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 위해 아베 손 잡은 오바마

미일 신동맹 시대 개막…일본 자위대 작전 범위 전 세계로 확대

일본의 자위대가 세계 어디에서든 미군과 공동으로 군사 활동을 벌일 수 있게 된다. 미국과 일본이 18년 만에 미일 방위 협력 지침을 개정하는 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기존 방위 지침은 미군과 자위대의 공동작전 범위를 한반도와 대만해협을 아우르는 ‘일본 주변’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새 지침은 이런 지리적 제약을 없앴다. 유사시 자위대의 한반도 파병도 가능했지만 새 지침에 자위대가 한반도 주변 지역에서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때 한국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자위대의 작전 범위 확대는 일본에 매우 중요한 문제다. 평화헌법의 구속을 받는 국가에서 독자적인 군사 활동을 하고 심지어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 가는 수순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이 일본의 보통 국가화를 측면 지원하는 셈이다. 배경은 뭘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4월 2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미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 물음에 대해 시원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미일 방위 협력 지침을 골자로 하는 미일 안보 동맹을 설명하면서 “중국이 힘으로 위협을 가하면서 아시아 역내 긴장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 섬 건설 등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 있는 이슈까지 거리낌 없이 언급했다.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 섬 건설에 대해 “미일은 남중국해의 자유로운 항해, 국제법 준수,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힘에 의한 중국의 패권 확장 시도에 대해 공개 경고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새 방위 지침에 따르면 일본의 요구에 따라 양국이 공동으로 무력행사를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로 ‘섬 방위’를 적시했다.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인 센카쿠열도를 중국이 공격한다면 일본이 주체적으로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미군이 자위대를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시아 재균형 전략 위한 포석
미일 신동맹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진 결과다. 미국은 군사·외교 역량의 중심축을 아시아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표방해 왔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슬람국가(IS) 격퇴 전쟁 등에 발목이 잡혀 있다. 중국은 날로 세력을 확장하는 데 미국은 돈(국방비)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그런데 일본이 ‘돈’과 ‘군사력(자위대)’을 지원하겠다고 나서자 양국 관계가 급속히 호전됐다. 미국으로서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성공을 위해 일본을 역내 ‘대리자’로 내세우고 일본은 동북아에서 중국의 세력 확장을 차단하고 재무장을 통한 이른바 ‘보통 국가’로 변신하겠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설명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정상회담 후 새로운 방위 협력 지침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조기 체결을 통해 안보와 경제 분야의 협력을 격상시키는 ‘미일 공동 비전 성명’을 발표했다. 두 정상은 성명에서 “과거의 적이었던 두 나라가 견고한 동맹이 됐다”며 “오늘 회담은 미일 파트너십을 전환해 나가는 역사적인 걸음을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또 “힘과 강압에 의한 국가들의 일방적인 행동이 국제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며 중국의 패권 확장에 대한 견제의 뜻을 분명히 했다. 동북아 정세에 미묘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워싱턴 = 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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