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니즈를 ‘발명’하라

단순하게 코스트를 절감하거나 품질을 향상시키는 기술 중심의 제품 개발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기획 능력을 출발점으로 하면서 여기에 기술력을 결합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지평연구원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김성중기자)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1963년 일본 도쿄 출생. 1985년 일본 호세이대 경제학과 졸업. 1988년 고려대 경제학 석사. 1988년 LG경제연구원 입사.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수석연구위원 및 재팬인사이트 편집장(현).


새로운 제품을 개발·개량하기 위해 흔히 고객 니즈를 찾으라고 한다. 이를 위해 각종 고객 조사를 실시하면서 고객의 숨은 욕망을 발견하는 데 몰두하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이 고객 니즈를 발견하고자 하는 노력은 종종 실패로 끝나기도 한다. 고객의 진정한 니즈나 불평은 고객 인터뷰로 정확하게 알 수 없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고객도 모르는 새로운 니즈나 새로운 삶의 가치는 기업이 원천적으로 발명해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은 고객의 불만이나 니즈를 발견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스티브 잡스라는 탁월한 경영자가 고객에게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삶의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발명한 것이다. 고객이 미처 알지 못하지만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를 발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새로운 고객 가치의 발명은 기술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화장실에서 사용되는 비데는 기본 구조가 샤워기이기 때문에 발명왕인 에디슨이 살고 있었던 20세기 초반에도 기술적으로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디슨은 비데를 발명하지 못하고 1980년대가 돼서야 일본에서 대량 보급됐다. 일본 도카이대의 미야케 히데미치 전임 강사는 기술력이 아니라 고객에게 새로운 문제를 제기는 기획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비데를 보면 엉덩이를 온수로 샤워하는 것의 행복함, 이러한 제품을 사용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불편함을 문제점으로 제기해 제품 개발에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 기업은 여러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게 돼 앞으로는 선진국에서 개발된 제품을 쉽게 모방할 수도 없고 신흥국 기업의 추격도 받고 있어 이노베이티브한 고객 니즈의 발명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한국 기업은 그동안 선진 기업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기존 제품의 불편을 해결하고 기존 제품 기능을 개선하는 데 주력해 왔기 때문에 새로운 문제를 고객에게 제기하면서 고객 니즈를 발명하는 데 능숙한 편은 아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고객 니즈의 발명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새로운 조직 능력을 의도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직 세상에 없는 새로운 삶의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제품의 기획 능력을 연마하는 게 중요하다. 기술력이 중요한 요소이지만 기존 제품의 연장선상에서 단순하게 코스트를 절감하거나 품질을 향상시키는 기술 중심의 제품 개발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기획 능력을 출발점으로 하면서 여기에 기술력을 결합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물론 기존 제품의 진화를 모색하는 기술 주도의 개량형 제품 개발력도 중요하지만 이를 지나치게 강조해 기술 신화에 매몰되다가 고전한 일본 기업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도 있다.

개량형 제품 개발에서는 코스트 절감, 기능 향상 등 각종 기술적 과제와 문제를 푸는 능력이 중요하지만 새로운 니즈를 발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문제를 찾는 능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객의 전반적인 삶이나 사회 현상 속에서 자사 제품, 사업의 다양한 관계성을 고민하고 보다 나은 생활과 사회를 위한 비전을 갖고 문제점과 과제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모든 제품이나 서비스는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제품, 서비스 등 사회와의 관계성 속에서 존재하고 의미를 부여 받게 된다. 한국 기업도 인간 삶과 사회에 대한 배려심, 남의 아픔이나 행복을 위한 헌신의 마음가짐으로 아무도 보지 못했던 관계성을 찾고 새로운 문제와 고객 니즈를 발명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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