, 모든 정보를 사원에게 공개하고 경영 이념과 비전을 공유해 최고의 기업으로 거듭난 마케팅 서비스 기업 허브스팟, 직원의 행복과 지역 발전을 중시하는 윤리적 경영 이념으로 세계 1등이 된 의류 기업 브루넬로 쿠치넬리, 폐쇄적이던 업계 분위기를 단번에 오픈 모드로 바꿔 세계의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은 개발 업체 그랩캐드 등의 이야기는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에서 성장을 거듭해 온 기업들의 공통된 생각을 만나게 해 준다.

히든 챔피언으로 평가받는 18개 기업의 경영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저자는 공통된 네 가지 성공 키워드를 발견했다. ‘디자인·룰 메이킹·오픈·로컬’이다. 상품의 외양만 생각하는 디자인에서 벗어나 조직 이념과 사회 현상 그리고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까지 담아내는 새로운 ‘디자인’ 개념이 소개된다. 규칙 없이 형성되지 않는 시장에서 룰 메이커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오늘날 개방성, 즉 ‘오픈’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됐다. 전에 없던 협업을 통해 더 큰 발전과 시장을 만들어 낸 사례는 어떻게 오픈을 이용할지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너도나도 세계화를 외치지만 실제로 작은 규모의 기업들이 활동을 펼치는 데 로컬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언급한다.





이종우의 독서 노트
‘잠실동 사람들’
그들만 아는 제국의 꿈

정아은 지음┃한겨레출판사┃464쪽┃1만3500원

위로 15명, 아래로 9명이 비슷한 모습으로 누워 있다고 생각해 보자. 정말 끔찍한 일일 것이다. 이 닭장 같은 공간이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주거지인 아파트다. 외국에서는 주로 중산층 이하 사람들이 살지만 한국은 계층과 상관없다. 아파트가 사랑받는 공간이 된 것은 각종 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주택을 공급할 돈이 없었던 정부가 필요한 공원, 도로 정비를 아파트 사업자들에게 떠넘겼다. 결국 입주자들의 부담이 됐지만 그래도 아파트는 한국에서 기반 시설이 가장 잘 조성된 곳이 됐다.

교육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욕망은 끝이 없다. 조기 유학 바람이 불자 가족이란 최소 사회 단위를 해체하면서까지 그 대열에 뛰어들었다. 학문을 통해 입신양명해야 한다는 유교 전통에 대학이 신분 상승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수단이라는 경험이 더해지면서 거대한 사교육의 장이 만들어졌다.

아파트와 교육열이 결합되면서 교육 특구가 탄생했다. 강남이 그곳인데 대표적인 동네가 대치동이고 잠실도 한몫했다. 이곳의 집값은 교육 인프라에 의해 결정됐고 모인 사람들은 차단벽을 쳐 배타적인 동네로 만들어 버렸다.

소설에는 다양한 인물이 나온다. 불광동의 집을 팔아 잠실에서 전세로 버텨 나가는 사람. 이는 탈락 1순위다. 변호사·의사 같은 고소득 전문가가 있는가 하면 뭘 하는지 모르겠는데 돈은 많은 사람까지 다양한 군상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잠실을 고집하는 이유는 자신이 잠실에 살 정도라는 만족감과 교육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잠실 아파트는 주거의 공간인 동시에 배제의 공간이었다.

잠실 덕에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가사 도우미, 학원 강사, 과외 교사가 나온다. 심지어 학비를 벌기 위해 유부남과 교제하는 여대생도 있다. 가장 특징적인 인물은 과외 교사 김승필이다. 공사장 인부였던 아버지가 추락사한 후 강남의 빈 땅에 무단으로 농사를 짓고 살던 어머니 밑에서 컸다. 지금의 삼성동 일대를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면서 목숨은 부지했지만 항상 가난했다. 잠실 속에 있지만 잠실이 버린 인물이다. 잠실은 둘로 나뉜다. 과거가 사라진 곳과 과거에 머물러 있는 곳. 한쪽에는 부가 넘치지만 다른 쪽에서는 주차를 위해 매일 전쟁이 벌어진다. 그래서 잠실은 불편한 땅이다. 인간은 자기가 일궈낸 결과물을 후세에게 넘겨주는 유일한 존재들이다. 지금도 잠실은 꿈꾸고 있다. 상속된 영원한 제국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Iibks.com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모험
필립 코틀러가 쓴 50권이 넘는 방대한 책들 중 가장 독특한 책으로 그의 자서전이다. 그동안 어디에서도 이야기한 적 없는 가족과 자신의 인생을 방대한 사진과 함께 속속들이 보여준다. 그가 살아온 역사, 가족, 친구, 전공 선택, 마케팅 이론에 관한 철학은 물론이고 가난, 평화, 종교, 국가, 공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회 마케팅, 행복까지 그가 ‘마케팅으로 본 모든 세상’을 고스란히 담았다. 저자는 마케팅을 하나의 학문으로 만든 사람으로 ‘마케팅의 아버지’가 자신의 삶과 마케팅의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필립 코틀러 지음┃방영호 옮김┃다산북스┃348쪽┃1만6000원



제자리로 돌아가라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보좌관과 영국 대사를 지낸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칼럼집.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발생한 직후부터 2014년 말까지 꾸준히 써 온 글들을 책으로 엮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 지배 구조와 개헌, 대북 정책, 사회질서와 생활문화, 보상·유인 체계 등 정치·사회 이슈부터, 금융 위기와 경제, 고령화와 부동산, 경제 민주화, 중소기업 정책, 공적연금 개혁, 중국 경제 등 다양한 경제 이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과제들을 분석하며 대안을 제시한다.

조윤제 지음┃한울아카데미┃448쪽┃2만8000원



사람을 품는 능굴능신의 귀재 유비
중국 국영방송 CCTV가 ‘고급 지식의 대중화’를 모토로 기획한 인기 인문학 프로그램 ‘백가강단’에서 저자가 강연한 ‘삼국지’ 인물 강의의 유비편을 엮은 것이다. 저자는 중국 매체가 선정한 대륙 10대 명강사 가운데 한 사람으로, 관리학 박사이며 기업 관리 이론 및 팀장 리더십, 인력 자원과 중국 고전 관리 사상의 전문가다. 그의 ‘삼국지’ 인물 강의 시리즈는 중국 인문학 고전 강의의 정수로 불린다. 숱한 패배에도 굴하지 않고 위기를 극복해 기업(基業)을 일으킨 유비만의 위기관리 책략을 살펴본다.

자오위핑 지음┃박찬철 옮김┃위즈덤하우스┃452족┃1만6000원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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