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강풍 광풍’ 6개월…‘펑뉴’에 올라타야 하나

상하이 주가 75% 급등 후 숨 고르기, ‘장기 상승’ 전망 대세

‘지금 중국 주식 1000만 원이면 10년 뒤 강남 아파트를 산다’는 책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2014년 11월 17일 이후 6개월, 그동안 대한민국에 불어 닥친 ‘후강퉁(중국 상하이와 홍콩 증시 간 교차 거래) 광풍’의 이면에 깔린 기대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러나 ‘뜨거워도 너무 뜨거워진’ 증시에 시장에서는 조금씩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지나친 단기 과열로 하루아침에 중국 증시의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투자자들로서는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더 늦기 전에 ‘후강퉁 대박 행진’에 올라타야 하는 것일까, 혹은 지금이야말로 ‘돌다리도 두드려 봐야’ 하는 시기인 것일까.



후강퉁 시행 첫날인 2014년 11월 17일 상하이종합지수는 2506.86이었다. 이후 지난 4월 27일 4500선을 돌파했다. 불과 5개월여 만에 무려 75% 이상의 가파른 상승 곡선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가파른 상승세에 놀란 때문일까. 실제로 상하이종합지수는 5월 초 8% 이상 빠지는가 싶더니 지난 5월 10일 중국 인민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 발표를 기점으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러니 ‘펑뉴(미친소·강세장)’나 다름없어 보이는 중국 증시를 두고 ‘2007년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당시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 열풍에 상하이종합지수는 2007년 10월 최고점인 6124.04를 찍었다. 그러나 이후 급속한 폭락장을 겪으며 불과 1년 만에 1664.92까지 떨어진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국 증시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은 하나로 모아진다.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시장의 이상 과열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적어도 국내 투자자들에게 후강퉁이 높은 결실을 볼 수 있는 새로운 ‘투자 기회’인 것만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중국 증시, 2007년과 2015년이 다른 이유
“2007년과 2015년 중국 증시(상하이 증시)는 확실히 다릅니다. 2007년엔 중국 정부도 시장도 투자자도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지만 지난 8년간 많은 것이 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용철 유안타증권 글로벌비즈팀장은 2007년과 2015년 중국 증시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학습 효과’를 꼽았다. 2007년 당시의 트라우마를 겪으며 중국 정부나 증권시장 또한 많은 교훈을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8년간 증권거래소의 시스템을 포함해 상당 부분 체질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같은 맥락에서 5월 초 중국 증시가 조정을 받은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중국 정부 또한 증시를 활성화하기 위해 ‘무조건적인 상승 랠리’보다 단기 조정을 통해 ‘속도를 조절해 가면서’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증시는 ‘정책이 곧 시장’이라는 특징이 있다. 그만큼 중국 정부의 의지가 시장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얘기다. 이 팀장은 “5월 초 중국 증시가 조정을 받은 이후 중국 정부가 금리 인하를 발표한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중국 정부가 증권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가 매우 확고하기 때문에 당분간 상승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엄밀히 말해 금리 인하는 증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기보다 중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다. 하지만 이 같은 중국 정부의 정책이 증시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증시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는 것이다.



증권업계 중국통으로 잘 알려진 하나대투증권의 조용준 센터장 또한 비슷한 의견을 더했다. 그는 “지난 4월 업무 협약을 위해 중국의 주요 증권사인 초상증권·국태군안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만났다”며 “이들 모두 연말까지 상하이종합지수가 5500~ 6000까지 올라갈 것으로 봤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만큼 중국 내부에서부터 증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의 주요 증권사와 국책 은행에서 하나같이 이처럼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이미 중국 정부와 암묵적인 공감대가 바탕이 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증권시장을 육성하려는 방향성이 확실한 만큼 매력적인 투자처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자본시장(증시)’을 육성하고자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현재 중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은 중국 기업들의 막대한 부채비율과 부동산 위기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모두 해결책이 ‘자본시장 육성’으로 모아진다. 조 센터장은 “자본시장이 커지면 중국 기업들이 은행의 대출이 아닌 자기자본으로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자본시장에서 늘어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며 “더욱이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위안화 수요를 늘리기 위해서도 당분간 중국 정부는 증권시장을 활성화하는 정책 방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장밋빛 기대’만 흘러넘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는 ‘신용 거래 잔액’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중국증권등기결산공사에 따르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 거래 잔액은 지난 4월 28일을 기준으로 1조8136억 위안(약 310조356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하이 증시 시가총액이 대략 20조 위안(약 4000조 원)에 이르는데 1일 거래 대금이 1조 위안(180조 원)에 달한다”며 “그만큼 주식 회전율이 높다는 뜻이고 이는 개인 투자자들이 ‘빌린 돈’을 가지고 ‘단타’ 위주로 거래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경고했다. 적어도 3월 이후 중국 증시에 개미 투자자들이 몰리며 ‘비이성적’으로 과열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중국 정부가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이와 관련한 테마주가 만들어지면서 개미 투자자들이 ‘묻지 마 투자’를 위해 증시로 모여들고 있다”며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증시가 조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거래 대금도 많이 줄어들고 시장이 이성을 찾아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5월 12일 기준 상하이 증시 거래 대금은 7934억6400만 위안(139조 원)으로 나타났다.


10년 뒤 주가 100배 오를 기업 찾아라
“지금 중국 주식에 1000만 원을 투자하면 10년 뒤에 강남 아파트를 살 수 있을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죠. 하지만 적어도 이것만은 분명합니다. 중국 증시에서 ‘10년 뒤 100배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분명 나타날 것이라는 것 말입니다.”

중국 증시 투자 전략을 묻는 질문에 김도현 연구원의 답이다. 그는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 증시가 얼마나 활황일지’보다 ‘높은 성장성을 보이는 기업’을 제대로 찾는 것”이라며 “우리의 사례를 보더라도 최근 몇 년간 코스피가 박스권에 묶여 있는 동안 아모레퍼시픽은 크게 성장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중국 투자에 앞서 옥석 가리기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여기까지 설명을 마친 그가 잠깐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더니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어느 기업의 이름을 기자에게 보여준다. ‘OO전기’라고 쓰여 있다.‘어떤 회사일 것 같으냐’는 그의 질문에 ‘전력 회사인 것 같다’고 답하자 그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설명을 이어 간다. 그는 “이 회사가 발전 기기를 만드는 회사인데 최근에 ‘원자력발전소 테마주’로 묶여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며 “별의별 테마주가 다 만들어져 상관도 없는 기업들이 묻어가기도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렇다면 ‘좋은 기업’은 어떻게 선별해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중국 주식 전문가들의 조언은 대동소이하다. 신규 업체를 발굴해 높은 수익률을 노리기보다 이미 시장에서 자리 잡은 대기업들을 위주로 안정적인 투자를 이어 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조언이다. 조용준 센터장은 “1992년 한국 주식시장이 개방됐을 당시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나 롯데칠성 같은 우량주를 위주로 투자했는데, 이들 중 5배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한 곳들이 적지 않다”며 “국내 사례를 볼 때 중국 내수 소비재 산업의 1등주가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미 중국 내 어떤 산업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헬스 케어 회사인 ‘복성제약’이나 중국 증권회사 1위인 ‘중신증권’, 중국 자동차 1위 회사인 ‘상하이자동차’, 중국 우유 및 유제품 1위 회사인 ‘이리’ 등이 대표적인 예다.


2015년 주도주는 ‘국유 기업·친환경’
이용철 팀장은 “후강퉁 시행 이후 상하이 증시는 3개월 단위로 주도주가 바뀌어 왔다”며 “첫 3개월은 자본시장 확대에 따른 ‘금융주’, 그다음에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따른 ‘철도·건설주’ 등이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다음 3개월을 이끌 주도주는 무엇이 될까. 현재까지로 봐서는 ‘국유 기업주’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팀장은 “현재 100개가 넘어가는 국유 기업을 40여 개로 통합하고 기업 규모를 키우면서 비효율적인 과잉투자를 줄여나간다는 게 중국 정부 개혁의 골자”라며 “국유 기업들 중에서 인수·합병(M&A)의 주체가 될 만한 국유 기업을 찾아내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 내 1등 국유 기업을 특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이와 함께 그는 “한국과 가장 다른 점으로 상하이 증시는 갑자기 거래가 정지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가만히 기다리면 거래 정지가 풀린다”며 “중국 증시에서는 기업의 호재든 악재든 경영상 주요한 변화가 있을 때마다 거래 정지가 종종 일어나기 때문에 최근에는 호재로 주가가 상승하는 곳도 많았다”고 귀띔했다.



김도현 연구원 또한 ‘국유 기업주’와 ‘친환경주’를 유망 업종으로 꼽았다. 그는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 중에서는 M&A를 통해 성장한 기업들이 꽤 많다”며 “특히 M&A 이슈는 기업 가치가 한 번에 매우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개혁을 앞두고 있는 국유 기업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중국의 수많은 인구와 늘어나는 소비를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 분야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여행·엔터테인먼트·주방용품·전기차 등 중국인들의 실생활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관찰한다면 대박 종목을 찾아낼 가능성이 높다. 김 연구원은 “더군다나 해외 투자자는 ‘단타’로 중국 증시에 접근하면 매우 위험하다”며 “중국 증시는 이제 막 태동하는 시장이고 변동성이 높은 만큼 가능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분산투자하는 게 기본”이라고 거듭 당부했다.



돋보기
후강퉁은 ‘코스피’, 선강퉁은 ‘코스닥’
뜨거워진 후강퉁만큼이나 2015년 하반기 시행을 앞두고 있는 ‘선강퉁’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 역시 달아오르고 있다. 선강퉁은 선전 증시와 홍콩 증시 간 교차 거래를 일컫는데, 정확한 시행일은 오는 6월 말쯤 발표될 방침이다. 그러면 선강퉁 역시 후강퉁의 뜨거운 열기를 그대로 이어 갈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후강퉁과 선강퉁은 분명 다른 특성을 지닌 시장이라고 말한다. 쉽게 말해 후강퉁이 한국의 코스피와 가깝다면 선강퉁은 코스닥과 가까운 특성을 지닌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강퉁은 후강퉁과 비교해 평균 시가총액 규모도 중견기업이 많다”며 “정보기술(IT)·헬스 케어 등 신경제 관련 업종이 많다”고 설명한다. 그만큼 매출과 이익 성장률이 높기도 하지만 밸류에이션 역시 상대적으로 높다. 현재 선강퉁의 평균 주가수익률(PER)은 50배에 달한다. 조 센터장은 “후강퉁이 15~16배 정도”라며 “이와 비교해 고성장 신흥 사업의 비중이 높은 만큼 변동성이 큰 시장이기 때문에 투자 전략에서 역시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후강퉁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선강퉁은 더더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직접 투자보다 간접 투자를 선택하는 게 좋다.

이용철 유안타증권 글로벌비즈팀장은 “그러나 신흥 산업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우리 투자자들에겐 유리할 수 있다”며 “중국은 이와 같은 분야에 대한 경험이 없지만 한국에서는 사물인터넷(IoT)이나 IT 산업이 성장해 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시장이나 기업에 대해 보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분야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뒷받침된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기회를 잡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다만 후강퉁 열기에 따른 기대감이 선강퉁 시장에 너무 빨리 반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선강퉁 시행을 앞둔 하반기 즈음에 다시 한 번 시장 상황을 확인한 뒤 신중하게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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