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조현준·구본호…노림수는?

갤럭시아컴즈 1주일 새 60% 주가 급등, 첫 투자사도 하반기 상장


최근 조현준(47) 효성 사장과 LG가 3세 구본호(40) 씨가 손잡고 온라인 게임 사업에 진출해 화제다. 효성ITX는 정보기술(IT)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전자 결제 업체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이하 갤럭시아컴즈)·구 씨와 함께 게임 업체 액션스퀘어 지분 5.21%를 120억 원에 매입했다고 지난 2월 6일 밝혔다.

공통투자에 나선 조 사장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구 씨는 LG 창업자 구인회 회장의 둘째 동생인 구정회 씨의 손자(아버지 구자헌)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에게는 6촌 동생이 된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대기업 3세인 조 사장과 구씨가 협력 관계를 맺었다는 점, 두 사람이 ‘주식 투자’에 관심이 높다는 점, 또 증권시장에서 ‘구본호 효과’라는 말이 있을 만큼 구 씨가 ‘투자의 귀재’로 통한다는 점에서 양측이 손잡게 된 배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효성가와 LG가의 협력 ‘주목’
먼저 이들의 액션스퀘어 투자 현황을 살펴보자. 효성ITX가 40억 원을, 갤럭시아컴즈와 구 씨가 80억 원을 투자했다. 효성ITX는 이번 투자를 통해 액션스퀘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IT 사업 내 게임 관련 사업 역량 확보 및 향후 사업 확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효성ITX와 갤럭시아컴즈는 조 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효성그룹의 관계사다. 갤럭시아컴즈는 온라인 전자 결제 사업과 편의점 결제, 모바일 상품권 및 쿠폰 사업을 하는 IT 전문 기업으로 조 사장이 IT 관련 사업을 위해 1994년 설립한 곳이다. 효성그룹 내 소그룹으로 불리는 ‘갤럭시아그룹’의 사실상의 지주회사다. 조 사장은 화학섬유 사업 비중이 높은 효성그룹 매출을 다변화하기 위해 효성ITX와 갤럭시아컴즈를 중심으로 IT 사업을 강화해 왔다.



반면 구 씨는 지난 1월 27~28일 이틀에 걸쳐 조 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갤럭시아컴즈 지분 14.8%를 165억 원에 인수했다. 갤럭시아컴즈는 3대 주주로 등극한 구 씨를 갤럭시아컴즈의 고문으로 위촉했다. 이때 구 씨는 지분에 참여하면서 IT 사업에 400억 원 정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액션스퀘어 지분 매입은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두사람의 첫 행보다.

갤럭시아컴즈 측은 구 씨의 위촉 배경에 대해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신규 사업 투자와 관련해 다양한 조언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 씨 측은 “회사의 발전을 위해 주요 주주 및 고문으로서 회사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 협력을 구 씨와 조 사장 간 IT 벤처 투자에 대한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구 씨와 조 사장의 평소 친분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은 재벌가 3세인데다 IT 산업에 관심이 많다는 공통점으로 평소 형, 동생하며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최근 갤럭시아컴즈가 코스닥 시장에서 두드러진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구 씨가 주식을 매입한 1월 28일 이후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1주일 사이 무려 주가가 60.6% 폭등했다.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 구 씨의 지분 취득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구본호 효과’가 통했다는 분석이다.

2015년 1월 2일~2월 10일 코스닥의 투자 주체별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주가 성적을 살펴봐도 갤럭시아컴즈의 급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조사 기간 동안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갤럭시아컴즈였다. 이 기간에 166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주가 상승률은 186.72%로 수익률 2위인 OCI머티리얼즈(39.26%)와 약 5배 차이가 난다.

주식시장에서 ‘투자의 귀재’ 혹은 ‘주식 시장의 큰손’으로 불리는 이들이 어떤 주식을 사들이는지는 늘 초미의 관심거리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과 같은 ‘빅 네임’을 가진 투자자가 지분을 취득했다는 소식은 해당 종목에 큰 호재로 작용한다.



구 씨는 증권업계에선 잘 알려진 인물이다. ‘구본호 효과’라는 말은 그가 손대는 종목마다 주가가 폭등해 생긴 말이다. 실제 그는 2006년 ‘재벌 테마(대기업 2, 3세들이 투자한 종목)’의 붐을 일으킨 주인공으로 꼽힌다. 당시 그가 인수한 미디어솔루션·액터패스·동일철강의 주가가 파죽지세로 오르면서 시장에서 ‘구본호 효과’라는 말이 나왔다.

물론 부작용 우려도 나왔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유명인 테마는 대박 환상에 사로잡힌 국내 투자자들이 만들어 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대기업 자제들이 직접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투자한 코스닥 기업은 해당 사실이 주식시장에 알려지면 단기간 주가가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킨다”며 “하지만 추격 매수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들의 코스닥 입성이 단기적인 주가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시너지 효과 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름값’만 믿고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가 일부 현실화되기도 했다. 구 씨가 투자한 미디어솔루션은 구 씨가 경영권을 인수한 후 신주인수원부사채(BW)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급락해 뒤늦게 올라탄 개미 투자자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먹튀’ 논란에 휩싸이며 주가조작 혐의를 받던 구 씨는 결국 2009년 1월 주가조작으로 실형 선고를 받았다.


구 씨, 범한판토스 지분 팔아 투자 추진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주가조작으로 거액의 시세 차익을 챙긴 혐의로 구 씨에게 징역 3년 및 벌금 172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구 씨가 미디어솔루션을 인수하기 위해 (구씨가 주주로 있는) 범한판토스 돈을 무상으로 차용했고 장외거래로 미디어솔루션의 시세 하락을 유도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구 씨는 1975년생 미국 시민권자로 초등학교 때부터 주로 미국과 일본에서 거주했다. 경제 분야를 전공한 상당한 금융 전문가로 알려졌다. 비즈니스를 공부하기 위해 중국에 장시간 머무르기도 했다. 그는 2007년 9월 조현준 사장의 사촌 동생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과 함께 동일철강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다 금융감독원의 제지로 실패하기도 했다.

구 씨는 지난 1월 20일 모친 조원희 씨와 함께 물류 업체 범한판토스 지분 82.1%를 5066억 원에 LG상사 및 LG그룹 오너가 4세인 구광모 상무에게 매각했다. 시장에서는 이 자금을 활용한 그의 다음 사업 계획과 투자 계획에 관심이 모아지던 상황이었다. 일부에서는 구 씨와 조 사장의 이번 투자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구 씨와 조 사장이 함께 투자한 액션스퀘어는 올 하반기 상장을 준비 중이다.

액션스퀘어는 2012년 8월 설립된 회사다. 모바일 게임 ‘블레이드’로 유명세를 탔다. 2014년 4월 일반에 공개된 이 게임은 90일 연속 1위 기록, 2014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모바일 게임 1호’, ‘모바일 게임 최고 매출 달성’이라는 성과를 냈다. 초반 매출만으로도 전 세계 모바일 게임 매출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최고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로 입지를 굳힌 액션스퀘어는 지난 2월 6일 조 부사장과 구 씨의 투자 소식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현재 갤럭시아컴즈와 구 씨, 효성ITX는 액션스퀘어 주식을 추가 매입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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