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경쟁 상대는 롯데와 신세계”

4년 만에 경영권 되찾은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모바일 쇼핑으로 승부


“1등 자리요? 잠시 빌려준 거죠.”

신현성 티켓몬스터(이하 티몬) 대표의 대답엔 거침이 없었다. 업계 1위로 올라선 경쟁사의 활약을 묻는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자신감 넘친 답변이 이어졌다.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 건 최근 드라마틱하게 벌어진 경영권 확보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신 대표는 지난 4월 20일 글로벌 투자사(사모 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존 대주주인 그루폰으로부터 티몬의 지분 59%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신 대표가 13%의 지분을 확보했고 나머지는 재무적 투자자인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각각 23%를 나눠 갖는 구조다. 이에 따라 신 대표는 2011년 리빙소셜(미국 소셜 커머스 기업)에 티몬의 지분 100%를 매각한 이후 4년 만에 경영권과 대주주의 지위를 되찾는 데 성공했다.


5년 동안 주인 3번 바뀐 티몬
신 대표가 2010년 5월 창업한 티몬은 국내 소셜 커머스 시장의 원조다. 2013년까지 티몬은 업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으며 부동의 톱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 1575억 원을 기록하며 매출 규모 1위 자리를 쿠팡(3485억 원)에 내줬다. 만년 3위 위메프도 1259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티몬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1위 수성이 흔들리는 사이 회사의 주인은 3번이나 바뀌었다. 2011년 미국계 소셜 커머스 기업인 리빙소셜이 신 대표로부터 티몬의 지분 100%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 1월에는 세계 최대 소셜 커머스 기업 그루폰이 새로운 주인으로 나섰다. 그 사이 라이벌 기업인 쿠팡은 2013년 5월에 1000억 원을, 11월에는 3000억 원을 투자 받으며 무섭게 성장했다. 결국 티몬은 2014년 들어 업계 1위 자리를 쿠팡에 내줬다. 업계 3위인 위메프까지 무섭게 치고 올라오며 피 말리는 삼파전이 이어졌지만 불안정한 경영권은 과감한 투자나 혁신적인 마케팅에 걸림돌이 돼 왔던 게 사실이다. 신 대표가 아쉬워한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일각에선 창업 1년 만에 매각에 나섰다며 ‘먹튀’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매각 이후에도 신 대표는 지금까지 최고경영자(CEO)로 일하며 회사 전반의 경영을 책임져 왔다.

“경영전략이나 회사 운영은 독립적인 편이었어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게 예산이었죠. 그루폰만 해도 진출한 나라가 50개국이 넘어요. 정해진 예산을 분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상장 기업이라 잘되는 쪽에 과감히 몰아주는 게 구조적으로 어려웠어요. 공격적인 경영전략으로 시장의 니즈를 그때그때 충족시키지 못한 게 사실이에요.”

한국의 소셜 커머스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며 기존 유통 채널마저 잠식할 만큼 성장한다는 사실은 그루폰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투자 규모와 근거를 일일이 공시해야 하는 상장사로선 가능성만을 보고 예산을 몰아주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루폰이 티몬을 매물로 내놓겠다고 발표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경쟁사인 위메프를 비롯해 LG유플러스·CJ오쇼핑 등 쟁쟁한 대기업까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신 대표가 경영권을 되찾아야겠다고 결심하고 그루폰과 대화에 나선 것은 이미 지난해 6월 무렵부터였다. 다행히 그루폰도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했다. 티몬의 성장 가능성만큼 충분한 재무적 지원을 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미 그루폰 경영진도 인식하고 있던 터였다.

그루폰으로서도 남는 장사다. 그루폰이 2013년 리빙소셜로부터 티몬 지분 100%를 인수할 때의 금액은 2억600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번 딜에서 평가받은 티몬의 가치는 약 7억8200만 달러다. 59%의 지분을 인수가액으로 감안하면 4억6138달러에 달한다. 1년 만에 3배가량 이익을 남긴 셈이다. 더구나 그루폰은 지금도 티몬의 지분 41%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티몬의 경영 성과가 그루폰의 이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여전하다.


모바일 강화가 당면 과제
완전한 경영권 독립은 그동안 신 대표와 티몬의 숙제였다. 2011년 리빙소셜 인수만 해도 글로벌 진출과 투자 확보가 최선의 선택이라는 확신으로 추진한 딜이었다. 하지만 이후 모기업의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안정적인 투자처 확보라는 애초 계획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 글로벌 1위라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이미 레드오션이 된 시장 상황상 그루폰도 여유 있는 형편은 아니었다.

신 대표는 “우리에겐 엊그제 같은 시간만은 아니었다”며 창업 이후의 지난 5년을 회고했다. 이번 경영권 확보 과정도 신 대표 개인의 의지와 인맥이 상당한 힘을 발휘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앞서 ‘먹튀’ 논란이 일었던 소셜리빙 매각 건도 대부분이 신 대표와 소셜리빙 간의 주식 스와프로 성사됐다. 당시 신 대표가 실제로 손에 쥔 현금은 세금 납부를 위한 일부 금액에 지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명확히 공시된 내용은 없지만 이번에 신 대표가 확보한 13%의 지분은 대략 1000억 원 정도다.

“예전 매각 자금도 일부 남았고요. 그동안 국내 테크 회사들을 중심으로 엔젤 투자에 공을 들였는데, 운 좋게도 다들 성과가 좋았어요. 스타트업이나 벤처 업계에선 ‘패밀리 앤드 프렌드’라고 부르는데, 최고경영자(CEO) 개인이나 회사의 가능성을 보고 함께 투자하는 동료들이 있어요. 그분들께 개인적으로 빌린 돈도 있죠. 금액으로 따져도 작은 규모는 아니에요.”

재무적 투자자로 함께 나선 사모 펀드들도 인연의 끈을 제법 오래 이어 온 사이다. 신 대표가 티몬 지분 확보에 뜻을 둔 것은 2013년 그루폰이 리빙소셜로부터 티몬 지분을 인수할 때부터였다. 신 대표는 당시에도 지금과 같은 구조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했다. 하지만 자금 확보가 무엇보다 급했던 리빙소셜과 글로벌 진출에 시동을 걸던 그루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신 대표의 계획은 무산됐다.

“앵커에쿼티와는 이후로도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어요. KKR는 ‘뮤추얼 프렌드(서로 아는 친구를 이르는 말)’가 많았죠. 티몬의 법무실장과 KKR의 법무실장이 형제간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유통과 정보기술(IT) 분야에서 풍부한 글로벌 투자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로부터 티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중요해요. 백지 상태에서 다시 출발한다고 해도 지금만큼 이상적인 조합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신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손목의 수갑을 푼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완전한 경영권 독립에 대한 갈증을 표현한 말이다. 본사가 자잘한 경영까지 간섭하지는 않았지만 큰 틀의 전략적 투자나 공격적인 마케팅은 반드시 협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마저 실행이 여의치 않을 때도 많았다. 이번에 지분 인수를 함께한 컨소시엄 중 신 대표의 지분은 13%로 가장 적다. 하지만 이사 선임 수는 신 대표가 2명, 사모 펀드 2곳이 각각 2명, 그루폰이 1명으로 조정됐다. “투자 금액에는 차이가 있지만 실제 경영에선 동등한 목소리를 내자는 취지”라는 게 신 대표의 설명이다. 신 대표는 “그루폰은 상징적인 의미에서 이사회에 참여한 것뿐 실질적으론 경영에서 손을 뗐다”며 “(그루폰이) 아예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 방안도 고민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티몬의 당면 과제는 업계 1위 탈환이다. 신 대표는 이를 위해 단순 배송 커머스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커머스’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여행이라면 필요한 물품부터 비행기 티켓, 호텔 예약, 맛집 쿠폰 등을 티몬 한곳에서 구현하는 서비스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모바일 환경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가장 빠르고 편리한 쇼핑 경험을 모바일에서 구현한다는 목표다.

“앞으로 소셜 커머스 시장 규모가 100조 원 수준까지 커질 것이라고 확신해요. 우리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쿠팡이나 위메프가 아니죠. 이미 다음 분기부터 혁신적인 몇몇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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