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마케팅의 거장들] “기술보다 스토리를 먼저 생각하죠”

가와무라 마사시 ‘파티’ ECD…스토리텔링·신기술 융합으로 세계적 명성


“우리는 스토리텔링과 테크놀로지를 융합하는 실험을 합니다. 이를 통해 대중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고 이는 커다란 감성적 파급력을 만들어 냅니다.”

마케팅에서 스토리텔링이 중시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름답고 예쁜 스토리텔링으로 대중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이를 통해 기업 혹은 제품 이미지도 함께 높이는 전략이다. 하지만 문제는 작위적인 감동 스토리가 넘쳐나면서 대중이 진정성과 새로움을 느끼지 못하고 식상해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새로 등장하는 첨단 기술을 대중이 직접 색다르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스토리텔링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본과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스토리기술연구소 ‘파티’의 가와무라 마사시 최고크리에이티브디렉터(ECD:Executive Creative Director)는 따뜻한 감성이 요구되는 스토리텔링과 냉철한 뉴 테크놀로지의 효용성을 혼합하는 연금술사다. 그는 스토리텔링과 신기술의 융합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으로 통한다. 그는 미국 잡지 ‘크리에이티비티’가 선정한 ‘세계의 크리에이터 50인’, 미국 경제지 패스트컴퍼니의 ‘비즈니스계의 가장 창의적 인물 100인’에 선정된 바 있다.

그와 뜻을 같이하는 크리에이터 3명이 설립한 파티 스토리기술연구소는 크리에이터뿐만 아니라 디자이너·엔지니어·영상디렉터·컴퓨터프로그래머 등이 모여 있다. 마케팅 기획사에 테크니션들이 합류하고 있다는 점이 꽤 독특하다.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과 (이제까지) 모르는 것을 만들자’라는 모토 아래 테크놀로지 기반의 독특한 캠페인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들은 나이키·구글·소니·무인양품·유니클로·혼다·도요타·루이비통 등 다양한 브랜드의 캠페인과 디자인을 담당했다.



3D 가족 피규어로 추억을 남기다
가와무라 ECD는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첨단 산업 기술을 예술로 승화하고 대중에게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임팩트를 준다. 이런 아이디어와 실험은 브랜드와 제품 마케팅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 제품 디자인, 디지털 설치 공간 등 여러 형태로 적용된다.

“나는 언제나 내 아이디어가 심플하고 보편성을 충분히 갖고 있는지 생각해요. 그래야 대중에게 첨단 기술을 통해 ‘새로운 임팩트’를 경험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파티는 2012년 말 하라주쿠에 ‘오모테 3D 사진관’을 열었다. 세계 최초의 3D 사진관인 이곳에서는 평면 가족사진이 아닌 3D 입체의 피규어 인형으로 현재 가족의 모습을 남길 수 있다. 사람들은 일반 카메라가 아닌 3D 스캐너로 360도 촬영하고 3주 후 가족 피규어를 투명한 케이스와 함께 받는다.

3D 프린터나 3D 스캐너는 이제는 일반인들도 익히 알고 있는 기술이지만 실제 자기 가족들의 모습을 남기는 데 이 기술을 친근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2개월 정도 운영한 팝업 스토어(반짝 매장)이지만 유명인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3D 가족 피규어 제작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와무라 ECD는 ‘산업 신기술을 사람들의 새로운 경험으로 전환하는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아이디어를 낼 때 기술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은 아니에요.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 그리고 각자의 스토리를 토대로 가능한 한 마법 같은 경험을 상상하는 것부터 시작하죠. 그리고 현재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지 찾아요. 기술이 첨단이 아니더라도 좋아요. 기존의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스토리에 적합하기만 하다면 바로 적용해 보고 이것이 창조적인 것으로 다시 태어나죠.”

그는 초창기 자신이 연출했던 뮤직비디오에 대해 특히 애착을 갖고 있다. 이 작업 때도 여러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의 인디밴드 사우어(SOUR)의 신곡 ‘히비노네이로(하루하루의 음색)’의 뮤직비디오 제작을 의뢰받았다. 그러나 사우어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할 예산이 전혀 없는 형편이었다. 게다가 가와무라 ECD 역시 당시 뉴욕에 있었기 때문에 직접 연출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그는 기술과 스토리텔링을 융합하는 첫 시도를 하게 된다.


기업의 마케팅 색깔부터 정해야
“저는 뮤직비디오의 모든 장면을 웹캠을 이용하는 방안을 떠올렸어요. 웹캠의 테크놀로지와 그 의미는 ‘개인과 관계성’을 이야기하는 이 곡의 가사 내용과도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죠.

물론 비용 등 현실적인 제약도 극복할 수 있었고요. 이 뮤직비디오는 스토리텔링과 함께 시청자들의 감성적인 경험을 한층 북돋았어요.”

다양한 사람의 웹캠 영상을 조합해 만든 독특한 이미지와 메시지를 표현한 뮤직비디오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렀고 유튜브에서 400만 뷰 이상에 도달했다. 이 밖에 가와무라 ECD의 작품은 첨단 기술을 통해 독특하고 직관적이며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 많다. 모바일 테크놀로지를 통한 공연 예술 ‘드로(DROW) 프로젝트’, 도요타의 콘셉트카 ‘FV2’의 디자인, 실제 크기의 레이디 가가 인형을 통해 듣는 골전도 음악 플레이어, 긴자 헬스센터의 인터랙티브 그룹 운동, 소니의 라이브 인터랙티브 방송 ‘메이크 TV’, 루이비통의 디지털 영상 공간 등이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창의적인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선제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을 명확히 관철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기업 정체성에 맞는 스토리텔링과 테크놀로지의 색채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을 기획할 때 단지 남들만큼만 하려고 하거나 트렌드 선도자를 따르려고 하지 말아야 해요. 일단 기업의 캐릭터를 파악, 설정했다면 이를 지속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중에게 전달하세요. 그러면 적어도 이런저런 마케팅 전략을 짜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데 비용을 허비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는 3월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크리에이티브 아레나의 ‘인터내셔널 크리에이티브 콘퍼런스’에 참석, 그의 독특한 크리에이티브 캠페인에 대한 소개와 함께 신기술과 스토리텔링의 융합 노하우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가와무라 마사시 ECD는…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랐다. 대학 졸업 후 뉴욕의 ‘와이든플러스케네디(Wieden+Kennedy)’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시작, 뉴욕 ‘BBH’와 암스테르담의 ‘180’ 등 여러 광고 기획사에서 아디다스·구글·루이비통 등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을 담당했다. 당시 칸 라이온 등 여러 국제 광고제에서 수상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광고 외에 뮤직비디오, 제품 디자인, 소셜 애플리케이션 등에 자신만의 독특한 창의성을 적용해 대중의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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