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틴 잡앤조이 1618] 취업교사들이여! 취업률을 올려라! 다만 경비는 그대 월급으로…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취업을 했다고 하는데, 확인을 해보면 근로소득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몇몇 선생님들께서 취업률 때문에 ‘페이퍼 컴퍼니’에 아이들을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앞으로는 절대 그런 일 없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4월 22일 충남대 정심화홀에서 열린 ‘특성화고 취업역량강화사업 설명회’ 중 최경식 교육부 연구사의 당부의 말이자 경고였다. 전국 특성화고에서 모인 800여명의 학교장 이하 부장 교사들은 최 연구사의 발언에 침묵했다.

취업역량강화사업은 교육부에서 특성화고 취업률 향상의 일환으로 만든 중점사업으로, 1년에 한 번 전국 특성화고 중 취업률이 높은 학교들을 선별해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다. 올바른 고졸 취업 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번 행사에서 취업률 높이기만을 위해 꼼수를 마다하지 않는 몇몇 학교의 실태를 꼬집은 것이다.

특성화고 취업률 경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몇 명의 학생이 삼성에 입사했는지, 몇 명이 은행에 입사했는지를 학교 정문 앞 플래카드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취업률은 특성화고의 평가 잣대로 매겨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중점 과제로 고졸 취업 바람이 분 것은 사실이지만 소위 높은 연봉에, 좋은 복지혜택의 회사에 취업시킬 수 있는 학교는 전국에서 손꼽힐 정도다. 그 손꼽히는 학교들은 대부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 특성화고인데 반해 나머지 학교들은 말 그대로 매년 취업전쟁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작년에 비해 고졸 채용이 줄어든 올해는 교내 취업담당 교사들의 어깨가 더 무거워진 게 현실이다.


일은 일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쓰고
보통 특성화고 취업부서는 4명(부장교사 1명, 취업담당 교사 2명, 취업지원관 1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 학년에 평균 236명(2014년 서울시 특성화고 졸업생)을 기준으로 했을 때 취업담당 교사 1인당 60여명의 학생들을 관리해야 한다. 특히 2학년 학생들도 실제 현장체험이나 인턴 등 취업에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취업담당 교사들이 관리해야 할 학생 수는 더 늘어난다.

교사 1명 당 100명이 넘는 학생들의 이력서?자소서 작성 코치부터 면접 준비, 그리고 복교생의 추수 지도까지 담당하다 보니 업무량은 1년 내내 과부하 상태다. 여기에 취업할 생각이 없는 학생들을 상담해 취업 마인드를 고취시키는 업무까지 도맡아야 하기 때문에 교사들은 취업부서를 꺼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1월, 수원의 한 특성화고 여교사는 취업부서로 발령 통보를 받은 후 학교 측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눈물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 취업담당부장은 “취업부서에서 쏟아지는 일은 일대로 하고 수업은 똑같이 해야 한다”며 “취업 담당을 맡고선 제 시간에 퇴근한 적이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학교의 지원이나 배려는 전혀 없고 취업은 시켜야 되니 막막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들이 취업부서를 꺼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취업을 위한 활동비 0원, 각개전투하는 취업교사들
취업률이 가장 우선인 특성화고이지만, 취업담당 교사에게 별도의 활동비는 지급되지 않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특성화고의 취업을 강화하기 위해 ‘취업역량강화사업’을 운영하고 각 학교별로 예산을 배분하는데, 교육청을 거쳐 학교에 지급되는 예산은 1학기가 끝날 무렵인 7월쯤 받게 된다.

한 특성화고 관계자는 “취업역량강화사업의 예산 분배가 취업률이 높은 학교 순으로 나눠지기 때문에 취업률이 낮은 학교의 경우 한 푼도 못 받는 경우도 있다”며 “예산을 받더라도 취업캠프나 강사 초빙 등 학교내 취업 활동에만 쓰이지 취업담당 교사의 활동비는 지급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취업교사들은 취업처 확보가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취업교사들이 취업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만나야 하는데, 만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어쩌다 운 좋게 기업 인사담당자를 만나기라도 하는 날이면 허리가 90도로 굽혀지는 건 예사다. 한 특성화고 취업부장은 “워낙 취업처가 하늘에 별 따기라 얼마전엔 서울 교대역 근처로 무작정 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대 앞에는 임대료가 싸 업체들이 많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무작정 빌딩에 붙어 있는 기업현판을 보고 들어갔다.”며 “무더운 여름에 2시간 동안 문 앞에서 기다린 적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 교사는 “식비, 주차비, 유류비는 모두 교사 개인비용에서 나간다”며 “기업에서 우리 아이들을 받아줄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몇 만원이 아깝지 않지만 이게 쌓이다보면 부담스러운 금액이 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특성화고 취업교사는 “기업 인사담당자들과의 미팅 일정이 있는 날이면 2인 1조로 움직인다”며 “한 명이 업체 미팅을 하러 가면 다른 한명은 차 안에서 대기하고 있거나 차로 주변을 배회한다”고 전했다. 큰 기업이야 주차 시스템이 잘 돼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주차공간이 없는 경우가 많아 주차비 절감을 위해서 2인 1조로 다닌다는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의 개인비용 지출이 부담이라는 건 알지만, 교사는 학생들의 올바른 진로 선택을 위해 앞에서 이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줘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취업교사 활동비를 별도로 지급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학교 취업률의 선봉에 선 취업교사들의 2중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대책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 강홍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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