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불신에 떨고 있는 중국 증시

증권사 처벌 이후 상하이 지수 7.7% 폭락…정부 입김 여전


중국 증시에 지난 1월 19일 블랙 먼데이가 덮쳤다. 이날 3111까지 밀린 상하이 종합지수의 낙폭은 7.7%로 6년 반 만의 최대 폭이다. 이번 증시 폭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론 지난 1월 16일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개최한 정례 기자회견이 꼽힌다. 규정을 위반해 신용거래 업무를 수행한 증권사에 대한 처벌 조치가 공개된 것. 이 때문에 1월 19일 일부 중국의 조간신문은 ‘블랙 먼데이가 과연 올까’란 기사를 싣기도 했다.

이번 처벌로 3개월간 신용거래 신규 계좌 개설을 금지 당한 곳은 중국을 대표하는 3개 증권사로, 중신증권·하이퉁증권·궈타이쥔안증권이다. 이번 처벌에 대해 중국에선 신용거래에 대한 규제가 유동성 우려를 낳으며 증시를 패닉으로 몰고 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동성 우려로 중국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해 12월 초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상하이 종하지수는 12월 9일 5.43% 급락했었다.


유동성 우려는 정부 정책이 원인
두 차례의 폭락을 초래한 유동성 우려는 모두 정부 정책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12월의 조치는 중국증권등기결산(한국의 예탁결제원)이 발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규제로, 장내에서 이뤄지는 RP 매매 채권 대상을 신용 등급이 ‘AAA’인 채권이나 발행 기관 신용 등급이 ‘AA’인 채권으로 제한한 것이다. 이를 두고 당시 시장에선 정책의 ‘블랙 스완’이라고 불렀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신용거래 규제는 지난해 증시 급등 때부터 당국이 누차 경고해 왔던 사안이다. 이 때문에 이번 정책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예고됐던 ‘그레이 스완’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날려 보낸 그레이 스완과 블랙 스완이 중국 증시에 직격탄을 날렸다는 것은 중국 증시가 여전히 ‘정책시(政策市:정책에 의존하는 시장)’라는 것을 확인해 준다. 문제는 최근 급등세를 타는 증시가 실물경제로 흘러갈 자금까지 빨아들이는 부작용을 키우면서 당국이 언제든지 유동성 규제에 나설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중국 증시 폭락은 당일 아시아 주요 증시는 물론이고 상하이 증시 마감 이후 개장한 유럽과 미국 증시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세계경제 성장 기여도로는 이미 미국을 앞선 중국에서 발생한 증시 폭락이 왜 세계 증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을까. 중국과 해외 증시의 동조화는 이뤄질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이번에는 중국 증시 폭락이 다른 곳으로 점염되지 않은 것이다.

가장 큰 이유로는 중국 증시가 부분 개방된 것이 꼽힌다. 점염 경로는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와 적격내국인기관투자가(QDII),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교차 거래) 정도의 채널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 채널 모두 투자액 상한선이 있다. 점염 경로가 좁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중국 증시 자체가 다른 증시와 동조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보다는 중국 증시를 급락시킨 원인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처럼 순수하게 중국 증시에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급등락을 주도한다면 다른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처럼 증시 급락 원인이 다른 나라 경제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라면 다른 증시와의 동조화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증시의 이번 폭락이 다른 증시와 동조화하지 않았다는 것은 일각에서 이번 증시 폭락 배경으로 경제 경착륙 우려를 꼽은 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전문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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