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부영…“2015년 쉽지 않네”

현장 사망 사고 등 잇단 악재에 후계 구도까지 불투명


‘임대 아파트’ 사업으로 거침없이 질주해 온 부영그룹(이하 부영)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야심차게 면세 시장 진출을 노렸지만 좌절됐고 간판 사업인 임대 아파트 사업도 ‘임대료 과다 측정’ 논란에 휩싸이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여기에 건설 현장에서는 사망 사고까지 잇따르는 등 악재의 연속이다. 일각에서는 불투명한 후계 구도까지 지적하며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잘나가던 부영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위례 현장, 올 들어서만 2명 사망
“기본 수칙을 준수하지 않아 중대 재해가 연이어 발생하는 업체는 소속 현장의 안전·보건 감독을 전방위로 실시하고 작업 중지와 안전 진단 등 행정조치도 병행할 것입니다.”(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4월 14일 위례신도시 부영아파트 신축 현장을 찾았다. 건설 현장의 안전 관리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위례신도시 부영아파트 신축 현장에서는 올 들어서만 2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1월에는 고소 작업대 탑승 근로자가 천장에 깔려 사망했고 2월에는 근로자가 갈탄 가스에 질식 사망했다. 밀폐 공간 작업 시 착용하는 호흡용 보호구를 미착용해 발생한 사고라는 게 부영 측의 설명이다.

현장을 찾은 이 장관은 기본적인 4대 안전 수칙(안전 보건 교육 실시, 보호구 지급·착용, 안전 작업 절차 지키기, 안전 보건 표지 부착)을 준수하고 안전 시스템 구축을 위한 투자를 대폭 확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부영은 즉각 안전 관리 강화에 나섰다. 기존 건설관리부 안전팀을 감사실 안전관리부로 개편하며 안전 조직을 확대하고 위례신도시 A2-10블록 현장에 안전감시단을 배치해 밀착 감시함으로써 근로자의 불안전한 행동을 예방하도록 했다.

하지만 업계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경기도 이천 A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조모(34) 씨는 “같은 현장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잇따라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안전에 대한 회사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위례 부영 현장에서는 일하지 말자는 분위기까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위례신도시 부영아파트(A2-10블록)는 그동안 임대 아파트 건립에 집중해 온 부영이 처음으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일으키면서까지 야심차게 추진한 자체 사업장(시행+시공)이다. 하지만 청약 성적은 초라했다. 1~3순위 청약 결과 1380가구 모집에 941명만 신청하며 위례신도시 역대 가장 낮은 청약률(평균 경쟁률 0.68 대 1)을 기록했다.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위례 부영아파트는 분양가는 저렴했지만 중대형 위주의 평면 구성과 세련되지 못한 내부 인테리어로 외면 받았던 것”이라며 “그동안 부영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과 경쟁하는 임대 아파트 공급에서 우위를 보였을지 모르지만 대형 건설사들과 진검 승부를 펼치는 일반 아파트 분양 시장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한 게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그런데 최근 주력 사업인 임대 사업에서도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높은 임대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면서 분양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4월 15~16일 진행된 여수 ‘웅천 부영사랑으로’ 1·2·3차 2077가구(특별 공급 물량 제외)에 대한 청약 결과 377명만 참여하며 평균 18%의 저조한 청약률을 기록했다. 사단법인 여수시민협은 “부영주택이 웅천지구 임대 아파트의 임대료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입주를 희망하는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며 “자기 돈 크게 안 들이고 정부 혜택(국민주택기금)을 받는 부영이 기금 이자까지 임대료에 포함하는 몰염치한 주택 사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과 1년 전인 2014년 부영이 공급한 여수 죽림지구 임대 아파트와 비교해 59㎡는 월 임대료를 19만 원에서 37만 원(보증금 9300만 원→1억2000만 원)으로, 84㎡는 월 임대료를 30만 원에서 52만 원(보증금 1억3000만 원→1억7000만 원)으로 인상하며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부영 측은 “국토해양부에서 고시하는 임대주택 표준 임대 보증금 및 임대료에 의거해 적법하게 산출된 임대 조건”이라며 “웅천지구의 용적률(149~179%)과 죽림지구의 용적률(199%)에 차이가 있다 보니 임대료에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여수시민협은 “추후 공급하는 웅천지구 아파트에 대해 층수를 높여(기존 15층?변경 25층) 용적률을 그만큼 늘리고는 변명하고 있다”고 맞받아치며 고가 임대료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실패로 끝난 면세 시장 진출
2015년 부영의 악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부영은 지난해 12월 마감된 제주 시내 면세점 사업권(특허권) 신청에 롯데면세점·신라면세점 등과 함께 참가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건설 경기 침체에 따른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승부수였다.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불붙은 면세점 사업권 쟁탈전에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까지 발 벗고 나섰다. 이 회장은 직접 제주시를 방문하고 서귀포여고에 기숙사를 기증하는 등 총공세를 펼쳤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면세점 쟁탈전은 2월 롯데면세점이 사업권을 재승인 받으며 마무리됐다. 이에 대해 부영 측은 결과적으로 면세점 특허권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많은 경험을 얻은 좋은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냉정하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장까지 전면에 나선 부영이었지만 면세점 ‘큰손’ 롯데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면서 “부영의 면세점 특허권 획득 실패는 기업의 한계를 드러내고 자존심만 구긴 초라한 패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부영을 둘러싼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건설 업계에서는 부영을 향해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건설 업계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4월 초부터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성완종 사태’와 경남기업의 상장폐지, 4월 23일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 등 바람 잘 날이 없다. 일련의 상황 속에서 부영마저 휘청거리면 분양 현장 등에서 모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는 건설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것. 이 회장이 74세의 고령인 가운데 무엇보다 불투명한 후계 구도를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 회장은 슬하에 3남 1녀를 뒀다. 그중 부영 지분을 보유한 자녀는 장남 이성훈(48) 부영그룹 부사장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지분이 적어 지배력이 취약한 상황이다. 심지어 이 부사장은 2014년 7월 이사에서 해임되면서 보유 지분도 2.2%에서 1.6%로 낮아졌다. 부영을 재계 27위(공정거래위원회, 2015년 4월 기준)까지 성장시킨 이 회장이 건재하며 회사를 진두지휘한다는 점은 장점일 수 있지만 반대로 이 회장이 없는 부영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부영 측은 이에 대해 “부사장의 지분이 감소한 것은 세금을 주식으로 물납한 것으로 회장의 지분율이 많아 문제가 안 된다”면서 “이사직은 임기가 만료(2014년 7월 23일) 되자 개인 의사에 따라 더 이상 연장하지 않은 것일 뿐 현재 부사장으로서 기획R&D 담당 업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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