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통신 산업의 네트워크 가치를 위한 전략적 접근’
Based on “A Strategic Approach to Network Value in Network Industries”, Lucio Fuentelsaz, Elisabet Garrido, and Juan P. Maicas, Journal of Management, Mar 2015, Vol. 41, No. 3, pp. 864~892연구 목적
그간 통신 산업을 다룬 다양한 연구들은 지난 몇 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한 소프트웨어,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게임 산업이 통신망에 힘입어 시장 경쟁력을 갖춘 대표적인 산업이라고 밝히고 있다. 선행 연구들은 통신 산업과 통신망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통신 기업 차원에서 추진하는 설비투자·해외시장 진출 등과 같은 전략적 움직임이 통신 기업의 실적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는 그리 많지 않다.
매니지먼트 저널 2015년 3월호에 게재된 이 논문은 스페인 사라고사대의 루시오 후엔테즈 경영학과 교수, 엘리자벳 가리도 조교수, 후한 마이카스 부교수의 공동 연구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통신 기업의 전략적 움직임이 통신 기업의 실적에 주는 영향을 연구하며 이 논문을 집필했다. 연구진은 기업의 ▷사용자 수 ▷글로벌화 수준 ▷전환 비용 등의 변수와 네트워크 가치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네트워크의 가치를 판단하고 이를 통해 네트워크의 가치와 기업 실적과의 관계를 분석했다. 네트워크 가치는 네트워크 이용자 수, 통신 서비스 범위 및 기존의 다른 이용자로부터 창출되는 가치를 의미한다.
연구 주제
연구진은 네트워크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한 세 가지 가설을 세웠고 네트워크의 가치와 기업 실적과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한 한 가지 가설을 수립했다. 네트워크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한 가설은 고객의 기대치(통신 품질에 대한 기대치), 고객과 고객의 상호작용(서비스 선택 시 고객 간의 영향), 기업 간의 경쟁력(통신 속도, 제공 범위)을 바탕으로 설정됐으며 이는 사용자 수, 글로벌화 수준, 전환 비용 등에 근거했다.
연구진은 통신 산업이 사용자 수에 따라 시장 지배력이 결정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시장에 조기 진입한 기업, 즉 선점 우위를 확보한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이는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 다수의 조기 사용자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의견과 불만 사항을 파악할 수 있고 이에 맞춘 서비스를 구축해 소비자 간의 편승효과(밴드왜건 효과:대중적으로 유행하고 있다는 정보로 그 선택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통신 시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기업들이 높은 네트워크 가치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첫째 가설을 수립했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글로벌 경쟁 시대에서 많은 통신 기업이 타 국가로의 진출을 시도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자국 내 통신 서비스만을 제공하지 않고 다양한 국가의 통신 서비스 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연구진은 이 부분에 착안해 기업의 글로벌화가 네트워크 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둘째 가설을 세웠다. 또한 글로벌화된 기업은 타 국가의 많은 소비자로부터 검증받은 통신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부각할 수 있다. 글로벌화된 통신 기업은 국제전화, 로밍 서비스 등과 같은 부가 서비스에서 타 통신 기업 대비 좋은 가격 경쟁력과 더 나은 통화 품질을 제공할 것이라는 소비자의 기대가 높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소비자가 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통신 기업을 선택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연구진은 높은 전환 비용이 네트워크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셋째 가설도 세웠다. 적지 않은 선행 연구가 높은 전환 비용이 고객을 고착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이 논문은 통신 기업이 높은 전환 비용을 고객에게 요구하면서 네트워크의 가치를 기업 스스로 떨어뜨린다고 봤다. 이는 결론적으로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이 연구진의 주장이다. 고객 쪽에서 봤을 때 높은 전환 비용을 요구한다고 여겨지는 통신 기업에 부정적 이미지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스마트한 소비자들은 자사 상품에 고객을 고착화하려는 통신 기업이 향후 통신 서비스의 가격을 보다 높게 책정해 고객을 착취할 수 있다고 여길 수도 있다. 여기에서 네트워크의 가치는 서비스 이용자 수 등과 같은 양적인 데이터뿐만 아니라 기업 이미지, 평판 등과 같은 질적인 데이터를 포함한 의미를 지닌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앞선 세 가지 가설을 통해 도출한 결과를 바탕으로 네트워크 가치가 기업의 실적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보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진은 통신 산업의 특성상 네트워크의 가치가 높을수록 보다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소비자 쪽에서 보다 많은 고객을 유치한 통신 기업, 즉 네트워크의 규모가 큰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연구 방법
앞서 밝힌 네 가지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유럽의 통신 산업, 특히 최근 가장 크게 성장한 이동통신 산업을 연구 대상으로 선정했다. 연구 샘플의 구성은 1998년 4분기를 시작으로 2008년 2분기까지 유럽 지역 20개 국가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했던 통신사를 대상으로 설정했다. 통신 기업의 전략적 움직임과 네트워크의 가치 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2032명의 고객 데이터를 분석했다. 네트워크의 가치와 기업 실적의 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1991명의 고객 데이터를 살펴봤다. 연구에 필요한 자료인 기업의 이름, 서비스 이용자의 정보, 국가별 기업의 개수, 개별 기업의 실적 정보, 해당 기업의 통신 산업 진출 시기, 주주 현황 등을 수집했다. 연구진은 다양한 출처를 통해 보고서와 기업 정보 등의 데이터를 수집했고 메릴린치에서 분기별로 발간하는 통신 산업 분석 보고서인 메릴린치 글로벌 와이어리스 매트릭스를 주로 활용했다.
연구 결과
연구 결과 연구진의 가설 대부분을 뒷받침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첫째, 시간이라는 변수를 포함해 글로벌화 수준, 전환 비용 등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기업이 통신 산업에 진출해 서비스를 제공한 기간과 네트워크의 가치가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오랜 기간 서비스를 제공한 기업이 높은 네트워크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둘째, 통신 기업의 글로벌화 수준은 네트워크의 가치와 실질적인 연관성이 있지만 무의미한 수준의 결과를 보였으므로 둘째 가설은 입증되지 않았다. 대다수의 통신 서비스 이용자는 국제 통신 서비스보다 자국 내 서비스 이용률이 높기 때문이다. 연구 대상이 된 유럽 지역 통신 기업의 로밍 서비스는 통신사 간 큰 차별점을 주지 못한다는 부분도 둘째 가설의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 셋째, 높은 전환 비용은 네트워크의 가치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는 결론을 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네트워크의 가치와 기업 실적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넷째 가설을 뒷받침하는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고객은 높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보다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사용자 상호 간에 보다 폭넓은 정보(음성·메시지 등)를 공유할 수 있는 기업의 서비스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사점
최근 이동통신 기업들은 고객 유치 경쟁을 펼칠 때 고객고착화를 위한 전환 비용을 높여 고객이 다른 통신사로 옮기기 어렵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기도 한다. 멤버십 서비스의 혜택 확대와 다양한 프로모션이 그 일환이다. 하지만 고객의 전환 비용을 높이려는 통신 기업의 움직임이 긍정적 결과만을 낳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논문의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요즘 소비자들은 기업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여겨보며 해당 기업의 이미지를 판단한다. 소비자의 전환 비용을 높이려는 통신 기업의 동향이 해당 기업의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통신 기업 중 글로벌 서비스를 강화하는 회사가 적지 않다. 하지만 로밍과 같은 글로벌 서비스에서 타 통신 기업의 서비스와의 차별점을 소비자에게 줘야 글로벌 서비스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부분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이희진 삼정KPMG 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hlee3@kr.kp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