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기업’ 바오펑, 29일 연속 상한가

실적 발표에도 상승세 멈추지 않아…화웨이가 주요 주주

중국의 동영상 서비스 업체 바오펑(暴風)과기가 선전증권거래소 창업판에 상장한 이후 지난 5월 5일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29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2014년 10월 9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원자력발전소 설비 업체 란스중형장비가 세운 중국 증시 최장(24일 연속) 상한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2015년 3월 24일 상장한 이 회사의 발행가는 7.14위안이다. 가격 제한 폭(10%)이 없는 상장 첫날 43.9% 급등한 바오펑과기는 5월 6일 5% 상승에 그쳐 상한가 행진을 멈췄다. 하지만 다음 날인 7일부터 13일까지 닷새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다시 상한가 행진을 시작했다. 13일 종가는 252.86위안. 발행가 대비 35배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다. 지분 21%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펑신 최고경영자(CEO)의 지분 가치도 58억 위안(약 1조240억 원)으로 불어났다.

상장 이후 거래일 기준으로 1개월여 동안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다. 부진한 회사 실적이 거품론을 더욱 부각시킨다. 이 회사는 1분기에 300만 위안의 손실을 냈다. 2014년 1분기 700만 위안 흑자에서 적자로 반전된 것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7400만 위안에서 9200만 위안으로 24.3% 증가했지만 적자 실적이 공표된 이후에도 상한가 행진을 지속 중이다. 바오펑과기의 순익은 2013년에 전년보다 30.9% 감소한 3900만 위안에 그쳤고 2014년에도 8.8% 증가한 4200만 위안에 머물렀다.

사실 실적과 주가가 따로 노는 사례는 바오펑과기 만이 아니다. 중국 증시에서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한 2700여 개 상장사 가운데 217개가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24개는 올 들어서만 주가가 2배 이상 올랐다고 중국 언론들이 최근 전했다. 경제성장률 둔화 속에 상하이종합지수는 오히려 급등하는 실물경제와 증시 간 괴리 현상을 보여준다. 사명을 정보기술(IT) 업종을 암시하는 것으로 바꿨다는 이유로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확산되는 것도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을 연상하게 한다.


평범한 엔지니어 출신 펑신 CEO
바오펑과기의 시가총액은 사업 실적이 훨씬 앞선 경쟁 업체로 미 증시 상장 중국 기업인 유쿠투더우의 4개를 합친 수준이다. 사업 구조에서 주가 급등 이유를 찾기 힘들면 창업자나 주요 주주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펑신 CEO는 안후이성에 있는 허페이공업대 출신의 엔지니어다. 중국의 최대 사무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진산소프트웨어에서 기술 영업으로 실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안 소프트웨어 판매를 크게 늘린 실적을 평가받았다고 한다. 이후 야후차이나에서 소프트웨어사업부의 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2005년 말에 베이징쿠러과기공사를 창업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다. 반년 만에 600만 가입자를 확보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2007년 1월 바오펑이라는 동영상 소프트웨어를 인수해 지금의 바오펑과기로 이름을 바꿨다.

별 드라마틱한 요소를 찾기 힘들다. 바오펑과기 주가 급등의 궁금증을 풀 단서는 상장 다음날인 3월 25일 중국 언론에 나온 펑신 CEO의 인터뷰 내용이다. 화웨이와 깊은 협력을 논의 중이라는 게 핵심이다. 스마트폰 같은 무선 분야의 협력이라는 정도만 공개됐다. 이 인터뷰가 눈길을 끈 것은 화웨이가 바오펑과기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화웨이 투자 지주회사가 지분 2.91%를 보유한 5대 주주다. 화웨이는 세계 최대 통신 장비 업체이자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약진하고 있는 중국 간판 IT 기업이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전문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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