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부, 가계로 옮겨 가야


한국은행은 2013년 처음으로 개인총처분가능소득(PGDI)이라는 지표를 발표했다. 실제로 국민들의 소득을 측정하기 위해 만든 지표다. 그동안 국내총생산(GDP)에 국외 수입을 더한 국민총소득(GNI)을 소득 지표로 사용해 왔지만 실질적인 국민소득을 반영할 때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민들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GNI의 60%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GNI에서 기업(비영리단체 제외)과 정부의 몫인 기업 수익, 세금, 사회보험 부담금 등을 뺀 PGDI를 사용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가늠한다.

PGDI를 GNI로 나누면 국민총소득 중 가계에 돌아가는 비중을 알 수 있다. 아쉽게도 이 수치는 1975년부터 쭉 하락세다. 1975년에는 77.6%에서 2013년 56.1%까지 하락했다. 경제 주체 중 가계의 실질소득은 상대적으로 증가세가 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계 저축률을 봐도 개인의 부가 축적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창 성장기여서 배고팠던 1970년대를 지나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들어서며 가계 순저축률은 점점 상승하다가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급락한다. 소득은 증가하지만 가계에 돌아오는 비중이 낮아지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돈을 모으고 있는 상황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면 그 돈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해답은 기업 저축률에 있다. 기업의 저축률은 꾸준히 상승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소득 중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지만 돈을 풀지 않고 주머니에 꿰차고 있다는 뜻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

정부는 작년에 기업의 배당과 투자를 장려하는 의미에서 사내 유보금에 과세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했다. 가계로서는 기업이 세금을 더 내기보다 주주들에게 배당을 확대하거나 설비투자에 돈을 푸는 편이 직접적으로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의 바람대로 올해는 배당성향과 투자 확대를 기대해 본다. 이미 작년 연말부터 그 기대는 일정 부분 현실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앞으로 더 가속화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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