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유출에 지준율 인하 ‘깜짝쇼’

‘7% 성장’ 사수 나서…추가 인하·금리 인하 가능성 커져

‘인민은행이 춘제(春節) 보너스를 줬다.’ 중국 인민은행이 33개월 만에 은행 지급준비율(이하 지준율) 인하를 결정하자 시장은 환호했다.

은행 지준율을 0.5% 포인트 내리기 시작한 지난 2월 5일 상하이 종합지수는 2.43% 급등세로 출발했다. 자금 수요가 많은 춘제(2월 19일) 전에 지준율을 내릴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보다 시기가 다소 빨랐다는 평가다.

이번 지준율 인하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로 예상되는 7% 사수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2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7.4%에 머무른 중국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7% 밑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어 연내 추가 지준율 인하와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유럽, 양적 완화 가세로 위안화 절하 나서
이번 조치는 지난해 4월과 6월 농업 및 영세기업 대출이 많은 중소은행을 상대로만 지준율을 잇달아 내린 타깃형 완화 정책과 달리 전면적인 완화와 타깃형 완화 정책을 혼합했다. 대형 은행의 지준율은 20%에서 19.5%로 하락했다. 하지만 영세기업과 농촌 대출 비중이 많은 도시와 농촌의 상업은행에 대해서는 지준율을 0.5% 포인트 추가 인하했다. 경제 펀더멘털의 변화에 맞춰 통화정책의 힘과 리듬을 적절히 조정한 것이라는 게 인민은행의 설명이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8로 2012년 9월 이후 처음으로 50 밑으로 내려가면서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다. 50 아래는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커지는 것도 배경이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해 12월까지 3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위안화 절하 압력과 자본 유출이 확대되면서 유동성 확충 필요성이 커진 것 역시 지준율 인하를 앞당긴 배경이다. 중국에서 위안화 가치는 기준 가격 대비 제한 폭(2%)까지 떨어지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3월 상하 1%인 환율 하루 제한 폭을 2%로 확대했다. 최근 덴마크·캐나다·호주 등 금리 인하에 나서는 국가가 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대규모 양적 완화에 나서면서 수출을 부양하기 위해서는 위안화 가치 절하를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던 터다.



위안화 절하는 자본 유출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자본수지는 96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13년 3622억 달러 흑자에서 대규모 적자로 반전된 것이다. 특히 4분기 자본수지 적자가 912억 달러로 최근 들어 자본 유출이 뚜렷해졌다는 지적이다. 분기별 자본 유출 규모로는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8년 이후 최대 폭이다.

중국으로 해외 자본이 유입되면 위안화로 환전되면서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반면 자본 유출은 유동성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 지준율 인하를 통한 유동성 확대 배경으로 자본 유출이 꼽히는 이유다.

궈신증권은 이번 지준율 인하로 6650억 위안이 시중에 새로 풀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타이증권도 지준율 인하에 따른 통화승수 효과로 경제에 새로 주입되는 유동성이 2조~3조 위안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경기 둔화에 따른 기업 도산 우려가 확산되면서 은행들의 리스크 선호도가 떨어진 만큼 이번 지준율 인하가 통화승수 효과를 통한 유동성 증대로 이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가 지준율 인하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전문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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