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판다

해외투자 나서야…‘연금저축계좌’ 활용해 수익률 ‘업’

‘사기’의 ‘맹상군열전’에 나오는 말로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지혜로운 토끼는 굴을 세 개나 파 놓고 맹수의 공격에 대비한다는 뜻이다.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늘려 놓으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진다. 투자할 때도 ‘교토삼굴’의 교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자산을 지키는 방법은 글로벌 분산투자를 통해 적절한 자산 배분을 하는 것이다. 전 세계 시장에서 한국 시장의 비중은 2%가 채 안 된다. 98% 시장을 외면한 채 국내만 보고 투자 계획을 세운다면 위험이 닥쳤을 때 대처하기 어렵다. 게다가 한국은 빠른 고령화 등의 이유로 지속적인 저성장·저금리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해외 자산에서 투자 기회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53세 의사인 B 씨는 해외투자 필요성에 대해 이해하지만 세금 부담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작년 말로 해외 펀드 손실상계제도가 종료됐다는 소식에 기존에 보유한 해외 펀드도 팔아야 할까 고민이다. 이러한 B 씨는 연금저축계좌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연금저축계좌를 통해 해외 펀드에 투자하면 과세를 미루면서 금융소득 종합과세도 피할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낮은 세율의 연금소득세가 부과된다. 연금저축계좌는 1인당 연간 180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기 때문에 3년 동안 매년 그 금액을 투자했다면 5400만 원을 활용할 수 있다. 성인 자녀에게는 10년간 5000만 원까지 증여 공제가 가능해 증여를 통해 자녀의 연금저축계좌까지 활용한다면 효과적일 수 있다.


지수형 ELS 활용해 중위험·중수익 확보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B 씨의 국내 주식은 국내 컨슈머 섹터 펀드, 아시아 컨슈머 섹터 펀드, 글로벌 멀티 에셋 펀드로 분산투자했다. 국내 컨슈머 섹터 펀드는 이머징 국가의 소비 성장에 수혜를 보는 기업에 투자한다. 아시아 국가의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 아시아 지역 컨슈머 섹터 펀드는 중국·인도·한국 등 아시아 국가 내 글로벌 소비 증가의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에 투자한다. 아시아 국가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글로벌 경기 회복의 수혜가 예상된다. 글로벌 멀티 에셋 펀드는 주식·채권·대안투자 자산에 골고루 분산투자하는 펀드다.



기존의 신흥국 펀드는 글로벌 성장주 펀드, 브라질 국채,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분산투자했다. 글로벌 성장주 펀드는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종목에 투자한다. 경쟁력 있는 중대형주에 투자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시장 대비 우월한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국채는 연 10%대의 높은 이자 수익과 비과세라는 장점이 있다. 지속된 금리 인상으로 높아진 만기 수익률이 환율 변동 위험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CMA는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며 연 2% 수준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투자 기회가 생기거나 자금이 급하게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다.

정기예금은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으로 변경했다. 지수형 ELS는 기초 자산 중 하나라도 55% 미만으로 하락하지 않으면 7~8%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얻을 수 있고 비교적 낮은 변동성이 예상된다.

한 곳에 집중 투자하는 것보다 다양한 자산 및 지역에 투자하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과거 10년간 자산군별 연간 수익률을 보면 항상 1등 하는 자산이나 시장은 없다. 아무리 좋은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한 지역에만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없다. 예금과 부동산 투자가 전부였던 한국의 재테크 문화에 이제는 큰 변화가 필요할 때다.


이상열 미래에셋증권 서울산지점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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