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블라카, 카플 시장서 돌풍

도시 간 이동 때 자가용 운전자와 탑승자 연결…기차보다 최대 75% 저렴


프랑스 스타트업 블라블라카(BlaBlaCar)가 유럽 카풀 시장을 휩쓸고 있다. 도시 간 이동 때 자가용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인 블라블라카는 최근 유럽 내 경쟁 업체인 독일의 카풀링닷컴과 헝가리의 오토홉을 연달아 인수하며 공격적으로 판을 키우는 중이다. 블라블라카는 두 건의 인수로 이제 유럽 18개국에서 20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게 됐다. 올 초 인도 진출에 이어 라틴아메리카 등 유럽 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블라블라카는 유류비 부담을 줄이려는 운전자와 교통비를 아끼려는 탑승자 모두를 만족시키며 급성장하고 있다. 해당 사이트는 운전자로 등록한 사람이 프로필과 함께 이동 경로, 여행 날짜, 탑승 가능 인원, 차종, 교통비 등을 올리고 목적지가 같은 사람이 예약 후 동승하는 방법으로 운영된다. 애완견을 데리고 탈 수 있는지, 담배를 피울 수 있는지까지 기재돼 있기 때문에 취향이 다른 사람끼리의 충돌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탑승자는 운전자에게 교통비를 지급하고 업체는 양쪽에게서 건당 11%의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가격 상한제로 공유 경제 정신 지켜
유럽인들이 기차나 비행기 대신 전혀 모르는 사람과의 자동차 여행을 택하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유럽은 도시 간 대중교통 시스템이 낙후돼 있고 기차 요금이나 도로 통행세 등이 매우 비싸 요즘 같은 불황기엔 소비자들의 부담이 상당한 편이다. 이 때문에 조금이라도 여비를 아낄 수만 있다면 낯선 사람들과 자동차를 함께 타는 것도 상관없다는 분위기다.

해당 업체의 자료에 따르면 블라블라카는 기차보다 최대 75%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독일 쾰른까지 편도 기차 요금은 30~40유로인데 반해 블라블라카의 카풀을 이용하면 11~13유로면 갈 수 있다. 운전자들도 큰 수익을 얻지 못하더라도 기름값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기꺼이 자동차의 남는 자리를 공유한다. 블라블라카의 회원들은 장거리를 혼자 가는 것보다 동행자와 함께하는 게 더욱 즐겁다고 말한다. 게다가 절약하고 나눠 쓰는 것에 워낙 익숙한 유럽인들의 생활 패턴도 카풀 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블라블라카의 공동 창업주인 프레데릭 마젤라 씨는 실제 경험을 토대로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그는 2003년 크리스마스 시즌 때 기차 티켓이 매진돼 여동생의 차로 가족을 만나러 간 적이 있었는데, 도로 위에 운전자 혼자만 탄 차량이 많은 것을 보고 비효율적이라고 여겼고 결국 자동차의 빈자리를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카 셰어링 회사를 설립하게 됐다. 블라블라카는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공유 경제가 글로벌 트렌드로 떠오르기 전부터 유럽 내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했다. 특히 2007년 프랑스의 대중교통이 파업에 돌입하자 대체제로 큰 관심을 받았다. 이때부터 비즈니스가 탄력을 받으며 급속도로 커갔지만 경영진은 ‘효율적이고 흥미롭고 저렴한 가격’이라는 기존 정책을 고수하기 위해 노력했다.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유럽 전역에서 엿새간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을 때 블라블라카의 이용 가격이 급등하게 되자 경영진은 과감히 가격 상한제를 실시하며 공유 경제의 정신을 지키고자 했다. 현재도 영국 런던에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로 이동할 때 운전자는 탑승자에게 최대 46파운드까지만 교통비를 받을 수 있다. 블라블라카는 지나친 상업화를 경계하고 그 대신 스마트한 방법으로 기존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나누고자 한다.


헤이그(네덜란드)=김민주 객원기자 vitamj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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