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왕양 “FTA는 전례 없는 기회”

한중 비즈니스 포럼서 기조연설…7% 안팎 중성장 지속 언급도

“한중 경제협력이 (1992년 수교 이후) 과거 20년간 작은 나룻배에서 대형 선박으로 변모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그 대형 선박에 강한 힘을 갖는 엔진을 다는 것이다. 치열한 국제 경쟁이라는 파도를 헤쳐 나가 큰 바다로 항해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1월 22일부터 24일까지 방한한 왕양(汪洋) 중국 부총리가 1월 23일 한국경제신문과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에서 공동 주최한 ‘한중 비즈니스 포럼-한중 FTA 이후 신경쟁 협력 시대’에서 한 기조연설의 한 부분이다. 이는 중국의 대외 경제와 외교를 총괄하는 왕 부총리가 올 들어 처음 해외에서 행한 공식 연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또한 한중 FTA의 향후 전망은 물론 중국의 대외 경제 방향을 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조연설에 한중 FTA에 따른 기회를 극대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구상이 들어 있다는 얘기다.

왕 부총리는 “한중 FTA가 발효되면 양국의 비즈니스와 경제 무역 왕래가 더욱 자유롭고 편리해지며 규범화될 것”이라며 “양국 기업에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중 FTA 성공 위한 양국 노력 강조
하지만 한중 FTA가 무조건 양국의 성장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왕 부총리는 양국이 해야 할 노력으로 새로운 무역 성장 동력과 서비스 무역 신모델 탐색, 투자 협력 수준 격상 등을 제시했다.

우선 한중 무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교역 품목을 풍부히 하고 교역 혁신에 나서야 한다. 이와 함께 브랜드 마케팅과 물류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왕 부총리는 주문했다. 둘째로는 서비스 무역의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양국의 경제 무역 관계가 제조업 중심이었지만 이젠 금융·통신·관광·문화·교육·의료·물류 등 서비스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인터넷과 물류망, 전자 상거래, TV 홈쇼핑, 원격진료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셋째로는 투자 협력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부총리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새로운 외자 투자 지도 목록을 만들고 합작사에 대한 지분 제한을 완화했다. 또 상하이·광둥·톈진·푸젠 등 4개 지역에 FTA 시범 구역을 만들고 외자 3법 수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넷째로는 한중 양국이 혁신을 위한 노력에서도 협력해야 한다고 왕 부총리는 지적했다. 그는 한국 기업의 혁신 능력이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양국의 혁신 분야 협력 잠재력이 크다고 기대했다. 왕 부총리는 “양국이 지방 간 협력을 강화하고 산업 단지와 연구개발센터를 공동으로 만들어 신에너지, 전자통신, 스마트 제조, 에너지 절감, 환경보호, 녹색 저탄소, 첨단 기술 등을 중점 발전시키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왕 부총리는 이날 기조연설에 이어 1월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오찬 간담회에서도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큰 기회를 잡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30여 년의 고속 성장 이후 질을 높이고 구조를 고도화하는 전환기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7% 안팎의 중고속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고위 관료가 올 들어 공식 석상에서 구체적인 성장률을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7% 안팎으로 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왕 부총리는 “중국 경제의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가 세계에 더 많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전통 산업의 투자가 포화 상태에 이른 반면 신기술 신제품 신비즈니스 모델의 투자 기회가 쏟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전문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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