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주행차 공유 앱 테스트…우버도 카네기멜론대와 손잡고 반격 나서
전망과 예측이 현실이 되고 있다. 무인 자율 주행차를 개발한 구글은 택시 시장으로, 택시 시장을 공략해 온 우버는 무인 자율 주행차 시장으로 곧장 향하고 있다. 투자자와 스타트업으로 맺어진 구글과 우버의 파트너십도 곧 변화의 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선수는 구글이 쳤다. 우버의 투자자이기도 한 구글은 완성 단계에 접어든 구글 무인 자동차를 공유 경제 모델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글판 우버의 출현이 임박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다. 구글은 이미 무인 자동차를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사내에서 테스트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내세운 명분은 공유 경제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택시를 포함한 대중 운송 시장을 겨냥한 행보다. 우버 쪽도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뒤질세라 우버는 무인 자율 주행차 개발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우버는 미국 카네기멜론대와 손잡고 우버 고등기술센터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카네기멜론대는 미국 최초의 로봇 전문 연구소인 로봇공학센터(NREC)를 산하에 두고 있다. 카네기멜론대와 로봇공학센터는 우버를 위한 자율 주행차 개발에 공동으로 나설 계획이다. 예정대로 연구가 진행된다면 우버는 무인 자동차를 매개로 현재의 우버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물론 구글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구글은 “우리는 카풀 시장을 공략할 것이기 때문에 우버와 경쟁할 일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우버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구글의 무인 자동차를 활용해 카풀 시장에 진입한다면 우버가 샌프란시스코 등에 운영 중인 카풀 서비스 우버풀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버가 무인 자동차 개발로 급선회한 배경이기도 하다.
택시업 사양화·자동차 수요 감소 전망
무인 자동차는 우버에도 궁극적으로는 이득이다. 우버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택시 운전사의 자질 문제, 택시 운전사와의 수익 공유를 한 번에 해소할 수 있다. 구글이라는 강력한 경쟁사가 존재하지만 우버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선택이다. 다만 무인 자동차 개발에 들어갈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감당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무인 자동차 기반의 운송 공유 경쟁은 우선적으로 택시에 대한 수요를 급감시킬 가능성이 높다. 구글은 무인 자동차를 활용한 자동차 공유 경제가 대중화하기까지 2~5년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무인 자동차 개발이 완료되긴 했지만 일반 운송 수단으로 승인받고 안전성을 검증받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르면 2~3년 안에 택시 사업은 사양산업으로 진입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원하는 때에 원하는 이들과 공동으로 무인 자동차를 예약하고 출퇴근길에 이용한다면 택시 업계는 그야말로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된다.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효과도 적지 않다. 차량 운송 공유 경제가 서서히 뿌리를 내려갈 때쯤이면 자동차에 대한 수요도 일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원의 합리적 이용과 낭비 요소의 제거를 목표로 삼고 있는 공유 경제가 기존 자동차 제조 기업에 미치는 효과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혹시라도 자동차 생산량의 감산으로 이어진다면 적지 않은 실업자들이 발생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들에게 지금과 같은 안정적인 새 일자리가 제공될지는 낙관하기 쉽지 않다.
구글은 자동차 제조 기업을 향해 “우리는 제조 산업에 관심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간 구글의 행보를 보면 신뢰할 만한 얘기다. 구글이 관심을 갖고 있는 대상은 ‘안드로이드오토’를 통해 요구해 왔듯이 자동차로부터 생산되는 데이터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색과 광고에 활용하는 것이 구글이 겨냥하는 시장이다. 하드웨어는 그저 미끼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산업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성규 블로터닷넷 매거진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