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성애 그린 전쟁 드라마 ‘워터 디바이너’

워터 디바이너



감독 러셀 크로
출연 러셀 크로, 올가 쿠릴렌코, 제이 코트니

배우들의 감독 데뷔는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호평 받는 연기자일수록 첫 연출작에 대한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 혹시 모를 타격을 예방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누구보다 감독을 잘 이해하고 연기까지 출중한 최고의 배우, 자기 자신을 캐스팅하거나 혹평도 극복할 만큼 후회 없이 전심을 쏟아붓는 것. 감독 데뷔작 ‘워터 디바이너’를 만든 러셀 크로의 전략도 이와 다르지 않다.

호주 출신 감독이 ‘워터 디바이너’를 선택한 이유는 쉽게 짐작된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세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실종된 자식들을 찾아 전장으로 나서는 이야기다. 고향 호주에서 1만4000km 떨어진 터키까지 홀로 머나먼 길을 떠난 아버지의 여정은 호주 대륙을 울린 실화다. 더구나 뜨거운 부성애 연기는 배우 러셀 크로의 장기 중의 장기 아닌가. 국내에서도 크게 히트한 대표작 ‘글래디에이터’가 전사이자 아버지로서의 위엄을 보여줬다면 ‘워터 디바이너’에서 러셀 크로는 뼛속까지 그저 눈물겨운 아버지다. 43년 연기 경력의 절반 이상을 영화 현장에서 보낸 그는 희끗희끗한 세월의 흔적마저 캐릭터로 승화할 줄 안다. 오랜 영국의 식민지로서 당시 파병 명령을 거스를 수 없어 생때같은 청년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호주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를 겪은 우리의 피를 괜스레 끓게 하는 구석마저 있다. ‘감독’ 러셀 크로는 성글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연출을 여실히 보여준다. 연출 데뷔작으로서 ‘워터 디바이너’가 합격점을 웃도는 이유다.



내 심장을 쏴라



감독 문제용
출연 이민기, 여진구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트라우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수명(여진구 분)은 한날한시에 정신병원에 입원한 동갑내기 승민(이민기 분)의 병원 탈출 작전에 휘말리게 된다. 각양각색의 환자 캐릭터가 잔잔한 웃음을 유발하지만 저마다의 아픈 사연이 드러나면서 한결 묵직한 휴먼 드라마로 전개된다. 베스트셀러 작가 정유정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트라이브



감독 미로슬라브 슬라보슈비츠키
출연 그레고리브 페센코, 야나 노비코바, 로사 바비브

처음부터 끝까지 수화로 진행되는 이 영화에는 자막도, 내레이션도 없다. 평범한 10대 소년이 농아 기숙학교에 입학한 첫날부터 교내 폭력 집단에 휘말리는 잔혹한 성장담을 흡사 무성영화처럼 지독히도 치밀하게 관찰할 뿐이다. 교사가 오히려 매춘·강도를 부추기는 충격적인 현실에서 위악을 떠는 아이들과 실제 농아인 비전문 배우들의 극도로 사실적인 연기가 영화 이상의 여운을 남긴다.



빅 아이즈



감독 팀 버튼
출연 에이미 애덤스, 크리스토프 왈츠

아름다운 명화에 시시콜콜한 실화의 재미를 가미한 팀 버튼 감독의 최신작. 아내 마거릿이 그린 눈이 큰 소녀 일명 ‘빅 아이즈’ 그림을 미술계에 소개한 월터(크리스토프 왈츠 분)는 그림이 엄청난 인기를 얻자 자신이 화가인 양 행세한다. 팀 버튼 특유의 판타지적인 작풍보다 실제 빅 아이즈 그림과 배우들의 열연에 푹 빠져들 수 있는 담담한 수작이다.


나원정 씨네21 기자 zzaal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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