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보는 눈’ 망원경의 진화

허블 망원경 퇴역 앞둬…비용 논란 불구 차세대 프로젝트 추진


얼마 전 세계 언론 지면이 아름다운 별빛의 카펫 위로 솟구치며 빛나는 구름 기둥의 모습으로 장식됐다. 이 사진의 이름은 바로 ‘창조의 기둥(Pillars of Creation)’으로, 독수리 성운으로 알려진 산개성단 한구석의 가스와 먼지 덩어리를 확대해 찍은 것이다. 언뜻 보면 이것이 추상 현대예술 작품인지 착각이 들 정도의 신비로움과 경외감을 안겨준다.

이 극적인 사진을 찍은 주역은 바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허블 우주 망원경(HST)이다. 1990년 지구 저궤도로 쏘아 올린 이후 우주 구석구석으로 시선을 돌려온 바로 그 망원경이다. 이 작품도 원래는 1995년에 처음 찍혀 세간의 인기를 톡톡히 끈 것이었다. 이제 망원경 가동 25주년을 기념하고 훨씬 향상된 CCD 카메라의 성능을 비교해 보여주기 위해 2014년에 촬영되고 2015년 벽두에 공개됐다.

이처럼 많은 과학적 성과를 남긴 허블 우주 망원경은 이제 곧 퇴역을 앞두고 있다. 그간 여러 차례의 수리와 업그레이드를 거쳐 10년 넘게 수명을 연장해 왔지만 2017~2020년을 전후해 궤도를 이탈하면 지구로 추락, 긴 임무의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다. 그러나 허블 우주 망원경이 퇴역한다고 해서 우주를 향한 인류의 호기심이 결코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점점 더 커져 가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기술적 진보는 곳곳에서 함께 일어나고 있다.


우주 망원경 둘러싼 효율성 논란
허블 우주 망원경은 대단한 프로젝트였던 것은 분명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를 낳기도 했다. 가장 생생한 문제는 1990년 발사 당시까지도 지름 2.4m짜리 주 반사경의 가공 결함을 미리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바람에 20년이나 공을 들인 우주 망원경의 정상 가동이 3년이나 지체됐고 수리 목적으로 추가로 우주왕복선을 띄우느라 막대한 비용이 소모됐다.

이 홍역을 치르고 나서 과학계에는 과연 우주 공간에 망원경을 띄우는 게 효율적인지 회의가 번져 갔다. 애초에 우주 망원경을 만들게 된 것은 우주의 관측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지구의 대기이기 때문이었다. 대기가 없는 우주 공간은 이런 방해물이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방해 받지 않는 깨끗한 우주의 빛을 받을 수 있는 장소라는 이점이 있다.

수많은 과학기술자들이 착안한 점은, 그렇다면 지상에 설치한 망원경에서도 이러한 대기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것이었다. 전통적인 해법은 최대한 높고 기류가 안정된 곳에 망원경을 설치하는 방법이었다. 높이 올라가면 공기가 희박해지고 구름보다 위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주요 대형 망원경들은 지구상 아주 좁은 지역에 몰려 있다. 하와이의 고도 4000m가 넘는 마우나케아산 정상 일대, 고도 2000~3000m의 안데스 산맥 기슭 칠레 아타카마 산맥 일대 등이다.

이와 함께 대기에 의한 약간의 손실은 거대한 크기로 커버하고자 했다. 우주 망원경은 우주발사체(로켓), 우주왕복선의 화물칸에 실려 가야 하기 때문에 크기가 제약된다. 허블 우주 망원경도 구경을 2.4m로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상은 공장에서 관측소까지 도로만 뚫으면 큰 제약이 없기 때문에 훨씬 큰 망원경을 만들 수 있다. 세계에서 단일 반사경으로 가장 큰 것은 미국 그레이험 국제천문대에 있는 것으로 지름이 8.4m에 이른다. 이것은 허블 망원경보다 12배가 넘는 집광력을 가지기 때문에 대기의 악영향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최신 광학 기술에도 지상 관측은 한계
더욱 큰 진보는 1980년대 이후 컴퓨터 제어 기술의 발달로 가능해진 능동 광학(active optics), 적응 광학(adaptive optics) 기술이 가져왔다. 대형 망원경의 주 반사경은 매우 크고 무겁기 때문에 되도록 얇게 만들려고 한다. 문제는 반사경이 얇아지면 망원경이 움직임에 따라 조금씩 변형된다는 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온이 변화하면서 유리가 팽창하거나 수축하면서도 변형이 일어나게 된다. 그 결과 설계대로 정확하게 빛을 반사시키지 못하게 된다. 능동 광학은 이 반사경의 뒷면에 수많은 센서와 액추에이터를 달아 조금씩 표면을 밀고 당기면서 실시간으로 변형 상태를 보정해 주는 기술이다. 이를 이용해 8m에 이르는 거대 반사경의 표면도 거의 완벽한 모습으로 항상 유지해 줄 수 있다.

능동 광학 기술은 또한 하나의 망원경은 하나의 주 반사경을 가진다는 상식을 넘어서게 해줬다. 고급 광학유리는 깨끗하게 만들기도, 가공하기도 매우 어렵기 때문에 반사경은 커지면 커질수록 제작 단가가 엄청나게 비싸진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좀 작은 반사경 여러 개를 벌집 모양으로 이어 붙여 하나의 거대한 반사경처럼 작동하게 한다. 이 역시 여러 반사경을 정확하게 원하는 모양으로 변형시키는 능동 광학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일례로 현존 최대 망원경인 카나리아제도의 10.4m짜리 망원경은 사실 정육각형 모양의 반사경 36개를 이어 붙인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 갖고서는 요동치는 대기의 악영향을 보정할 수 없다. 대기 상태에 따라 각종 천체의 상이 어떻게 떨리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춰 역시 반사경 표면을 더 자주 미세하게 변형시켜 떨림을 상쇄해 주는 기술이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이것이 바로 적응 광학 기술이다. 적응 광학 기술을 위해 천문대에서는 관측 방향으로 레이저를 발사한다. 그러면 이 레이저 빛이 공기 분자들에 산란돼 되돌아오게 되는데, 이 빛을 일종의 가상의 별로 간주하고 이 인공별의 상이 정확히 점이 되도록 반사경 표면을 변형해 주는 것이다. 10m급에 이르는 현존 대형 망원경들은 모두 이러한 최신 적응 광학 기술이 접목된 결정체들이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지상 망원경은 갖가지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예를 들어 마우나케아 산 정상에 자리한 케크 천문대의 10m짜리 망원경 2대는 당초에는 완벽히 한 쌍으로 작동하게 만들려고 했다. 이렇게 하면 거의 지름 85m짜리 망원경의 효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에 1.8m급의 망원경 4대를 더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마우나케아 산은 원주민들에게는 매우 성스러운 존재여서 원주민과 환경 단체의 극심한 반발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망원경들이 워낙 거대해지다 보니 광학 계통 외에 각종 기계 장치의 고장과 결함도 속출하고 있다. 10m급 망원경이면 반사경 이외에도 수많은 센서와 액추에이터가 따라붙기 때문에 무게를 아무리 줄여도 수백 톤에 이른다. 이만한 거대 장치를 아주 높은 정밀도로 매끄럽게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기계장치에도 엄청난 무리가 가게 된다. 거대 망원경의 잠재력을 끌어낼 초고정밀도의 카메라 등 각종 정밀 관측 장비도 만들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여러 천문대마다 이런 기계장치와 관측 장비의 크고 작은 결함으로 완공이 지연되거나 자꾸 고장이 나는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렵더라도 망원경을 더 많이 우주에 띄워야 한다는 의견이 다시 득세하는 분위기다. 초기 비용이 들더라도 대기가 없으니 적응 광학의 복잡한 제어장치도 필요 없고 무중력 상태이니 육중한 구동장치도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미 NASA는 2018년에 차세대 우주 망원경인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을 띄울 예정이다. 이 망원경은 이전보다 훨씬 강력해진 6.5m짜리 주 반사경을 장착하고 지금보다 지구에서 훨씬 먼(150만 km) 태양과 지구 사이의 라그랑주 점(태양과 지구에 의한 중력과 원심력이 평형을 이루는 안정한 위치)에 올라갈 것이다.

NASA는 이 밖에 국가정찰국(NSA)의 지상 감시 스파이 위성에 쓰이던 2.4m짜리 반사경 2개도 기증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또 다른 우주 망원경 프로젝트를 만지작거릴만한 재료도 있다. 문제는 언제나 그랬듯이 한정된 예산을 우주를 들여다보는 데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회의론이다. 과연 눈앞의 현실에 지쳐 꿈을 잃은 사회만큼 암울한 것이 있겠는가.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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