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을 통과하는 데 걸린 7년의 시간

실질소득 증가는 가계 소비 여력 증대를 의미한다. 구매력 향상을 의미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표면적으로는 적신호가 켜졌지만 뜯어보면 청신호가 유지되고 있다.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의 21세기 자본론 열풍이 훑고 지나간 지 벌써 1년이 돼 가고 있다. 하버드대 출판부의 101년 역사상 한 해 가장 많은 부수가 팔린 책이다. 이 책에서 걱정 가득했던 가계의 살림살이는 나아졌을까. 미국 가계의 임금 소득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지난 1월 9일 발표된 미국 고용 지표 중 세부 항목인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지난 1년 반 동안 2%대를 유지하던 지표가 1%대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한두 달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부정적 뉴스인 것은 확실하다. 금융 위기 이후 경기 선순환 구도 진입의 첫 단추가 가계 소득 증가이기 때문이다. 이 지표의 부진은 그나마 세계경제 회복의 큰 축을 담당하던 미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위안을 주는 지표가 있다. 실질 임금 소득이다. 가계 손에 쥐어진 명목 소득이 적다고 하더라도 그 돈으로 쓸 수 있는 자원이 늘어나면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다. 지금 미국 가계가 처한 상황이다.

미국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 소득(1982~1984년 물가 기준)은 최근 몇 달 새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반갑기 그지없다. 2014년 12월을 기준으로 연환산 실질소득은 1만8300달러로 사상 최고다. 실질임금 소득은 2011년부터 직전 고점 돌파에 실패하며 박스권 흐름을 보이다가 작년 8월 고점 돌파를 성공했다. 5개월 연속 증가세다.

실질소득 증가는 가계 소비 여력 증대를 의미한다. 구매력 향상을 의미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표면적으로는 적신호가 켜졌지만 뜯어보면 청신호가 유지되고 있다. 이면에는 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 안정이 크게 작용했다. 실질 구매력 증가에 이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유가 하락으로 신흥국 중 일부 산유국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유가 하락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과 단기 조정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정은 실질 구매력 증가에 따른 중·장기 호황 국면 진입의 사전적 진통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위험 자산을 늘릴 때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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