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중소형 화학 3사 비밀은

한솔케미칼·국도화학·영보화학 등 호실적…‘과점 효과’ 톡톡히 누려

최근 경쟁력 있는 중소형 화학 기업들의 경영 실적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화학 기업의 원료, 즉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한솔케미칼·국도화학·영보화학 등 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기업들은 실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가 크게 오르며 신고가를 연일 돌파하는 중이다.

중소형 화학 기업 중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기업은 한솔그룹 계열사인 한솔케미칼이다. 한솔케미칼의 주가는 최근 3개월 새(5월 20일 종가 기준) 4만7000원에서 7만9900원까지 무려 75% 정도나 빠르게 치솟았다. 이 가격은 최근 1년은 물론 5년 내 최고가다.

한솔케미칼의 주가 상승은 가파른 실적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솔케미칼은 전자 재료용 과산화수소 시장에서 OCI와 SEPK(에보닉·SKC 합작회사)와 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한솔케미칼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1%와 115% 늘어난 883억 원, 119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1분기 영업이익은 과거 4년간의 평균 영업이익률 8.0%를 크게 넘어 13.4%에 달하는 창사 이후 최대 수익성을 보여줬다. 김동원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및 액정표시장치(LCD) 라인의 증설 효과 그리고 기초 원재료의 공급과잉에 따른 원재료 가격 인하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솔케미칼은 2분기에도 최대 실적 달성이 기대된다. 현대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17% 늘어난 141억 원을 예상했다. 이는 2015년 상반기(260억 원)에만 전년(282억 원)에 벌어들인 연간 영업이익과 맞먹는 이익이다. 또 메리츠종금증권은 영업이익 137억 원을 예상했다.


반도체 재료 사업 분야 쑥쑥 크는 한솔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이렇게 전망하는 이유는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등에서 과산화수소 주문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적자가 지속되던 중국 법인 역시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박유악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공장은 중국 내 LCD와 반도체 공장의 가동률 상승에 비례해 실적 증가세가 나타날 것이고 앞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삼성전자 평택 공장 건설이 완료되면 실적이 더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반도체 공장의 가동률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라며 “관련 소재 기업 역시 3분기부터 이를 출하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올 연말이 될수록 실적 개선세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솔케미칼의 실적 상승은 단순히 ‘과점’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한솔케미칼은 지난 수년간 고부가가치 제품인 ‘프리커서’ 제품 개발에 꾸준히 노력해 왔고 이에 대한 결실을 보는 중이다. ‘탄소섬유’의 전단계라고 할 수 있는 프리커서는 현재 매출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진화된 반도체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재료다. 특히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고 다품종 소량생산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생산 확대 시 한솔케미칼의 수익성을 더 높여줄 수 있는 제품이다.

국도화학과 영보화학도 올 1분기 좋은 실적을 낸 중소형 화학 기업이다. 국도화학은 지난 4월 28일 올 1분기에 매출액 2447억 원(전 분기 2545억 억 원), 영업이익 174억 원(81억 원), 순이익 121억 원(55억 원)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분기 사상 최대 실적으로 전 분기 81억 원과 전년 동기 102억 원 대비 각각 115%와 71% 급증했다. 이는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평균치인 128억 원에 비해 36%나 더 오른 수치다.

이 회사는 에폭시 스프레드(원료와 제품 가격 차이) 강세가 수익을 끌어올렸다. 국도화학은 블루큐브(시장점유율 18%)에 이은 세계 2위(17%) 에폭시수지 기업이다. 유안타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에폭시 스프레드는 전 분기 1052달러에서 1분기에 1217달러로 높아졌다. 에폭시 판매 가격은 2630달러로 전 분기에 비해 152달러 하락했지만 원료인 비스페놀에이(BPA) 가격은 237달러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에폭시 생산량이 세계 수위권인 국도화학의 실적이 급상승한 것이다. 그 결과 이 회사의 주가는 3개월 전(2월 23일 종가 기준 4만150원)에 비해 60%(5월 20일 종가 기준 6만200원)나 치솟았다.



에폭시수지는 도료나 토목건축용 접착제 등 기초 소재에서부터 반도체 봉지제, 플라스틱 보강제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특히 에폭시수지는 페인트를 칠한 후 그 위에 덧칠하는 코팅용으로 많이 쓰인다. 당연히 건설 성수기에 들어가는 2분기에는 에폭시수지의 수요가 증가한다. 이동욱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도화학은 40년 이상 에폭시수지 제조 및 판매에 집중하면서 단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며 “지난 4월에도 경쟁사들의 네덜란드·체코·미국 공장 등의 정기 보수로 물량이 몰렸고 2분기와 3분기는 에폭시 시장의 계절정 성수기여서 앞으로 영업 환경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4만 톤 정도만 생산량을 늘리면 블루큐브케미컬을 제치고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설 것”이라며 “연구소 건설 등을 통한 연구·개발(R&D) 확대로 앞으로 마진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유가로 마진 크게 늘어나
영보화학도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602.7% 늘어난 57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액은 401억 원으로 2.53%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41억8300만 원으로 7458.6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올 초 4000원대를 오가던 주가는 6000원 대까지 치솟았다.

영보화학은 국내 최대의 가교발포폴리올레핀폼 전문 제조 회사다. 영보화학은 이를 활용해 자동차 내장재, 건축용 보온재, 건축용 층간 소음 완충재, 정보기술(IT)용 LCD 간지, 산업용 에어컨 배관재 등의 제조, 판매 사업을 하고 있다.

환경 친화적 소재 가교 발포는 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자동차 내장재의 주요 거래처는 현대차·기아차·쌍용차·르노삼성 등이고 이 거래처에서 생산되는 주요 차량에 천장재와 도어 완충재 등을 적용해 판매하고 있다. 특히 층간 소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영보화학은 건자재 주요 업종으로도 분류됐다. 층간 소음으로 이웃 간에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토교통부의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층간 소음 문제도 같이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에 영보화학의 제품도 더 팔리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 대한유화·성보화학 등의 중소형 화학 기업들도 최근 분위기가 좋다. 대한유화는 3개월 전(3월 23일) 7만9600원이었던 주가가 5월 20일 종가 기준 16만2000원까지 올랐다. 대한유화의 주가가 10만 원을 넘긴 것은 2012년 3월 이후 3년 만이다. 대한유화의 주력 제품은 플라스틱의 원료인 폴리프로필렌(PP)과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합섬 원료 중 하나인 폴리에스터의 부재료 에틸렌글리콜(EG) 설비를 새롭게 가동하기 시작했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존엔 합성수지와 부제품의 매출 비중이 99%로 제품군이 단순해 이익 변동성이 높았다”며 “하지만 신규 사업을 통한 체질 개선으로 실적의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레핀 시황 호조로 HDPE·PP 스프레드(원자재 가격과 판매 가격의 차이)도 견조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작물 보호제를 생산하는 성보화학은 ‘통 큰 배당’이 부각되면서 3개월 전 3만8200원이던 주가가 5월 20일 종가 기준 5만7200원까지 급등했다. 지난해 보통주 주당 1500원을 현금 배당했던 성보화학은 올해 2000원으로 배당을 늘렸다. 시가 배당률은 4.6%에 이른다. 개선된 실적이 배당금 상승을 뒷받침했다. 성보화학은 지난해 영업이익(53억 원)이 전년 대비 40%, 당기순이익(46억 원)은 32.5% 늘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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