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기 쉬플리코리아 대표
“기업 대 기업(B2B) 수주 영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을 갖는 것입니다.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을 찾아 솔루션을 제공해 줘야 합니다. 믿을 수 있는 의사에게 환자가 자신의 증상을 얘기하는 것처럼 고객은 영업 전문가에게만 차별화된 정보를 제공합니다.”김용기 쉬플리코리아 대표는 수주 영업은 ‘관계’가 아닌 ‘솔루션’이라고 강조한다. 기업 대 기업의 대규모 수주 영업은 영업 활동 내에서도 차별화된 분야로,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이때 고객과의 친밀감을 쌓아가는 ‘관계 중심 영업(ABS)’을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며 오히려 접대를 하면 할수록 고객은 멀리 달아난다는 설명이다.
“일반 영업이라면 관계 중심 영업이 통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아는 후배에게 보험이나 차를 팔 수는 있어요. 하지만 아는 후배에게 시스템을 구축해 달라든지 미사일을 사달라고 할 수는 없죠. 수주 영업에선 제일 친한 사람이 아닌 가장 잘할 수 있는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안 요청서 오기 전 사전 영업 중요
쉬플리코리아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미국 쉬플리의 한국 지사로, 수주 영업에 특화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정보 수집, 전략 개발, 전략 기반 고객 커뮤니케이션, 제안서, 프레젠테이션 등 5개 분야로 세분화된 서비스를 한다. 기업들이 각 분야에 전문성을 갖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특정 분야의 ‘원 포인트 레슨’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쉬플리코리아의 고객들은 2013년 말 기준으로 88.8% 수주율을 기록했고 5조6000억 원의 누적 수주액을 기록했다.
“한국에 처음으로 제안 컨설팅을 소개했는데 처음엔 다들 반신반의했어요. 영업 대표들조차 관계 중심 영업에 익숙해 우리가 제안하는 방법에 고개를 갸웃했었죠. 영업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한 셈인데, 이런 방법으로 승승장구하니 업계에 소문이 금방 났죠. 지금은 일반 컨설팅 회사에서도 비슷한 서비스를 많이 제공하고 있고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키는 중입니다.”
수주 영업의 핵심인 전문가 영업을 잘하는 노하우가 있을까. 김 대표는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질문을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객이 입을 여는 순간에는 “경청”해야 한다. 이때 나온 대답들은 빠짐없이 노트에 적어 다시 문서로 저장해야 지식으로 축적된다. 이러한 문서는 회사의 지식자산이자 조직을 차별화하는 키포인트가 된다.
김 대표는 이 땅의 수많은 영업맨들에게 두 가지를 갖출 것을 제안했다. 첫째는 자신의 일에 대한 비전이고 둘째는 그에 걸맞은 전문성이다. “저도 쉬플리를 만나기 전에는 관계 중심 영업이 영업의 전부인 줄 알았어요. 전략이나 방법론을 모르니까 같은 레벨에서 경쟁했던 거죠.
김 대표는 또한 ‘사전 영업’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고객이 니즈가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자신의 고민을 모두 말하게 되죠. 그런데 제안 요청서(RFP)가 나오면 고객의 태도가 돌변하기 마련입니다. 공식적이고 공평해지죠. 그래서 제안 요청서가 나오기 이전에 사전 영업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와 함께 경쟁자보다 먼저 영업을 시작하는 게 수주 영업률을 끌어올리는 핵심 비법이라고 김 대표는 귀띔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