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따라 선택…‘멀티’ 영화관 뜬다

파티 즐기며 영화 보고 전시회 관람, 어린이 위한 도서관·카페도 운영


상류층 인물들이 등장하는 할리우드 영화에 꼭 빠지지 않고 나오는 장면이 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그들만의 아지트에서 음악을 크게 틀고 가벼운 음식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여가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특별한 날에는 지인들을 초대해 호화로운 파티를 즐긴다.

외부인은 출입할 수 없는 ‘그들만의’ 공간을 보고 있으면 부러움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가구나 인테리어의 고급스러움과 건물의 큰 규모로 주인공들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누리고 사는지 보여준다. 한번쯤은 그런 아지트를 갖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들이 특별관을 마련했다.

CGV의 ‘더 프라이빗 시네마’는 단순한 영화 관람뿐만 아니라 파티나 모임 등 소규모의 행사부터 스탠딩 행사까지 모두 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관객이 상영관을 대관하는 형태로 최대 50쌍까지 이용할 수 있다. 영화 속 상류층들의 ‘프라이빗’한 공간을 떠올리면 상영관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더 프라이빗 시네마’는 복층 구조로 돼 있다. 파티를 즐길 수 있는 별도의 라운지가 있어 라운지에서는 다과를 즐기고 상영관에서는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만들었다. 현재 상영하는 영화 외에 자신이 준비해 간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는 것도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이용자 수에 맞게 상영관 내 좌석 수를 조절할 수 있어 연인끼리 즐기고 싶다면 단 2석만 두고 이용할 수도 있다. 핑거 푸드를 기본으로 관람객의 취향에 맞게 한식·중식·양식 등 다양한 메뉴가 제공된다. 고객의 취향과 모임의 규모, 성격에 따라 원하는 대로 연출할 수 있어 파티 플래너나 유명 인사들, 브랜드 매니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관료는 4시간에 400만 원이다.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
특별한 날이지만 ‘프라이빗 시네마’가 조금 부담스럽다면 ‘씨네드쉐프’관으로 가면 된다. CGV의 ‘씨네드쉐프’는 고급스러운 식사와 영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상영관 옆에 이탈리아 음식을 판매하는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어 호텔 출신 요리사들의 다양한 메뉴를 맛보고 프리미엄 상영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구조다. 특히 밸런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이브 같은 특별한 날에는 일찌감치 매진된다.

영화관에서 단순히 ‘영화’만 보는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IMAX, 4D 등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상영관은 기본이고 영화 관람 이외의 문화 활동이 더해진 ‘멀티’ 영화관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CGV 여의도점은 상영관 외부에 전시관 ‘아트 갤러리’를 마련했다. 작년 4월부터 6월까지 ‘디즈니 아트워크 특별전’을 진행해 다양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인공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전시되기도 했다. 현재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개봉을 맞아 ‘마블의 슈퍼히어로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전시 중이다.

영화관 입구에 들어서면 영화 ‘어벤져스’ 속 영웅인 ‘캡틴 아메리카’ 대형 피규어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따로 ‘포토존(Photo Zone)’이라는 표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규어 옆에서 사진을 찍는 어벤져스 팬들이 상당히 많다. ‘어벤져스’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전시관의 기다란 벽면은 포스터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포스터도 일반 상영관 포스터와 다르다. 각 영웅들을 회화적 기법으로 그려낸 포스터, 화려한 색감으로 표현한 액션 장면 등 감각적인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CGV 여의도점에서는 전시관 분위기에 알맞게 ‘어벤져스’ 개봉 첫날 마블 영웅의 아이템을 착용하고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에게 캐릭터 피규어를 증정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전시관을 찾은 권명규(18) 씨는 “관람 전에 전시로 영웅들을 만나니 영화가 더욱 기대된다”며 “확실히 일반 상영관과 느낌이 달라 영화를 보러 올 때마다 전시를 둘러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관람객들은 “‘전시관’이라고 하기엔 전시물이 너무 적은 느낌이다. 큰 극장 규모에 비해 허전하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여름에는 야외에서 영화를 관람해 보면 어떨까. 메가박스 용인점에 있는 ‘드라이브M’은 자연 친화적인 신개념의 자동차 극장이다. 기존 자동차 극장의 답답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동차 안에서도, 야외에서도 영화를 즐길 수 있다. ‘드라이브M’은 초고화질의 야외 스크린을 설치해 마치 밤하늘을 배경으로 영화 속 장면이 재현되는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반려동물도 함께 입장할 수 있어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야외 활동을 찾는 이라면 눈여겨볼만하다.



좌석은 드라이브 존과 스페셜 존, 자율 좌석 존으로 구성돼 있다. 드라이브 존은 기존의 자동차 극장처럼 이용할 수 있고 스페셜 존과 자율 좌석 존에서는 자동차 없이도 야외에서 관람할 수 있다. 스페셜 존에는 테이블과 캠핑 의자, 라디오, 바비큐와 파르페 등의 그릴 패키지 메뉴가 제공돼 마치 캠핑장에 온 듯한 분위기도 만끽할 수 있다. 평일 기준으로 자동차 1대에 드라이브 존은 2만 원, 스페셜 존은 4만 원이다. 자율 좌석 존은 자동차 없이 입장하는 야외 좌석으로 1인당 7000원이다.


도서관이 결합된 ‘씨네 라이브러리’
대부분의 영화관은 어른을 대상으로 디자인됐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영화를 볼 때면 좌석 받침대를 이용해야 한다. 영화 도중 떠드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불편을 겪는 이용객도 많다. 이러한 불편을 덜어주는 어린이 전용 상영관이 있다. 메가박스 영통점의 ‘메가 키즈 박스’나 CGV 하계점의 ‘씨네 키즈’는 상영관 디자인, 상영 영화 등이 모두 어린이를 중심으로 맞춰져 있는 특별관이다.

어린이 전용관은 크게 영화 상영관, 어린이 도서관, 커뮤니티 카페로 구성된다.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함께 방문해 어린이들은 영화를 보고 부모들은 커뮤니티 카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때가 많다. 날마다 ‘전체 관람가’의 애니메이션과 가족 영화를 상영해 온 가족이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다. CGV 관계자는 “어린이 전용관이다 보니 일반 상영관만큼 많은 수의 관람객이 이용하지는 않지만 이용객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며 “재방문율이 높은 상영관”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전용관뿐만 아니라 일반 상영관에도 도서관이 생겼다. 일반 상영관이었던 CGV 명동역점을 리뉴얼하며 ‘씨네 라이브러리’로 거듭나 지난 4월 30일 재개관했다. ‘씨네 라이브러리’에는 영화 관련 전문 서적 1만여 권이 구비돼 있다. ‘씨네 라이브러리’는 상영관 중 1관을 도서관으로 리뉴얼한 특별관으로 영화관의 구조를 그대로 살렸다. 이와 함께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인 ‘CGV아트하우스’ 2개 관도 새로 문을 열었다.

단순히 공간만 탈바꿈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마련된다. 영화 상영 이외의 ‘톡(talk)’ 프로그램, 큐레이션, 전시 등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영화와 책을 접목한 강좌 등이 상시 운영돼 영화인들은 물론이고 일반 영화 팬들의 소통 공간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이번 리뉴얼 오픈을 기념해 CGV 명동점에서는 ‘스크린문학전 2015’를 진행한다. ‘스크린문학전’은 영화와 문학의 접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씨네 라이브러리’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보여준다.


김수아 인턴기자 sa0410@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