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이야기의 힘 ‘모스’


애덤 고프닉·조지 도스 그린·캐서린 번스 편저┃박종근 옮김┃북폴리오┃448쪽┃1만4800원

책의 원제목도 ‘더 모스(The Moth)’다. 모스는 ‘나방’을 뜻한다. 한가롭고 조용한 시골의 밤, 밝은 전등 주변으로 몰려드는 수많은 나방의 무리들 그리고 그 밑에서 위스키를 홀짝이거나 조용히 턱을 괸 채 이야기에 집중하는 풍경을 떠올려 보자. 솔직하고 위트 넘치고 때로는 감동을 주는 이야기꾼들과의 만남에 밤이 새는 줄 몰랐던 한 소설가의 기억이 바로 ‘모스’의 출발점이다.

모스는 1997년 뉴욕에서 처음 시작된 세계 최대의 스토리텔링 이벤트다. 고향인 조지아 주의 무더운 여름밤, 불빛에 모여드는 나방들을 벗 삼아 지인들과 매혹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소설가 조지 그린은 바로 그때의 추억을 뉴욕에서 되살리고 싶었다. 뉴욕에 있는 그의 집 거실에서 처음 열린 모스 콘서트는 처참한 실패로 돌아갔지만 처음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곧 더 큰 무대로 장소를 옮겨 도시 전역으로 확대됐고 지금까지 3000편 이상의 이야기에 전 세계의 관객들이 화답했다. 모스의 팟캐스트는 매달 10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모스를 가리켜 ‘뉴욕에서 가장 강렬하고 신선한 문학을 만날 수 있는 티켓’이라고 호평했다.

갈수록 파편화되고 누구나 소외받는 현실은 단편적인 의사 전달만을 낳게 했다. 그건 반대로 그만큼 진짜 이야기에 목말라하는 사람 또한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야기에 목마른 사회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혹은 대화를 주도하기 위해, 비즈니스에 성공하기 위해, 하다못해 싸구려 물건 하나를 팔더라도 스토리텔링 없이는 힘든 세상이다. 책 속에는 지금까지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50여 개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의 결혼식 축사가 어떤 참극을 낳았는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왜 ‘절친’과 함께 목숨을 걸고 투우장에 들어갔는지, 조지 롬바르디 박사는 의사로서 테레사 수녀를 살려내기 위해 어떤 고난을 겪었는지, 르윈스키 사건 이후 탄핵 청문회가 준비되고 있던 시절 백악관 대변인이 된 조 록하트의 사연은 무엇인지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편저자 중 하나인 애덤 고프닉은 책의 서문에서 모스의 성공 비결을 세 가지 ‘C’로 요약했다. 이는 곧 모스의 성공이자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성공 비밀이기도 하다. 첫째는 ‘고백(Confessional)’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심정을 털어놓고 싶어 한다. 둘째는 ‘코미디(Comedy)’다. 다만 진실에 바탕을 둔 채 몰랐던 진실이 밝혀질 때의 웃음을 말한다. 마지막은 ‘관계(Connection)’다. 화자와 청자가 공감하는 순간에 비로소 진정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이종우의 독서 노트

데이비드 프롬킨 지음┃이순호 옮김┃갈라파고스┃984쪽┃4만3000원

‘현대 중동의 탄생’
서구 열강이 만든 비극의 땅

‘중동=무자비한 테러를 저지르는 난폭한 사람들이 사는 땅.’
오랜 시간에 걸친 반복 학습으로 굳어진 생각이다.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코란’이란 말도 반복 학습 중 하나다. 이슬람 전파 초기에 종교를 바꾸지 않으면 죽임을 당했다는 의미로 쓰이는데, 왜곡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침공한 유럽인들이 기독교를 믿지 않는다고 원주민을 몰살한 예는 있어도 이슬람은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 세금을 약간만 더 내면 이슬람을 믿든 믿지 않든 참견하지 않았다.

현재 중동이 겪고 있는 문제의 대부분은 제1차 세계대전 중 서구 열강이 내린 결정에서 시작됐다. 영국은 중동을 러시아의 남진을 막아야 하는 곳, 인도로 가는 철도가 지나가는 곳 정도로 생각했다. 여기에 유럽 국가 간 탐욕스러운 협상이 더해져 땅을 무작위로 찢고 붙이는 과정이 나타났다. 오스만투르크도 피해자 중 하나다. 중동의 맹주이면서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나라였지만 20세기 들면서 유럽 국가들에 영토의 많은 곳을 빼앗겨 실질적인 분할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나마 오스만투르크의 실체를 인정해 주던 정책은 제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더 가혹하게 변해 아예 나라를 해체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프랑스와 독일 간 진지전으로 서부 전선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오스만투르크를 통해 독일의 배후를 치기 위해서였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점령하려는 영국의 시도가 무산되고 터키에 의해 영국이 밀려나면서 상황이 정리됐기에 망정이지 실제 해체가 이뤄졌다면 중동은 지금보다 더 작은 단위로 쪼개져 많은 분쟁을 겪고 있을 것이다.

인종·종교·역사적 배경·현지인들의 바람 등이 국경을 나누는 기준으로 꼽히지만 현대 중동의 탄생은 이런 기준들과는 동떨어지게 진행됐다. 유럽의 이익이 유일한 룰이었는데, 서로간의 비밀 협정과 국지적인 분쟁에 의해 국경선이 그어졌다. 여기에 유대인이 끼어들었다. 전쟁에서 자금 지원을 얻으려고 영국이 아랍과 유대인을 대상으로 이중 계약을 맺음으로써 팔레스타인의 비극이 시작됐다.

나라의 경계가 정해져 실효 지배가 시작되고 나면 국경을 원래 상태로 돌리는 게 불가능해진다. 유일한 해결책은 무력을 통한 힘겨룸밖에 없다. 종교와 부족을 우선시하는 중동의 문화와 동떨어진 100년 전 서방의 결정으로 중동은 세계에서 분쟁과 테러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지역이 되고 말았다.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iminvestib.com



디스럽션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사물인터넷이라고 하면 스마트 홈이나 웨어러블 기기 정도의 초보적인 개념에 머무르고 있다. 15년간 인터넷 비즈니스 분야를 연구하면서 경영 실무도 병행해 온 저자는 이제 막 열린 사물인터넷 시대가 어떻게 진화할지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기존의 모든 비즈니스 룰을 단숨에 파괴할 것은 확실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물인터넷 비즈니스의 핵심이 ‘디스럽션(disruption)’에서 시작하며 ‘소비자’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부터 마케팅 방법 그리고 제품 개발 전략까지 낡은 것을 모두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시철 지음┃리더스북┃440쪽┃1만9500원



미래 경영
저자는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 때부터 ‘괴짜 교수’로 불렸다. 신발 끈의 색을 서로 다르게 묶거나 텔레비전을 거꾸로 놓고 보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사고와 각도에서 사물과 현상을 관찰해야만 그 사물과 현상의 다양한 특성을 살펴볼 수 있다고 말한다. 정보기술(IT)과 바이오 융·복합 이론을 이끌며 ‘벤처 창업의 대부’로 불린 저자는 2011년부터 미래 전략이라는 대명제에 집착했고 2013년에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을 설립했다. ‘3차원 미래 예측법’이라는 독특한 미래 예측 방법을 통한 미래 예측이 신선하다.
이광형 지음┃생능┃344쪽┃1만8000원





단(單)
너무 많은 물건, 너무 많은 정보, 너무 많은 관습에 둘러싸인 세상…. 모든 것이 많고 넘치는 복잡한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에도 집중할 수 없고 선택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혼창통’의 저자 이지훈이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단(單)’을 제시한다. 단순함에 대한 강력한 통찰과 실천적이면서도 종합적인 해법들을 제시하는 이 책은 ‘버리고, 세우고, 지키라’고 말한다. ‘버리고, 세우고, 지키기’라는 단의 공식을 토대로, 어떻게 버리고 세우고 지킬 것이며 이를 통해 어떻게 궁극의 단순함을 이룰지에 대해 살펴본다.
이지훈 지음┃문학동네┃364쪽┃1만6000원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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