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와 미 경기의 상관관계

금리가 실물을 너무 앞서 가…괴리 좁혀지면 주식 싸게 살 기회 온다



미국 경제는 2009년 6월을 경기 저점으로 올해 1월까지 67개월째 확장 국면을 이어 가고 있다. 앞으로도 경기 확장 국면은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이 실물보다 너무 앞서 가고 있다. 금융과 실물의 괴리가 축소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에서 충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1854년 이후 미국의 경기순환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2009년 6월을 저점으로 현재 경기 확장 국면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 2015년 1월 현재 미국 경기는 67개월 확장 국면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1954년 이후 평균 확장 국면이었던 38.7개월은 물론 1945년 이후의 평균(58.4개월)보다 더 길다. 과거 통계를 기준으로 추정하면 확장 국면이 67개월 이상 지속된 것은 15%였다. 이번 경기 확장 국면이 얼마나 더 이어질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답은 정보통신 혁명에 대응하는 셰일가스의 영향에 달려 있을 것이다.

NBER의 경기순환에 따르면 미국 경제에서 가장 긴 경기 확장 국면은 1991년 3월에서 2001년 3월까지의 10년이었다. 당시 정보통신 혁명이 경기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 정보통신 혁명은 모든 산업의 생산성을 증가시켰다. 거시경제 측면에서 생산성이 증가하면 한 나라 경제의 총공급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한다. 이때 생산량은 증가하고 물가는 하락하게 된다. 즉, 생산성 증가는 한 나라(미국) 경제가 고성장·저물가를 동시에 달성하게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셰일가스 생산이 늘어나면서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는 정보통신 혁명에 따른 생산성 증대와 유사한 형태로 미국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에너지 가격 하락은 생산비용을 감소시켜 미국의 총공급곡선을 우측으로 이동시킨다. 한편 원유 등 각종 에너지 가격 하락은 가계의 소비지출 구성 항목 중 에너지 비중을 줄이고 다른 소비재에 대한 지출을 늘리게 해준다. 그래서 총수요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정보통신 혁명과 성격의 차이는 있지만 셰일가스 생산 확대에 따른 에너지 가격 하락은 높은 경제성장과 낮은 물가를 동시에 달성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그래서 최근 미국 경제가 과거 평균보다 훨씬 더 긴 경기 확장 국면을 이어 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저금리 정책과 과잉유동성 때문에 금융이 실물에 비해 너무 앞서 가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주가가 그렇다.



셰일가스 영향으로 67개월째 경기 확장
1991~2001년 경기 확장기를 ‘정보통신 혁명’, 2009년 6월부터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경기 확장기를 ‘셰일가스’라고 단순하게 정의하고 경기 저점 이후 각종 경제 변수가 어떻게 변동했는지 비교해 보자. 우선 국내총생산(GDP)을 살펴보면, 2014년 3분기 GDP는 경기 저점이었던 2009년 2분기(6월)에 비해 12.2% 증가했다. 1991년 1분기(3월) 경기 저점 이후 같은 기간(21분기 후)에 당시 GDP도 12.9% 증가해 거의 같았다. 그러나 GDP를 구성하는 각 부문별로 보면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셰일가스 시기에 가계 소비가 12.2% 증가로 정보통신 혁명 때의 14.9%보다 낮았다. 그러나 고정 투자는 이번에 51.1%나 증가해 정보통신 혁명 때의 21.1% 증가보다 훨씬 높았다. 수출은 각각 36.7%와 40.4%로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한편 비농업 부문의 노동생산성은 정보통신 혁명 때 8.8% 증가했고 셰일가스 때는 7.3%로 낮았다. 그러나 단위노동비용은 전자의 경우 7.3% 상승했지만 후자의 시기에는 3.1% 증가한 데 그쳐 최근의 가계에 비해 기업 이익이 상대적으로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비농업 부문에서 노동 몫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사상 최저치까지 줄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가구의 실질소득은 1999년을 정점으로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예를 들면 1999년 미국 중위 가구의 실질소득이 5만6895달러였는데 이것이 2013년에는 5만1939달러로 8.7%나 감소했다. 셰일가스의 영향으로 물가가 더 안정되고 있는데도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명목소득 증가가 매우 더디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2009~2013년 미국 중위 가구의 명목소득 증가율은 연평균 0.7%로 같은 기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1.6%보다 훨씬 낮았다.



미국 가구의 실질소득 감소와 함께 가계의 부채 조정이 또한 소비 증가를 제약하고 있다. 정보통신 혁명 시기에는 미국 가계가 미래를 낙관적으로 내다보고 부채를 늘려 가면서 소비했다. 미국 가계의 가처분소득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1년 1분기에 81.3%였지만 이 비율이 2000년 1분기에는 92.0%까지 상승했다. 미국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대 64%였는데, 당시 소비가 증가하면서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가계가 구조조정을 해 가고 있다. 가계가 소득에 비해 부채를 상대적으로 줄여 가고 있는 것이다. 2014년 3분기 현재 가계 부채가 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2.6%로 2007년 4분기보다 27.2% 포인트나 낮아졌다.

실질소득의 감소와 함께 가계의 구조조정으로 앞으로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고 경제성장률도 정보통신 혁명 때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8%로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 경제성장 둔화와 달러 가치 상승도 미국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실물에 비해 주가 등 자산 가격은 정보통신 혁명 때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주가(S&P500)가 2009년 6월 경기 저점 이후 2.2배 상승해 1991년 3월 경기 저점 이후 같은 기간 1.8배보다 훨씬 더 올랐다.

GDP 등 실물경제 지표는 두 기간 동안에 거의 비슷한 속도로 증가했지만 주가 등 자산 가격이 셰일가스 시기에 더 빠르게 오른 것은 거의 0%에 근접한 초저금리와 3차례 양적 완화에 따른 유동성 증가 때문이다. 정보통신 혁명기에 연방기금 금리가 평균 4.5%(변동 폭 3~6%)였지만 2009년 6월 이후 경기 확장 국면에서는 0.1%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세 차례의 양적 완화로 통화 공급이 급증했다. 2014년 11월 현재 미국의 총통화(M₂)가 경기가 저점을 기록했던 2009년 6월보다 37.3%나 늘었다. 정보통신 혁명 때 총통화는 같은 기간 12.6% 증가에 그쳤다.


주가 등 자산 가격 조정 속도가 관건
비교해 본 두 기간 경기 확장 국면에서 경기 저점 이후 실물경제의 확장 속도는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주가 등 자산 가격의 상승 속도는 셰일가스의 영향으로 경기 확장 국면이 지속되는 현재가 훨씬 더 빠르다. 이는 0%의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에 기인한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해 10월부터 비정상적 통화정책인 양적 완화를 마무리하고 금리 인상 시점을 찾고 있다. 이르면 그 시기가 올해 6월일 수도 있다. 금리가 인상 등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의 초기에 금융과 실물의 괴리가 좁혀질 수 있다. 주가 등 자산 가격 조정이 완만할 것인가 아니면 급격하게 진행될 것인가의 문제만 남아 있는 것이다. 물론 장기 시각에서는 이때가 주식을 싸게 살 기회일 것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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