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아시아’로 나아가려면

올해는 종전, 유엔 창립 및 광복 70주년 등 역사성이 각별한 시기여서 ‘화합’의 의미가 무겁게 다가온다. 냉전 종식 이후 아시아는 세계를 이끄는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



문태영 제주평화연구원장
1953년생. 1978년 서울대 언어학과 졸업. 존스홉킨스대 국제정치학 석사. 1993년 외교통상부 아주국 동남아과 과장. 2008년 외교통상부 대변인. 2010년 주 독일 대사관 특명전권대사. 2012년 제3대 제주평화연구원 원장(현).



우리는 외교가 한 나라의 흥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시대의 흐름 속에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이 외교·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대화의 장이 10여 년째 이어져 주목된다.

제주에서 5월 20~22일 열리는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이 그것이다. 10회를 맞은 올해 제주포럼의 주제는 ‘신뢰와 화합의 새로운 아시아를 향하여’다.

올해는 종전, 유엔 창립 및 광복 70주년 등 역사성이 각별한 시기여서 ‘화합’의 의미가 무겁게 다가온다. 냉전 종식 이후 아시아는 세계를 이끄는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경제적 상호 의존 증대 속에 정치·안보적 갈등이 심화되는 ‘아시아 패러독스’ 현상 또한 상존한다. 왜곡된 역사관과 영토 분쟁에 따른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사이버 안보 위협도 협력과 화합을 해치는 요인 중 하나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처럼 온갖 문제들이 튀어나와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아시아 정세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강대국으로 부상하려는 중국, 편협한 민족주의에 함몰된 일본, 강고한 러시아, 핵무기에 집착하는 시대착오적인 북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내세운 미국 등이 모두 새로운 역내 질서를 추구하고 있다.

제주포럼은 아시아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소통 채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정부, 학계 대표가 참석하는 동아시아포럼이 연계 개최된다.

역내 협력 논의를 위해 한국 주도로 2003년 설립된 이 포럼은 매년 각국에서 교대로 개최되다가 이번에 제주에서 열리게 됐다. 올해는 초국경 전염 질환, 테러리즘, 기후변화 같은 ‘비전통 안보’ 협력을 통한 신뢰 구축과 번영을 논의하게 된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전 대통령, 후쿠다 야스오 일본 전 총리, 리샤오린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회장 등 초청 연사들의 메시지도 경청할 만해 보인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전 총리는 복지 축소, 노동시장 유연화 등 강력한 개혁을 통해 통일 후유증을 앓던 독일 경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지도자로서 사회 개혁이 당면 과제인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새로운 아시아는 3가지 비전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평화로운 아시아’다. 세력 균형에 따른 일시적 평화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평화, 특정국의 이해보다 공동의 이익을 존중하는 평화, 분열이 아닌 통합을 추구하는 평화를 말한다. 둘째, ‘번영하는 아시아’다. 역내 경제가 완전 통합되고 창의성이 공유되며 경제·사회적 격차가 해소되고 사람과 물자의 자유로운 이동이 촉진돼야 한다. 셋째, ‘진보하는 아시아’다. 자유롭고 개방적·민주적이며 인류 보편 발전에 기여하는 아시아를 지향한다.

아시아는 지금 역사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새로운 아시아’를 만들어 내는 데 능동적 역할을 해 나갈 우리의 의지가 중요하다. 모두의 지혜를 모아 아시아의 미래가 밝고 세계의 미래가 아시아에 달려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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