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의 우울한 글로벌 경제 전망

성장률 3.4%→3.0% 하향 조정… 미국만으론 세계경제 순항 힘들어


새해부터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속절없이 떨어지는 국제 유가, 러시아·베네수엘라 등 산유국 재정 악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일본의 디플레이션 우려, 미국의 금리 인상 예고 등 넘어야 할 파도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세계은행은 최근 ‘2015년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0%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6월에 전망한 3.4%보다 0.4% 포인트 낮은 것이다. 미국 경제가 소비 증대, 유가 하락 등에 힘입어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로존과 일본 그리고 신흥국의 경제성장이 예상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혼자만으로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 가기에는 힘에 부친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은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6월 3.0%에서 이번에 3.2%로 올렸다. 미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소비지출 증대가 유가 하락에 힘입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은행은 그러나 유가 하락이 유로존과 일본의 경제 회복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로존과 일본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 않고 있다. 유가 하락이 이런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란 설명이다. 세계은행은 유로존과 일본의 올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보다 각각 0.7% 포인트와 0.1% 포인트 낮은 1.1%와 1.2%로 하향 조정했다. 1월 22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회의에서 미국식 양적 완화 정책을 내놓을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머징 마켓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세계은행은 신흥국 성장률을 종전 5.4%에서 4.8%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의 성장 둔화, 원자재 가격 하락,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비용 상승 등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올해 성장률은 당초 7.5%에서 7.1%로, 브라질은 2.7%에서 1.0%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서방의 경제제재와 유가 하락 악재가 겹친 러시아는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 2.9%로 곤두박질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흥국 가운데 인도만 유일하게 6.3%에서 6.4%로 상향 조정됐다. 주요국 가운데 미국과 인도를 제외한 모든 나라의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일본 빼고 모든 나라 성장률 낮아질 것
코식 바수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제가 싱글 엔진, 즉 미 경제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미국 혼자만의 힘으로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 가기에는 벅찬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경제가 예상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무역량 감소, 미국의 금리 인상, 유가 하락에 따른 산유국의 재정 악화, 유로존 및 일본의 디플레이션 우려 등을 4가지 잠재 리스크로 꼽았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 경제가 해외 변수의 역풍을 맞고 힘을 읽어 버리는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 1월 14일 경기 동향 보고서 ‘베이지 북’에서 미 경제 활동이 ‘완만한(moderate)’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Fed는 그러나 텍사스 주 등 에너지산업이 집중된 지역에서는 원유 업체의 채산성 악화 등으로 해고가 발생하는 등 유가 하락의 부정적인 여파가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 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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