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바람 빼기’나선 옐런 의장

금융시장 과열 경고하면서 ‘거품 징후 없다’ 알쏭달쏭 발언

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알쏭달쏭한 발언이 뉴욕 월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옐런 의장은 지난 5월 7일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가진 대담에서 “미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전체적으로 꽤 높아(quite high)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식시장에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도 했다. 채권시장에 대해서도 경고성 발언을 했다. 그는 국채와 회사채의 수익률 격차가 좁혀져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리스크를 지고 있는데 Fed가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 장기금리가 급등해 금융 시스템에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주식시장의 과열에 대한 경고성 발언이다.

옐런 의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한때 1.5% 포인트 정도 급락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옐런 의장은 병 주고 약도 줬다. 그는 “금융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리스크는 크지 않고 거품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가가 고평가돼 있지만 거품 징후는 없다’는 발언은 시장 참여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전문가들은 “Fed가 금리를 올리기 전 풍선에서 바람을 조금 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초단기 충격’에 그쳤던 옐런의 첫 경고
옐런 의장의 모호한 발언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초저금리의 영향으로 채권의 낮은 수익률(높은 채권 가격)과 주식 투자수익률을 비교할 때 주식 가치가 매우 고평가돼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옐런 의장이 진짜로 경고한 것은 주식시장이 아니라 채권시장의 과열”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공교롭게도 옐런 의장의 발언이 나온 며칠 뒤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채권 값 급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5월 12일 3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하루 만에 0.15% 포인트 급등해 연 3.05%를 기록했다. 하루 상승 폭으론 2013년 7월 이후 최대다. 채권 트레이더들이 채권을 내다 파는 투매 현상이 빚어진 때문이다. 과도하게 오른 국채 가격이 올 하반기로 예상되고 있는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대규모 양적 완화를 시행하고 있는 독일 국채 시장에서도 최근 투매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옐런 의장의 알쏭달쏭한 발언은 주식 투자자들에게 경계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옐런 의장의 발언 이후 횡보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낙관론자들은 “옐런 의장의 발언은 과거 앨런 그린스펀 Fed 전 의장의 경고를 떠올리게 한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1995년 초 3800선에서 출발한 다우지수가 2년간 쉬지 않고 오르며 1996년 하반기 6400선에 육박하자 그린스펀 전 의장은 그해 12월 5일 장 마감 후 “증시가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튿날 뉴욕 주식시장이 2% 정도 급락했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며칠 조정을 보인 다우지수는 그로부터 2000년 3월까지 3년 이상 대세 상승을 지속하면서 1만 선을 뛰어넘었다.

주식시장에 대한 옐런 의장의 첫 경고도 ‘초단기 충격’에 그쳤다. 지난해 7월 5일 옐런 의장이 바이오 주식에 대해 과열을 경고하자 나스닥바이오테크지수는 당일 5.7% 하락했지만 그때 이후 지금까지 40% 이상 급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Fed 의장의 경고가 이번에도 경고로 끝날지 주목된다.


워싱턴 = 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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