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CEO

고독한 경영자의 길…지나친 감정 표현은 오히려 역효과

회사 임직원들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조직의 수장으로서 체면도 있고 직원들이 보는 눈도 있어 가급적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고 몸가짐도 조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다 보니 너무 딱딱하고 권위적인 인상을 주는 것 같습니다. 직원들이 거리감을 느껴 쉽게 다가오기 어렵다고 합니다. 저 역시 이런 모습이 자연스럽지 않아 불편하기도 합니다. 저도 인간인지라 희로애락의 감정이 있습니다. 특히 일을 하다 보면 상당히 힘들 때도 있는데 그런 상태를 드러낼 수 없어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일반 직원들처럼 제 생각과 느낌을 표출하면 직원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 망설여집니다. 경영자는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 게 옳은 걸까요.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자들의 언행은 직원들은 물론 거래 관계에 있는 기업이나 소비자에게도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이 때문에 경영자들은 말과 행동을 항상 조심하게 됩니다.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내뱉은 말 한마디가 생각하지도 못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던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언행만 해도 그렇습니다. 그가 한 말과 행동은 한 개인의 부적절한 언행이었지만 그 결과는 사회적 지탄과 법적 제재를 받는 수준을 훨씬 넘어 심각한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대한항공은 물론이고 한진그룹 전체에 큰 피해를 입혔으니까요. 대한항공의 브랜드는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임직원들은 업무 의욕을 잃었습니다.


절제된 언행이 필요한 이유
리더는 기본적으로 조직원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조직을 이끕니다. 따라서 신뢰가 약해지면 조직 구성원을 지휘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전통이 있고 규모가 큰 조직에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잘 교육 훈련된 직원들이 모여 있는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리더십의 약화는 기업의 성장 발전에 치명적 위협 요소가 됩니다.

이처럼 경영자의 언행이 갖는 의미와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경영자들은 자신의 의중이나 감정을 드러내는 데 신중을 기하게 됩니다. 말과 행동을 절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감추다 보니 종종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개방해야 상대방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면 상대방도 금방 무장을 해제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교감이 이뤄집니다. 그런 점에서 경영자들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강점이나 완벽성만 강조하는 방식은 소통 단절을 불러오기 쉽습니다. 직원들에게 그런 경영자는 그림과 같은 존재일 뿐 결코 함께 대화하고 느낌을 나누는 동료일 수 없습니다.

당연히 이런 경영자는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기 어렵습니다. 이야기하는 사람의 생각을 읽고 그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야 그의 말을 공감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니 직원들은 경영자에게서 한 직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동료 의식을 느끼기 어려운 겁니다.

따라서 경영자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출할 때 직원들의 존경과 신뢰의 대상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도록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해 직원들과 정서적으로 교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직원들이 경영자에 대해 “나와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느끼는 구나”라고 친근감이나 동료 의식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 존경심과 신뢰감이 유지돼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귀하의 말대로 경영자도 불완전한 사람인데 ‘절제된 언행으로 인간적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사실상 완벽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야 하는 게 경영자이고 그렇게 해야 조직이 유지되고 성과가 만들어지는 게 현실입니다. 따라서 그렇게 하고 싶지 않고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경영자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고 경영 책임을 지면 안 됩니다.

경영자의 소통 방식에 정답은 없습니다. 조직이 처한 현실과 기업 문화, 경영자의 철학이나 가치관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그러나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는 것 같습니다.


경영자의 침묵은 황금이 아니다
경영자가 하는 잘못된 소통 방식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직원들에게 감정을 쉽게 드러내는 것입니다. 희로애락의 감정을 여과 없이 털어놓는 것인데, 이렇게 해서 얻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그 대신 너무도 많은 것을 잃게 됩니다. 경영자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때 직원들은 면전에서 그것을 느끼고 이해하는 것처럼 행동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실상은 다릅니다. 경영자가 자리를 뜨면 남아 있던 직원들은 십중팔구 경영자의 행동에 대해 당혹감과 실망감을 토로할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자에 대한 신뢰감이나 존경심이 끼어들 틈은 없습니다.

그러니 직원들이 자신의 심정을 이해해 줄 것을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특히 자신의 외로움을 직원들과 나누려고 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외로움은 경영자의 태생적 질병입니다. 경영자를 그만두지 않고서는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직원들은 경영자의 외로움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고용자인 경영자와 피고용자인 직원들의 시각은 너무 다릅니다. 따라서 직원들에게 자신의 외로움을 하소연하고 그들로부터 쉽게 위로 받으려는 행동은 바보 같은 짓입니다.

직원들은 대체로 선배이자 보스인 경영자로부터 무엇인가 배우려고 하고 의지하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경영자의 기본적 소통 방식은 경청이고 공감이어야 합니다. 말하기보다 듣기에 주력하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직원들의 정서를 느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따라서 ‘내 짐을 직원들이 같이 져 줄 것’이라는 허튼 기대로 직원들에게 외로움과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은 나약한 경영자의 인상만 심어줄 뿐입니다.

둘째로 경영자들이 하는 잘못된 소통 방식은 ‘직원들이 알아서 이해하고 움직여 주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침묵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직원들의 시각은 경영자와 많이 다릅니다. 같은 인간이지만 여성과 남성은 화성인과 금성인처럼 다릅니다. 마찬가지로 경영자와 직원들은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처한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생각도 너무 다른 게 현실입니다.

따라서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회사의 비전이나 경영 철학을 설명하고 전파하지 않으면 직원들은 경영자와 다르게 행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니 행동이 다른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이 때문에 경험이 많은 경영자들은 기회만 닿으면 직원들과 비전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최대한 상황을 설명하고 해법을 같이 모색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고 또 해도 만들기가 쉽지 않은 게 공감대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런 점에서 경영자는 침묵만 해서는 안 됩니다. 직원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경청하되 회사의 비전과 자신의 경영 철학은 자세히 반복적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왜 회사가 그런 비전을 세웠고 그 비전을 어떻게 달성하려고 하며 그 비전이 이뤄지면 직원들은 어떻게 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그래야 회사가 지속 성장하면서 경영자와 직원들이 직장 동료로서 함께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직원들이 귀하의 생각과 다르게 행동한다면 그것은 바로 귀하가 충분히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직원들이 귀하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경영자인 귀하의 생각에 반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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