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유턴’ 고민하는 일본 기업들

엔저로 국내 생산이 유리해져…파나소닉·캐논 ‘검토 중’


‘공동화(空洞化)’는 끝났나. 일본 메이커의 생산 거점 국내 회귀, 이른바 ‘공장 유(U)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각사 경영진이 연말연시 기자회견에서 올해 키워드로 제시한 ‘일본 회귀’의 후속 코멘트들이 구체화돼서다. 반응은 고무적이다. 메이커 복귀가 부품 공급사의 연쇄 이동으로 취업·소비시장에 온기를 확산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민주당 정권 시절 한때 달러당 70엔까지 급등한 엔화가 최근 120엔까지 떨어진 덕분이다.

파나소닉은 에어컨·세탁기 등 가전제품의 국내 생산을 신중히 검토 중이다. 올봄 이후 국내 생산으로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파나소닉의 국내 가전 판매액은 약 5000억 엔이다. 이 중 40%가 해외 생산 몫이다. 이를 연내에 국내 생산으로 되돌리게 된다. 샤프는 액정TV·냉장고 등의 국내 생산 품목을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말레이시아 등의 생산 품목 중 일부를 국내 생산으로 대체한다.

캐논은 주력 제품인 복사기·카메라 중 고가 제품을 중심으로 유턴 방침을 내놓았다. 국내 생산 비중을 점진적으로 높여 40%의 생산 비율을 6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혼다는 오토바이 일부를 국내 공장으로 이관·생산할 방침이라고 공표했다. 계획 단계지만 닛산도 국내 생산 확대 방침을 고려 중이다.

최근과 달리 엔고 시절 제조 현장은 앞다퉈 열도를 탈출했다. 생산 현장의 해외 이전은 국가 경제에 상당 수준의 부정적인 파급효과도 유발했다. 고용 감소와 소비 침체가 그렇다. 제조 현장이 집결된 클러스터 등 지역 경제의 퇴색 기조가 심각했다. 내수 판매용 제품조차 일단 해외 생산 후 역수입하는 형태를 택했다. 엔고 환경의 수혜 전략이다. 이게 최근 뒤집혔다. ‘평가절하→수입 부담→매출 하락’이 구체화돼 해외 생산보다 국내 생산이 더 유리해진 덕분이다. 주요 생산 거점인 중국 등의 인건비 인상 부담도 맞물렸다.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해 선택했던 해외 생산의 메리트가 옅어진 것이다.


환율 변동 우려…대다수 기업은 신중
다만 아직은 일부 기업에 한정된다. 결단을 위한 확신 부족이 적지 않다. 당장 환율 변동이 우려된다. 자칫 유턴했다가 환율 방향이 뒤바뀌면 곤란해진다. 물론 현재 수준이 유지되면 생산 현장의 국내 복귀가 구체화될 확률이 높다. 기업들은 신중하다. 간판 기업 도요타도 글로벌 생산, 판매 체제의 유지를 내걸었다. 파나소닉·캐논의 국내 회귀도 환율 급락 요인만은 아니란 게 중론이다. 즉 제조비용 중 환율 영향을 받는 인건비는 약 25%로 절대 비중은 부품 비용, 감가상각비, 연구·개발비 등이다. 75%는 생산 거점별 격차가 별로 없다. 판매 현장에서의 직접 생산이 대세이기 때문에 해외 공급을 위한 국내 생산 유인도 낮다.

국내 회귀 제조업도 현지 생산, 현지 소비로 해석하면 의의가 뚜렷해진다. 가령 파나소닉의 백색 가전은 주로 일본 시장에서 판매된다. 그러니 국내 생산이 낫다. 국내 공장에 여유 설비가 있어 비용 부담이 낮다. 아시아 등 저가 메리트가 강했던 해외 인건비와 일본 근로자와의 임금 격차가 줄어든 것도 원인이다. 즉 이런 이유가 생산 현장의 국내 복귀를 평가하는 보다 합리적인 판단 근거다. 따라서 글로벌 대상의 대량 판매 제품까지 ‘엔저→유턴’을 연결하긴 힘들다. 수요 지역에 제조 거점을 구축, 최대한 저가로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할 따름이다. 이런 점에서 광범위한 열도 회귀는 설명력이 떨어진다. 일부 흐름일 수는 있지만 전체 맥락까지 커버하긴 힘들다. 특히 인구 감소로 노동력 부족이 향후 보다 뚜렷해지면 일본 국내의 고용비용도 비싸질 게 확실시된다. 이리저리 유턴 결정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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