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캐시카우’ 금융, 저금리 돌파해야

한화생명이 이익 70% 담당…해외투자 늘리고 동남아 진출 가속


2015년 매출 48조 원을 목표로 뛰고 있는 한화그룹의 분위기는 연일 상승세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이를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만년 꼴찌’를 달리던 프로야구단 한화이글스까지 상승세를 이어 가며 그룹의 기를 세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 물론 이런 분위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룹의 리더 김승연 회장이 3년 만에 복귀한 후 조직과 구성원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으며 침체됐던 분위기가 ‘한 방’에 반전됐다면 또 다른 알 수 없는 ‘요소’에 의해 좋던 분위기가 한 번에 꺾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이제부터 한화그룹은 보다 치밀하고 꼼꼼하게 하나둘씩 남은 과제를 풀어 나갈 때다.

한화그룹이 성공적인 2015년을 보내기 위해서는 먼저 석유화학 및 방산 부문의 빅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먼저 기존 삼성맨과 한화맨 간의 문화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 화학 부문에서 이번에 한화그룹에 합류하는 직원은 한화토탈 1727명, 한화종합화학 350명으로 2000명을 넘어선다. 파란색 삼성 배지에서 주황색 한화 배지로 바꿨지만 이들의 DNA를 ‘신용과 의리’라는 한화의 DNA로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 노조가 여전히 인수를 반대하고 있고 위로금과 관련한 논란도 분분하다. 삼성 측은 한화토탈에 1인당 총 6000만 원의 위로금을 지난 4월 30일 일괄 입금했고 한화종합화학에도 1인당 총 5500만 원을 5월 중순께 입금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화토탈 노조는 위로금 반납 운동을 전개하고 있고 한화종합화학도 조만간 위로금 등 사측 제시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위로금에서 세금을 제외하고 나면 실제로 손에 쥐는 것이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부문의 업황도 걸림돌이다. 현재 기록적인 저유가가 바닥을 치고 상승하는 모습이긴 하다. 그러나 좀 더 멀리 보면 중국 석유화학 산업이 급성장 중이라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또한 방산 부문, 즉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가 위로금과 고용 보장을 놓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 주주총회가 계속 미뤄지는 등 인수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는 아직 구체적인 위로금 액수를 꺼내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 부문과 태양광 부문이 불투명한 것도 아직까지는 사실이다. 한국의 대형 건설 업체들은 중동 현장의 수익성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화도 마찬가지다. 태양광 또한 미래의 사업이긴 하지만 현재까지 수익성이 좋은 편은 아니다. 세계 유일의 일관 생산 체제를 갖춘 한화가 4년 동안이나 흑자를 내지 못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중요한 포인트는 빅딜의 깔끔한 마무리
이보다 중요한 것은 한화그룹의 또 한 축인 금융 부문이 잘 버텨 줘야 한다는 점이다. 한화그룹의 2014년 매출은 37조4568억 원, 영업이익은 5158억 원이다. 그런데 한화그룹의 핵심 금융사인 한화생명의 매출은 2014년 14조2532억 원, 영업이익은 4868억 원을 기록했다. 그룹 매출의 40%, 이익의 70% 정도를 한화생명이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즉 한화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제조 계열사를 키우며 미래를 바라보지만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현재를 책임지는 금융 계열사들의 성장이 확실한 밑바탕이 돼 줘야 한다는 뜻이다.

한화생명은 올해 자산 100조 원 시대를 맞았다. 하지만 한화생명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생보사들이 초저금리 기조에 따른 역마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화생명 역시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8% 정도 줄었다.

한화생명은 이를 돌파하기 위해 ‘해외투자’와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화생명의 해외투자 비중은 11.0%로, 전년 5.2%보다 5.8% 포인트 증가했다. 이를 통해 운용 자산 수익률이 전년과 동일한 5.0%를 달성했다. 저금리 기조 속에 국내 주식시장이 약세였던 상황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선방한 것이다.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베트남·중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영업 비중을 높이고 있다. 베트남 현지법인의 신계약 실적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1914억 동(VND)으로 2009년 308억 동에 비해 6배 성장했다. 점포도 2009년 5개에서 지난해 11월 말 호찌민·하노이·다낭·껀터 등 주요 도시를 거점으로 41개로 늘어났다. 2009년 진출 당시 450명에 불과했던 설계사도 8435여 명으로 늘었다.

중국 시장에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화생명의 중국 합작법인 중한인수보험유한공사는 2012년 12월 영업을 개시한 후 초회 보험료 1억7505만 위안(약 30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저장성에서 영업 중인 13개 외자 보험사 중 2위(신계약 기준)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2013년에 진출한 인도네시아에서 한화생명 법인은 2014 회계연도 기준 총자산 약 3977억 루피아(358억 원), 수입 보험료 126억 루피아(11억 원) 규모를 기록했다. 영업점을 개설하고 자카르타·수라바야·메단·스마랑·발리 등지에도 개인 영업 설계사 65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면세점 사업, 63스퀘어를 거점으로
한화그룹의 양대 축이 화학 및 방산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그리고 보험을 중심으로 한 금융업이라면 이 둘을 받쳐 주는 것은 백화점과 리조트 등 유통 및 서비스업이다. 한화생명의 서비스업도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한국 트렌드 리더들의 ‘성지’인 갤러리아백화점이 바로 한화 소속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유통 및 서비스업은 성장 정체다. 중국인 관광객들로 ‘특수’가 있긴 하지만 정작 한국 소비자들이 돈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은 ‘면세점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올해 서울 시내 지역에 면세점을 추가 허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시작한 제주공항 면세점 사업으로 국내 면세 사업자 중 최단 기간에 수익을 낸 바 있다. 작년 6월 영업을 시작한 제주 면세점은 3분기 누적 매출 213억3900만 원, 영업이익 7억6500만 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다음 한화 면세점의 목적지는 한화의 상징 63스퀘어다. 서울 명동과 강남 지역에 편중된 외국인 관광객을 여의도 지역으로 유치해 63스퀘어를 아시아 지역의 대표적인 쇼핑·관광 메카로 발돋움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돋보기
한화의 경영권 승계… 한화S&C ‘주목’
최근 SK·한진 등 대기업들이 지배 구조를 잇달아 재편하는 가운데 한화의 지배 구조 역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한화그룹이 적극 투자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의 ‘수장’ 역할을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상무가 맡고 있어 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여러 스토리들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한화그룹의 경영 승계 논의는 분명히 시기상조다. 아직까지 김승연 회장의 카리스마가 건재한 것은 물론 김 회장의 출생 연도가 1952년으로 63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룹 지배 구조의 핵심인 한화 지분 역시 김 회장이 지분 22.65%로 최대 주주인 반면 김동관 상무, 2남 김동원 한화그룹 디지털팀장, 3남 김동선 한화건설 매니저가 각각 4.44%, 1.67%, 1.67%를 갖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결국 한화그룹도 어떤 형태로든 지배 구조를 개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재계에서는 시스템 통합(SI) 업체인 한화S&C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S&C는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김동관 50%, 김동원 25%, 김동선 25%)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한화와 한화S&C의 합병이다. 두 회사가 합병한다면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안정적으로 합병 법인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한화S&C의 성장과 함께 한화S&C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의 성장도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한화에너지가 삼성과의 빅딜에서 삼성케미칼과 함께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즉 화학 부문의 성장은 한화에너지의 성장과 직결되고 이는 다시 한화S&C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한화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한화S&C를 지주회사와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화와 한화S&C의 합병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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