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길 꼭 챙겨야 할 전국 부동산 투자 지도

현장 답사할 절호의 기회…권역별 ‘핫 플레이스’ 집중 분석

백문이 불여일견. 이는 부동산 투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되는 부동산 투자의 특성상 꼼꼼한 현장 검증(?)은 필수다. 하지만 투자를 고려하는 부동산이 외지에 있다면 좀처럼 짬을 내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기다림의 끝에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천금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설 연휴 기간이다. 시간이 주어졌으니 이제 ‘체크리스트’를 뽑을 차례다. 연휴 기간 꼭 둘러봐야 할 부동산 ‘핫 플레이스’를 찍어보자.



‘2월 14일 광교, 2월 19일 아산, 2월 21일 창원….’ 소문 난 부동산 큰손 김상근(60) 씨의 노트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날짜와 지역명들이 빼곡히 나열돼 있다. 정체가 궁금하다. 잠시 뜸을 들인 김 씨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설 연휴 기간 둘러볼 투자 유망 지역 리스트입니다.”

민족 최대 명절 설이 코앞에 다가왔다. 이번 설은 긴 연휴가 더욱 마음을 설레게 한다. 공식적인(?) 연휴만 해도 2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 여기에 월요일(16일)과 화요일(17일)만 붙이면 장장 9일간의 휴일이다. 야무진 연휴 계획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부동산 투자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멀리 떨어져 있거나 시간이 부족해 그동안 직접 살펴보기 힘들었던 지역들을 모처럼 찾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2월 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한 해 전국에서 29만7749가구(공공 물량 제외)가 쏟아질 예정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 전체 분양 물량의 절반이 넘는 약 18만 가구가 공급된다. 꼼꼼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할 때다. 한경비즈니스가 전국을 수도권·충청권·경상권·전라권·강원권 등 5개 권역으로 구분해 설 연휴 꼭 둘러봐야 할 유망 지역과 상반기 예정된 주요 분양 단지 등을 살펴봤다.


수도권 강남 재건축과 신도시 ‘시선 집중’
가장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 지역은 역시 서울·인천·경기를 포함한 수도권이다. 올해는 수도권에서만 무려 17만6455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서울은 강남 재건축을 비롯해 강북 도심권 재개발 구역과 지난해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쳤던 강서 지역에서 신규 분양이 예정돼 있다. 이 밖에 경기도에서는 위례신도시·동탄2신도시·광교신도시·배곧신도시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부분은 가격이다. 분양 열기가 한껏 고조된 가운데 4월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실질적으로 폐지돼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가가 치솟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승진 부동산114 연구원은 “수도권은 분양 물량이 많은 만큼 선택의 폭이 넓지만 그만큼 꼼꼼히 살펴보고 투자해야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앞서 분양된 인근 아파트의 분양가와 프리미엄(웃돈) 등을 토대로 투자 단지의 분양가 수준이 적정한지 꼭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강남에서는 5월 분양을 앞둔 송파구 가락시영 재건축 단지가 가장 기대를 모은다. 삼성물산·현대산업개발·현대건설이 합심해 전용면적 39~130㎡, 총 9510가구 매머드급 단지를 조성한다. 지하철 8호선 송파역 역세권 단지며 일반 분양가는 3.3㎡당 2500만 원대로 책정될 예정(84㎡ 기준)이다. 잠실 지역 84㎡ 아파트 단지들의 시세가 3.3㎡당 3000만 원대에 형성돼 있는 만큼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강북에서는 대림산업이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1-3구역을 재개발한 ‘북아현 e편한세상(59~119㎡, 1584가구)’을 이달 중 분양한다. 지하철 2호선 아현역이 단지 바로 앞에 자리해 있고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강서권에서는 롯데건설이 금천구 독산동에 3월 중 ‘롯데캐슬 골드파크 3차(59~84㎡, 1236가구)’를 분양한다. 지난해 분양한 ‘롯데캐슬 골드파크 1·2차(아파트 2035가구, 오피스텔 178실)는 단기간 100% 분양을 완료한 바 있다.

정부의 택지개발촉진법 폐지 방침에 따라 2017년까지 대규모 공공 택지 공급이 중단되는 만큼 기존 택지지구와 신도시들의 희소성도 높아졌다. 특히 올해는 위례·동탄2·광교 등 지난해 분양에 성공하며 프리미엄까지 붙은 안전지대(?)에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선보이는 주요 단지를 살펴보면, 대우건설이 3월 ‘위례 우남역푸르지오(83㎡, 630가구)’를 공급하고 같은 달 반도건설이 ‘동탄역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 5.0과 6.0을 분양한다. 또한 호반건설은 4월 광교신도시 A6블록에 ‘광교6차 호반베르디움(60~85㎡, 446가구)’을 분양할 계획이다.


충청권 세종시 ‘광풍’에 천안·아산도 합세
지방에서는 충청권의 상승세가 무섭다. 일단 세종시 정부부처 이전과 천안 불당신도시, 아산 테크노밸리 조성 등 굵직한 개발 호재들이 맞물리며 인구가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세종과 대전을 포함한 충청권의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532만9140명으로 전년보다 5만3813명 증가했다. 인구 증가는 자연스럽게 실수요를 바탕으로 한 주택 거래로 이어졌다. 실제로 충청권의 미분양 아파트는 1년 사이 700여 가구가 감소했고 아파트 매매가도 3.3㎡당 15만 원 정도 올랐다. 이처럼 기분 좋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충청권에서는 올해도 4만5644가구가 쏟아진다. 가장 눈길을 끄는 지역은 단연 ‘세종시’다. 세종시는 한때 아파트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며 집값이 하락하는 등 주춤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10월 2-2생활권이 분양에 성공하며 재도약에 성공했다. 당시 2-2생활권은 5525가구 분양에 1순위 청약자만 6만3417명이 몰렸다. 올해도 세종시에서는 10개 단지 1만2573가구가 손님맞이에 나선다. 올해는 세종시청·교육청·세무서 등 중심 행정기관이 자리한 3-1, 3-2생활권을 중심으로 공급이 집중된다. 대방건설이 3-2생활권 M3 블록에 1079가구(2월) 중흥건설이 3-1생활권 M6 블록에 1100가구(4월) 우남건설이 3-1생활권 L3 블록에 381가구(4월)를 분양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쏟아지는 입주 물량에 따른 역풍을 조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1만3900여 가구에 이어 올해 1만8000여 가구(아파트·임대 포함) 등이 입주함에 따라 단지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충청권에서 세종시 다음으로 주목받는 지역은 천안·아산 지역이다. 천안·아산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액정표시장치(LCD) 단지를 비롯해 13개 산업 단지가 밀집해 있으며 아산테크노밸리 조성 등 개발 호재도 풍부하다. 대림산업은 3월 천안시 신부동에 ‘천안신부e편한세상(1235가구)’을, EG건설은 4월 아산시 풍기동에 ‘아산풍기EG 더(The)1(1140가구)’을 분양할 계획이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충청권은 다수의 개발 호재와 풍부한 배후 수요를 바탕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분양 시장이 활기를 띨 전망”이라며 “다만 분양 물량이 많은 만큼 분양가·입지·브랜드 등 단지의 경쟁력을 꼼꼼히 따져야 낭패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상권 에이스 ‘부산·대구’…루키 ‘창원’
경상권은 지난해 지방 분양 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주인공이다. 그 중심에는 부산과 대구의 청약 돌풍이 자리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분양한 ‘부산 래미안 장전’은 전체 경쟁률 146.20 대 1을 기록하며 기염을 토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분양한 ‘대구역 유림노르웨이 숲’은 전체 경쟁률(1~3순위) 171.87 대 1을 기록, 전국 청약 경쟁률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는 곧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고 일부 단지에는 프리미엄까지 붙었다. 실제로 부동산 정보 업체 닥터아파트가 지난해 분양된 아파트 단지의 프리미엄을 조사한 결과 대구와 부산 등 경상권 분양 단지 상당수가 프리미엄이 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자리한 ‘범어 라온프라이빗(111㎡)’은 최대 1억 원까지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이 같은 흥행에는 대구도시철도 3호선(2015년 상반기 계통 예정, 23.95km)과 부산도시철도 1호선 연장(2016년 하반기 계통 예정, 7.98km) 등 교통 호재가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신규 주택 공급이 한동안 뜸했던 것도 한몫했다.

경상권에서는 올해 연말까지 5만4378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대구에서는 반도건설이 동구 신천동 일대 주택을 재건축한 ‘신천동 반도유보라(39~84㎡, 764가구)’를 3월 분양한다. 또한 부산에서는 GS건설이 해운대구 우동6구역을 재개발한 ‘부산 우동6자이(59~84㎡, 813가구)’를 6월께 분양할 예정이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팀장은 “부산은 권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며 “해운대처럼 수요가 꾸준히 많은 지역이 있는 반면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 등 공급이 몰린 지역에서는 분양이 미달되거나 가격이 약세를 보이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상권에서는 ‘창원’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창원시는 1980년대 초반 지어진 노후 주택들이 많아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 사업이 활발하다. 조 팀장은 “창원은 그동안 아파트 공급이 거의 없었던 만큼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많다 보니 최근 선보이는 단지마다 분양에 성공하고 있다”며 “실제로 가음주공을 재건축해 지난해 11월 분양한 ‘더샵센트럴파크(241가구)’는 분양에 1순위에서만 1만9000여 명이 몰리며 이목을 집중시켰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3월 창원시 북면에 ‘감계 힐스테이트 2차’ 836가구를 선보이고 롯데건설도 같은 달 창원시 합성동 합성1구역에 ‘창원 롯데캐슬더퍼스트(59~84㎡, 1076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전라권 혁신도시 ‘후끈’…제주에서는 ‘강정지구’
올해 전라권에서는 1만6478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전라권에서는 광주와 전주, 나주혁신도시 등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광주에서는 구도심 활성화 작업에 한창인 북구를 중심으로 풍향동과 운암동 일대 분양 단지들이 모두 순위 내 청약을 마감했다. 전주에서도 구도심인 덕진구 일대에서 분양한 대다수 단지들이 1순위에서 완판됐다. 나주혁신도시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입주민 생활 편익 시설이 갖춰지기 시작하며 꾸준히 인구가 유입되는 가운데 분양가도 저렴해 투자자들에게 인기다. 전주에서는 대방건설이 장동 4의 1 일대에 ‘전주완주혁신도시 노블랜드 1차’ 480가구를 4월 분양한다. 현대산업개발과 대림산업도 서신동 바구멀1구역을 재개발해 1390가구를 연내 분양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나주혁신도시에서는 ▷EG건설이 5월 나주혁신도시 B3-1블록에 ‘나주혁신 EG The1’(59㎡, 350가구) ▷대방건설이 나주시 빛가람동 378 일원에 ‘대방노블랜드(60~85㎡, 총 414가구)’를 7월께 분양한다.

한편 제주도에서는 올해 총 1249가구가 손님맞이에 나선다. 제주혁신도시와 서귀포 강정 지구를 중심으로 열기를 이어 갈 전망이다. 제주도 서귀포시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대형 건설사들의 분양 단지가 늘면서 제주도 아파트 가격도 3.3㎡당 평균 773만9000원으로, 지방에서 세종시 다음으로 가장 높아졌다”며 “투자비용이 증가한 만큼 한라산이나 바다가 보이는 조망 등 입지 여건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해야 낭패를 보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원권 믿을 건 ‘원주’밖에 없다
강원권에서는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로 모두 지정된 원주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원주혁신도시에는 현재 대한석탄공사 등 6개 기관이 이전됐고 한국관광공사 등 나머지 7개 기관도 내년까지 이전된다. 이미 1000여 명의 공공 기관 종사자들이 입주를 완료했으며 내년까지 이주 예정 종사자는 4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호재를 업고 모아주택산업이 원주혁신도시 C-6블록에 ‘모아엘가에듀퍼스트(84~123㎡,418가구)를 이달 중 분양한다. 초·중교가 가깝고 단지 앞으로 중앙근린공원과 혁신도시 내 상업 시설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원주에 장밋빛 미래만 예고되는 것은 아니다. 공공 기관의 이전이 가속화되고 있는 혁신도시와 달리 기업도시 조성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주기업도시는 첨단 의료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조성 중이다. 2008년 공사에 착수한 뒤 6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단 3개 기업만 입주를 완료했다. 업체들을 위한 기본 시설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분양 계약을 체결한 20여 개 기업들마저 이전을 미루고 있다는 후문이다. 원주시 단구동 한솔공인중개사사무소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들어와야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텐데 투자 문의가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그래도 내년까지 공공 기관들이 모두 입주하면 기업도시 조성 상황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건설은 올 상반기 중 기업도시 내 1100가구 규모의 첫째 민간 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이다. 전용면적은 아직 미정이다.


김병화 기자 hkfor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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