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어떻게 성공했나

공유경제 모델 승승장구의 비밀…새 서비스·재활용·크라우드 소싱


한국에 진출해 있는 우버(Uber) 테크놀로지 코리아가 지난 3월 6일 “우버에서 실행 중인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엑스’를 한국에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버 엑스는 차량을 가진 운전자와 차량이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결론적으로 우버 엑스 서비스는 한국에서 불법이다. 그러니 관계 부처와의 마찰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뿐만 아니라 우버에 손님을 빼앗기는 택시 업계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우버를 성토하는 시위가 연일 잇달았다. 물론 이런 시비가 한국에서만 벌어진 것은 아니다. 이미 우버가 진출한 런던·파리·베를린·로마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버 코리아는 우버 운전자에게 법규 위반에 따르는 범칙금을 대납하는 제도까지 운영했다. 하지만 결국은 손을 들고 한발 물러났다.

우버를 보는 다른 나라의 시각은 어떨까. 현재 우버의 기업 가치는 약 500억 달러로 평가된다. 우리 돈으로 55조 원 정도다. 스타트업 기업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우버는 2009년 창업했고 실제 서비스를 시작한 지는 5년도 채 안 된다. 그런데 작년 2월의 기업 가치는 180억 달러(19조6000억 원)였다. 12월이 되자 2배 이상 증가해 410억 달러(43조6000억 원)로 불어났다. 그리고 6개월도 채 안 돼 100억 달러 가까이 추가됐다. 투자자들도 줄을 잇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저서 ‘노동의 종말’로 잘 알려진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은 새로운 경제체제의 도래를 역설하고 있다. 그가 주장하는 새로운 경제체제는 생산과 유통에 돈이 들지 않는다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다. 공유경제를 통해 한계비용 제로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한계비용은 생산량을 한 단위 증가시키는 데 필요한 생산비의 증가분을 말한다. 즉 공유경제는 최소의 자원을 사용해 최소의 비용으로 생산하고 이를 최소의 비용으로 재분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리프킨 이사장에 따르면 이러한 공유경제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재화 등 물질의 소유는 인류의 경제활동에 근간이 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리프킨 이사장은 인류의 경제활동이 점차 ‘소유(Ownership)’에서 ‘접근(Accessibility)’으로 그 중심이 바뀔 것이라고 예견한다.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같이 공유경제의 개념을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벌써부터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미 대세로 굳어진 공유경제 비즈니스
에어비앤비는 우버와 함께 손꼽히는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이다. 200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숙박 시설 공유 비즈니스로 시작됐다. 아이디어의 발단은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와 조 게비아(Joe Gebbia)가 부족한 임차료를 마련하기 위해 집의 남는 공간을 여행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에서 비롯됐다. 에어비앤비는 여행객들에게 저렴하게 숙식을 제공한다. 집주인들에게는 추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였다. 결국 양쪽 모두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에어비앤비는 여행객이 많고 임대료가 비싼 뉴욕·파리·런던 등에서 인기가 높다. 또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소통하고 공유하는 것을 즐기는 젊은층에게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이미 에어비앤비는 기존의 거대 호텔 업체를 위협할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190여 개 나라의 3만4000여 도시로 확산됐고 누적 여행객은 1500만 명에 이른다. 또한 에어비앤비의 기업 가치는 약 200억 달러를 넘어섰는데, 이는 글로벌 호텔 업체 1위인 힐튼에 이어 둘째 규모다. 3위 하얏트는 85억 달러 수준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세계 자본시장의 평가는 매우 우호적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공유경제의 개념을 활용한 비즈니스가 향후 글로벌 경제의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PwC는 공유경제와 관련한 세계 산업 규모가 2014년 약 150억 달러에서 2025년에는 약 3350억 달러로 20배 정도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관련 시장은 매년 40~50% 급성장하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앞서 설명한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형태다. 이는 여분의 재화나 서비스 등을 일시적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즉 ‘일시적 공유형’이다. 에어비앤비의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는 “미국에는 전동 드릴이 8000만 개가 있지만 평균 사용 시간은 13분에 불과하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전동 드릴을 소유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말했다. 이러한 질문이 에어비앤비를 창립한 단초가 됐다.

이처럼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수많은 물건들 중에서 100% 사용하는 것은 많지 않다. 자동차도 전체 사용 기간 중 95%가 주차 상태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사용하지 않는 것만큼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해 자동차의 활용도를 높이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보자고 탄생한 것이 바로 카 셰어링(Car Sharing) 서비스인 ‘집카(Zipcar)’다.

집카는 2000년 미국 보스턴에서 두 명의 여성 사업가 로빈 체이스(Robin Chase)와 안처 다니엘슨(Antje Danielson)이 시작했다. 개인이 집카에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50달러의 연회비를 내야 한다. 그러면 집카드라고 불리는 근거리 무선통신(RFID) 방식의 카드를 발급받는다. 이를 활용해 온라인 예약도 하고 자동차 키로도 활용하는데, 시간당 8~15달러 정도의 비용으로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다.

회원은 각 지역 주차장의 차량 준비 상황을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확인한다. 그리고 자신이 이용하고 싶은 일시를 예약할 수 있다. 자동차를 이용할 때는 집카드를 사용해 열쇠를 풀고 운행한다. 운행이 끝나면 다음 도착지에서 가까운 주차장에 정차시키면 된다. 집카는 환경보호에도 기여한다는 반향을 일으키며 현재 미국 50개 이상의 도시에서 80만 명 이상의 회원이 이용하고 있는 자동차 공유 서비스 업체로 성장했다.


공유경제 시장 매년 40% 이상 급성장
2008년에는 독일의 다임러와 렌터카 회사 유럽카(Europcar)가 공동 출자해 ‘카투고(car2go)’를 설립했다. 카투고 역시 집카와 비슷한 자동차 공유 서비스다. 차이가 있다면 개인이 주도한 스타트업이 아니라 세계적 기업이 설립했다는 점이다. 카투고는 이러한 이점을 활용해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시장에도 진출했다. 기업 고객을 위한 특별 지불 모델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은 별도의 회사 차량을 유지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BMW의 드라이브나우(DriveNow), 푸조의 무(Mu) 등은 이를 벤치마킹한 경쟁 비즈니스다.

미국의 리퀴드스페이스(LiquidSpace)는 업무 공간의 에어비앤비로 불린다. 에어비앤비의 공유 대상이 집이라면 리퀴드스페이스는 업무 공간이다. 사무실 공간 중 사용하지 않는 부분을 일시적으로 사무실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연결해 준다.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의 또 다른 형태는 사용하던 제품에 대한 ‘재활용’ 개념을 들 수 있다. 일정 기간 사용하던 물건을 물물교환한다든지 중고 거래를 통해 다시 사용하는 방식이다. 즉 ‘재활용 공유형’이다. 2010년 글로벌 가구 업체 이케아(Ikea)는 자사 제품을 사용하던 고객이 자신의 물건을 중고 제품으로 되팔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열었다. 이케아 고객들은 이케아 패밀리(Ikea Family)라는 고객 프로그램에 가입해 자기가 사용하던 이케아 제품을 중고 물품으로 업로드하고 판매할 수 있다.

이케아 패밀리는 별도의 가입비도 없다. 중고 물품 판매에 따른 수수료를 따로 받지도 않는다. 이케아엔 온라인 플랫폼 운영이 비용만 수반되지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고 제품 판매가 늘수록 신제품 매출이 떨어질 위험성도 다분하다.

그러나 이케아의 생각은 다르다. 이케아는 이를 통해 환경 친화적인 기업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었다. 이케아의 중고 물품 플랫폼은 환경보호를 중시하는 고객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그뿐만 아니라 중고 거래를 통해 기존 제품을 처분한 고객들이 이케아의 새로운 제품을 구입했다. 중고품 거래가 오히려 실질 매출 증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제품의 기획·생산까지 공유한다
뉴욕이나 런던 같이 패션으로 유명한 대도시에서는 ‘교환 파티(Swap Party)’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사람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구매보다 교환을 선호하는 패션 리더들이다. 이들을 경기 불황(Recession)과 패셔니스타(Fashionista)라는 용어를 합성해 리세셔니스타(Recessionista)라고 부른다. 이들은 파티에 모여 중고 의류·신발·액세서리 등을 거래한다.

파티를 후원하며 목표 고객에게 다가가고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독일의 약국 체인 DM이 대표적이다. DM은 파티 참가자들에게 자사가 판매하는 스타일링 제품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제품과 관련된 전문가들도 참석해 고객들과 전문적인 상담을 벌인다. 이러한 내용이 SNS나 패션 블로거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알려지면서 마케팅 활동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끝으로 제품을 생산하면서 아이디어를 협력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모으는 것도 공유경제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즉,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나 일반 대중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크라우드 소싱’의 개념이다.

캐나다의 금광회사 골드코프(Goldcorp)는 금맥을 찾지 못해 한때 도산 위기에 몰렸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당시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머큐언(Robert McEwen)은 인터넷에 금맥 찾기 현상 공모를 냈다. 자기 금광의 지질도와 갱도에 대한 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금맥을 찾는 사람에게 금 채굴 비율에 따라 총 57만 달러의 현상금을 주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몇 주일 만에 수백 명의 전문가들이 금광 지도를 다운로드 받아 연구에 몰입했다. 더구나 그들 대부분이 경쟁사의 직원들이었다. 그들은 금맥 찾기의 최고 전문가들이었다. 불과 몇 달 만에 금이 나올 가능성이 가장 큰 곳 100여 곳이 선정됐다. 놀라운 것은 이 중 80%에서 금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에 힘입어 골드코프는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금광 회사로 떠올랐다. 현상금을 주고 나서도 그 수십 배의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2013년 구글은 이스라엘 기업 ‘웨이즈(Waze)’를 11억 달러(약 1조1600억 원)에 인수했다. 구글뿐만 아니라 페이스북도 웨이즈에 눈독을 들였다. 웨이즈는 사용자 참여형 내비게이션 서비스다. 위성항법장치(GPS)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앱을 켜 놓고 운전하면 주행 속도 등의 정보를 수집·분석해 최적의 경로를 찾아낸다.

이와 같은 크라우드 소싱의 개념은 크라우드 펀딩, 오픈 이노베이션의 형태로 진화·발전하고 있다. 특히 기업의 전략적 혁신을 위해 P&G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하고 있다.

이 밖에 공유경제의 개념에 입각한 비즈니스 모델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공유경제는 거스를 수 없는 커다란 흐름이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시대는 공유 중심의 경제체제를 더욱 앞당길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정비할 좋은 기회가 온 셈이다. 공유경제는 새로운 성장을 위한 혁신의 계기로 삼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강성호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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