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vs 애플, 헬스 케어 경쟁 포문

스마트폰 통한 건강관리 급증…기압계 센서 장착하고 다양한 디바이스 연동 노려

최근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폰 등 모바일 하드웨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헬스 케어’가 의료 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고속 대량 스크리닝(High throughput screening), 바이오칩(Lab-on-a-chip) 등 첨단 기술의 발전은 모바일과 접목돼 소형 기기로 암 진단, 유전자 정보 해독은 물론 원격진료까지 가능한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예컨대 제너럴일렉트릭(GE) 헬스 케어는 거대한 초음파 영상 진단 기기를 스마트폰 크기로 줄인 브이스캔이란 제품을 선보였다. 라이프스캔이 출시한 혈당 측정기 베리오싱크는 블루투스와 아이폰을 연동해 자동으로 혈당 수치를 기록·분석하는 방식으로 기존 혈당 측정기의 불편함을 해소했다.



모바일 헬스 투자, 3년간 28배 늘어
나노 기술 분석 전문 기관인 럭스 리서치는 모바일 헬스 케어 시장이 2023년까지 8배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건강 상태 모니터링 기기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 3억72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2023년까지 160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웨어러블 기반의 헬스 케어 제품도 연평균 1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헬스 케어 애플리케이션(앱)도 보편화되고 있다. 약 9500만 명의 미국인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건강관리를 하고 있고 2017년까지 헬스 케어 앱 시장 규모는 26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마이피트니스팔(MyFitnessPal)의 칼로리 측정기(‘칼로리 카운터’)는 2014년도 구글 플레이의 베스트 앱 순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인기다. 의학 전문 앱 시장에 뛰어든 제약회사도 크게 늘었는데 미국에서는 화이자·암젠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우버의 공동 창업자 오스카 살라자르는 우버의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도 헬스 케어 시장에 옮겨와 ‘페이저’라는 앱을 출시했다. 환자가 모바일로 진료 요청을 하면 인근의 전문의가 주택을 방문해 진료를 보는 시스템인데 어린 자녀가 있어 외출이 번거로운 주부들의 수요가 많다. 공급자 측면에서도 2교대 등 여유 시간을 활용해 수입원을 넓히려는 의사들에게 인기다. 현재는 뉴욕 맨해튼과 브루클린 지역에서 20명의 의사 네트워크를 통해 서비스가 진행 중이며 지난해 100만 건의 진찰 예약을 이끌어 내는 등 시장의 검증을 거쳐 350만 달러의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구글 글래스를 기반으로 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인 오그메딕스(Augmedix)도 주목할 만하다. 의사들은 통상 전자 의료 기록에 환자 정보를 입력하고 검색하는 단순·반복 작업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 오그메딕스의 새로운 서비스는 의사들이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고 음성으로 환자의 정보를 자유롭게 입력하고 검색할 수 있도록 해준다. 현재 미국 10개 주 35개 병원에서 활용 중이며 지난 1월 12일 시리즈 A 펀딩으로 1600만 달러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 냈다.

2013년 기준 모바일 헬스 케어 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는 28억3000만 달러로, 지난 3년간 그 규모가 28배 이상 커졌다.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모바일 헬스 케어 관련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실리콘밸리로 몰리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글로벌 기업인 구글과 애플도 모바일 헬스 케어 시장으로 플랫폼을 넓히려고 노력 중이다.

구글은 ‘구글 헬스’의 실패 이후 지난해 6월 구글 핏(Google Fit)을 내놓았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디바이스와 상호 연동이 가능한 앱으로 사용자들이 운동량 등 정보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한 피트니스 앱이다. 특히 개발자들이 구글 핏 내에서 다양한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개방형 플랫폼을 제공한 것이 특징이다.

애플도 헬스키트를 출시해 심박 수와 칼로리 소모량, 운동기록 등 건강관리뿐만 아니라 응급 상황 시 알림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구글과 유사하게 플랫폼 개방으로 개발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애플은 특히 마요클리닉(Mayo Clinic)과 협력해 모바일 헬스 케어 서비스로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3월 말 미국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애플의 첫 스마트워치 ‘애플워치’가 모바일 헬스 케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애플워치의 강점은 아이폰 충성 사용자층 보유와 생태계 구축 가능성 등 두 가지로 요약된다. 애플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에서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안드로이드 진영에 크게 밀려 있지만 아이폰의 브랜드 충성도는 가장 높다. 시장조사 업체 스테이티스타에 따르면 아이폰의 브랜드 충성도는 90%로 삼성전자(77%)·LG전자(41%)·노키아(58%) 등 경쟁사보다 크게 앞섰다.



기존 의료기기 사라질 수도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폰 6는 기압계 센서를 장착한 M8 모션 프로세서를 탑재해 상대적 기압을 파악해 계단을 얼마나 오르고 내렸는지도 판단한다. 또 아이폰 6에 기본 탑재된 건강 앱이 각종 건강 앱과 연계돼 자신의 건강 관련 데이터를 한눈에 보여준다. 특히 M8 모션 프로세서는 단말기의 전원이 차단 되도 꺼지지 않아 일관성 있는 건강 관련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아이폰 6와 애플워치가 연동되면 더 많은 사용자가 헬스 케어 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앱스토어의 유료 앱 사용 빈도가 높은 것도 개발자들에게 매력적이다. 앱스토어는 올해 첫 주 결제액이 5억 달러를 기록하며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앱스토어를 통한 개발자들에게 돌아간 수익은 100억 달러였고 앱스토어 개발자들이 앱과 게임의 판매로 거둔 누적 수익은 250억 달러에 달한다.

이와 함께 애플은 헬스키트를 중심으로 의료 데이터를 각종 병원과 연계하고 애플워치를 각종 보험 상품과 연계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식품의약국(FDA)에서 모바일 헬스 케어 앱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등 정부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또 미국 소비자들도 모바일 헬스 케어에 대한 저항감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어 향후 다양한 시장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모바일 헬스 케어 시장이 열리면서 한국 의료 기기 업체들의 혁신 노력이 시급해졌다. 기기의 소형화와 모바일 기기와의 접목, 앱 시장의 발달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낼 것이다. 또 글로벌 시장의 경쟁은 더 거세질 것이고 기존의 혈당 측정기 등 하드웨어 중심의 의료 기기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모바일 헬스 케어는 유통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대형 의료 시설, 대학병원, 의사들만을 대상으로 타깃마케팅을 했던 의료 관련 기업들은 모바일 헬스 케어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유통 구조를 별도로 설계해야 한다. 또 마케팅 측면에서도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B2C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필성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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