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낀 ‘新버블 지역’ 옥석 가리기

위례·동탄2·김포 한강·강남 재건축 등 거품 감지

‘버블 세븐’은 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용인·평촌 등 7곳을 일컫는다. 집값 상승의 중심에 섰던 이들 지역은 글로벌 금융 위기와 정부 규제 여파로 반값 세븐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몫이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다시 거품이 끼고 있다. 주택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며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는 택지지구와 재개발·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거품 붕괴를 대비하기 위해 ‘신버블 지역’을 꼽아 봤다.



부동산 시장이 달아올랐다. 투자자·실수요자 너 나 할 것 없이 집을 사고 있다. 과열의 조짐도 보인다. 산전수전 다 겪은 부동산 투자 고수라면 상관없겠지만 투자 초보 실수요자는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5월 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1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305건으로 이미 2014년 5월 한 달 거래량인 6053건을 돌파했다. 통상적으로 주택 시장에서 비수기로 분류되는 5월임에도 불구하고 일평균 거래량이 406건에 달한다. 이 같은 추세라면 이달 총 거래량은 1만2500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실거래가 조사 이후 최대치인 2006년 5월 거래량(1만1631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지난 1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2006년 이후 역대 최대 거래량 행진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처럼 주택 시장에 훈풍이 부는 것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지속되는 전세난에 매수로 전환하는 실수요자들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거래 정보 업체 발품의 신대성 대표는 “부동산 투자 등에 생소한 실수요자는 건설사들의 좋은 먹잇감”이라며 “최근 호가를 훌쩍 뛰어넘는 가격으로 청약에 나서 성공한 신규 분양 단지들 중에는 분위기에 휩쓸려 청약한 초보 실수요자들의 묻지 마 청약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신규 분양 아파트는 투자 가치가 떨어진다. 새 아파트라는 점만을 강조하며 높은 분양가를 형성하는 신규 분양 아파트보다 입지가 더 좋으면서도 저렴한 기존 아파트를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새 아파트로 눈이 쏠리는 순진한 투자 초보들이 많다. 그러면 방법은 하나다. 잘 골라야 한다. 소위 ‘대박 지역’이라고 하지만 단점을 숨기고 장점만 부각시킨 ‘거품 지역’도 많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대박 지역들의 거품을 벗겨 봤다.


‘택지지구’ 선봉장 위례, 허점투성이
최근 후끈 달아오른 지역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택지개발지구’라는 것이다. 대규모 택지지구는 ‘신도시’라고 불리며 한때 투자자들에게 각광 받았지만 무분별한 지구 지정 등으로 평범한 지역으로 전락해 버렸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9·1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하고 2017년까지 대규모 공공 택지 지정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희소성이 부각돼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위례신도시·동탄2신도시·김포한강신도시 등이 있다. 그러면 이들 택지지구에는 거품이 없을까. 전문가들은 신중히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지역은 ‘위례’다. 위례는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의 훈풍을 선도하며 분양 완판 신화를 써 내려온 주역이다. 하지만 위례에도 위험 요소는 있다. 일단 신도시 개발 계획 중 핵심인 ‘트램(노면 전철)’ 설치 계획이 아직까지도 불투명하다. 당초 원안대로라면 지하철 5호선 마천역에서 8호선 우남역(2017년 개통 예정)까지 5.4km를 운행하게 되는 트램은 2021년 개통 예정이었다. 여기에 위례 북쪽에 있는 군부대(특전사령부)의 이전 시기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기존에 잡혀 있던 7300여 가구의 분양 시기는 이미 2018년 이후로 미뤄진 상태로 자칫 위례신도시 전체 개발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트램은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수익성 등의 문제로 승인이 나지 않고 있는 것이며 군부대 이전은 다수의 어려움이 따르고 있지만 일단 오는 9~12월 이전을 목표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동탄2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탄2신도시는 2401만825㎡(726만5000평) 부지에 조성되는 대규모 신도시다. 인근 동탄1신도시와 동탄일반산업단지를 합친 규모(35㎢)는 분당의 1.8배, 일산의 2.2배에 달한다. 서울과 다소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게 유일한 단점으로 꼽혔지만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으로 우려를 해소했다. 하지만 기대를 모은 GTX는 아직 노선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재정 문제로 철도시설공단과 협의 중이며 개통 시기 등에 대한 변경을 추진 중이라는 게 LH의 설명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LH에 확인한 결과 동탄2는 광역교통 계획에 대한 사업 시행자가 정해지지 않아 동탄역 인근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들의 밑그림도 그리지 못하고 있었다. 또 비용 문제였다. 동탄2에 투자를 고민 중인 30대 주부 박모 씨는 “서울과 멀리 떨어져 있고 경부고소도로 교통난도 심각해 투자 필수 요건으로 지목되는 GTX가 예산 문제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니 답답할 따름”이라며 “부채가 많은 LH가 앞장설 때부터 불안하긴 했다”고 말했다.


동탄2, ‘GTX’가 관건인데…
이 밖에 동탄2에서는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동탄2에는 올해 1만5000여 가구를 시작으로 매년 1만 가구 이상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조금 늦은 감이 있는 현시점에서 분양을 받은 뒤 약 2년 후 입주 시점에는 시장 상황이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팀장은 “동탄2는 분명 장점도 많은 ‘핫 플레이스’이지만 한꺼번에 입주 물량이 몰리기 시작하면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이 크게 하락할 수도 있다”며 “실제로 앞서 짧은 기간 동안 아파트 공급이 몰렸던 택지개발지구는 입주 시점에서 집값 하락 폭이 높았던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처럼 온기가 돌고 있는 김포 한강신도시에도 거품 주의보가 내려졌다. 한강신도시는 한때 미분양의 무덤이란 오명을 쓰며 외면 받았던 지역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자연스럽게 미분양이 해소됐고 최근 분양에 나선 단지들도 좋은 결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4월 분양한 ‘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 3차’는 김포시 내 최단기간 완판 기록을 갈아 치웠다. 여세를 몰아 손님맞이에 나선 ‘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 4차’도 5월 14일 2순위 청약에서 전 타입이 순위 내 마감됐다.

이처럼 한강신도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는 데에는 한강신도시의 숙원 사업으로 꼽혔던 김포도시철도가 가시화된 점도 한몫했다. 김포도시철도는 총 23.82km 구간을 9개 역으로 잇는 공사로 2018년 개통 예정이다. 개통 시 한강신도시에서 김포공항역까지 20분 대, 서울역 및 강남까지 1시간 내에 이동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한강신도시에 대한 불안한 시선도 남아 있다. 그동안 전세난에 쫓긴 서울 강서구와 인천·일산 등의 실수요자들이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한강신도시로 넘어오면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나 더 이상 외부 수요를 끌어오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는 최근 한강 신도시 신규 분양 단지의 가격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유로 꼽혔다.

실제로 한강신도시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다시 오르고 있는 추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2015년 5월 3주차 기준) 한강신도시 신규 분양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3.3㎡당 1018만 원이다. 이는 한강신도시 평균 분양가가 최저점에 달했던 2013년 801만 원보다 무려 27% 정도 오른 것이다. 연도별로는 ▷2008년 1077만 원 ▷2009년 975만 원 ▷2010년 978만 원 ▷2011년 971만 원 ▷2012년 969만 원 ▷2013년 801만 원 ▷2015년 1018만 원이었다. 특히 한강신도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보다 분양가 상승 폭이 더욱 크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2013년 12월 대비 2015년 5월 한강신도시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는 7.92%(896만 원→967만 원) 오르는 데 그쳤다(부동산114).

한 분양 대행사 관계자는 “최근 김포한강신도시의 분위기가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 타이밍으로는 조금 늦은 감이 있어 보인다”면서 “김포도시철도의 규모(46량)가 작은 편이어서 수요 촉발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다”고 전망했다.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구역들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체크포인트는 조금 다르다. 택지지구가 입지 여건 및 개발 호재 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재개발·재건축은 가격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2015년 4월부터 민간 택지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서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분양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 택지로 분양가 상한제를 그대로 적용받는 택지지구의 가격이 안정적인 반면 민간 택지를 개발하는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분양가는 급속도로 상승 중이다.


서울 재개발 단지, 고분양가 주의보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지목한 거품 우려 단지는 ‘e편한세상 신촌(북아현뉴타운 1-3구역)’이다. ‘e편한세상 신촌’은 5월 13일 진행된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총 501가구(특별 공급 제외) 모집에 당해 지역에서만 5354명이 청약하며 평균 10.68 대 1을 기록, 전 평형 마감됐다. 청약을 성공적으로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거품 지역으로 지목된 이유는 분양가 때문이다. ‘e편한세상 신촌’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060만 원대다. 지난해 11월 인근에서 GS건설이 분양한 ‘경희궁 자이’보다 저렴한 가격이라는 게 대림산업의 설명이다. 경희궁 자이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280만 원대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희궁 자이의 분양가 자체가 정상 수준이 아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희궁 자이는 청약 당시 최대 5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본계약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전체 1085가구 중 150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분양가가 미분양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와 관련해 서울 중구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2013년 분양한 덕수궁 롯데캐슬의 가격이 3.3㎡당 평균 1636만 원이었는데 롯데캐슬이 주상복합 아파트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3.3㎡당 2280만 원은 무리한 분양가였던 것 같다”며 “e편한세상 신촌의 분양 가격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아현3구역, 2014년 9월 입주)’의 분양 가격(3.3㎡당 1950만~2100만 원)과 비슷하게 맞춘 것 같은데 가격이 높다고 평가 받으며 미분양 상태를 이어 오다가 할인까지 하면서 입주 직전에야 겨우 다 판 곳이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라고 덧붙였다. 사실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조합원들과 시공사가 분양가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터무니없이 높은 분양가가 측정되는 곳도 많다. 조합원은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추가된 분담금 폭탄을 일반 분양 물량의 가격을 높여 해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편한세상 신촌, 경희궁 자이,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모두 같은 맥락이다.

강남 재건축 시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그동안 눈엣가시처럼 여겨졌던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서 하나같이 눈치를 보며 분양가를 인상할 태세다. 그 첫 포문은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3차’ 재건축 현장에서 열릴 전망이다. 6월 13일로 예정된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대림산업·현대건설·롯데건설 등 3개사가 치열한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다. 최근 현대건설은 삼호가든3차의 일반 분양가를 3.3㎡당 평균 3600만 원으로, 대림과 롯데는 최저 3600만 원으로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삼호가든3차의 분양가가 최대 4400만 원대까지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추후 반포주공 1단지, 신반포한신 15차 등이 잇달아 시공에 나설 예정인 만큼 강남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는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변선보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조합원들은 늘어난 분담금을 해소하려고 무리하게 분양가를 높였다가 미분양 등으로 더 힘든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고 투자자는 주변 시세 등을 비교해 분양가 수준을 꼼꼼히 분석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강남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 주거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켜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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