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 후강퉁 효과 지속될까

재정투자와 유가 하락·경기 부양 효과…차익 매물 부담이지만 중·장기 상승


매번 오른다 오른다 하면서 오르지 않던 중국 주가가 작년 하반기부터 상승 전환됐다. 2014년 7~12월 동안 상하이 주가는 40% 이상 올랐다. 특히 후강퉁(홍콩·상하이 간 교차 거래)이 개시된 11월 말 이후 1개월여 만에 30.7%나 급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미 5년 5개월 만에 최고치 3300을 돌파한 상태다. 올해 중국 주식시장은 어떨까. 대부분의 전문가들 예측은 ‘중국 증시 베리 굿’이다. 과연 후강퉁의 후광효과로 계속 급등세를 이어 갈까, 아니면 예측이 늘 빗나가듯 암초에 걸려 하락세로 돌아설까.

실물경제의 흐름을 보자. 우선 중국의 성장률은 하락할 전망이다. 구산업의 과잉설비 등 문제점을 구조 개혁하기 위해선 투자 감속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에 대한 수출입 의존도가 26%나 되는 한국으로선 그만큼 부담 요인이 크다.

하락하면 어디까지 갈까. 시장에선 7% 밑으로 떨어질 것이란 의견과 하락해도 성장률이 ‘7’자를 보일 것이란 의견으로 나뉜다. 빠른 하락 예상은 중국 경제에 부정적인 일부 해외 이코노미스트가 중심이다. 부동산 버블, 지방 부채, 그림자 금융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얘기다.


성장률 둔화로 실물 요인은 작년만 못해
반면 7% 또는 7% 초반 예상은 인민은행을 포함해 다행히도 시장의 다수 의견이다. 논거는 첫째, 지난해의 부동산 경기 둔화는 기본적으로 중국 정부의 버블 억제 정책 때문이지 수요 부족 때문이 아니란 점을 꼽는다. 하긴 중국은 앞으로 10년간 도시인구가 4억 명이나 더 늘어나고 소득 증가율이 주택 가격 상승률보다 빠를 전망이어서 부동산 잠재 수요가 여전히 강한 게 사실이다. 둘째, 중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예컨대 ‘지방 부채 과다’라고 해외에서 많이 시끄럽지만 중국은 중앙과 지방정부의 부채를 합쳐도 국내총생산(GDP)의 60% 수준이다. 미국의 130%, 일본의 200%보다 훨씬 낮다. 중국 정부가 미국 부채 수준까지 재정투자를 늘리면 재정투자만으로 앞으로 10년간 7%씩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가 필요할 때 미니 부양책을 쓰겠다는 것도 성장률을 맞추겠다는 맥락으로 이해된다.

실제로 작년 4분기부터 중국 정부는 인프라 등 재정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리고 있다. 물론 2008년 금융 위기 때처럼 무조건 성장률을 높이려고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성장 산업 또는 신성장에 도움이 되는 분야에 대해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규모는 엄청나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최근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에서 한 발언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2년간 10조 위안(약 1770조 원), 특히 올해만 7조 위안을 집행하겠다고 한다. 한국 예산(375조 원)의 3.3배나 되는 돈이다. 집중 투자 대상은 정책 최우선순위인 내수와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고령화 대책으로 의료 헬스 그리고 내수 물류 흐름 강화를 위한 인프라 투자다. 특히 올해 고속철도 건설에만 1조1000억 위안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또 시장에선 재정투자가 직접적인 경기 부양 효과를 갖는다면 유가 하락은 간접적인 경기 부양 효과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중동·아프리카 등 산유국들은 유가 하락으로 비상사태지만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엔 유가 하락만한 호재가 없다. 경기가 둔화돼도 기업의 제품 원가를 대폭 떨어뜨릴 수 있는 데다 소비 촉진에 상당한 플러스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 말에 봤듯이 ‘후강퉁’이란 시장 개방이 상하이 주가 상승에 큰 획을 긋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외국인이 상하이 주식을 사는 후강퉁 효과가 대단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한 달여 만에 40% 정도 주가가 올랐고 외국인 시가총액 점유율이 상하이 주식의 1.4%밖에 안 되지만 외국인 매수 종목이 상승 대표 종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개방이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켜서인지 후강퉁 이전 대비 이후의 주식거래 대금이 무려 4배 증가한 것은 향후 장세 판단에 대단히 의미 있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한 달 새 40% 상승…올해는 ‘상고하저’ 전망
그러면 앞으로 중국 주식시장은 어떻게 될까. 중국 주식을 썩 좋지 않게 보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경기가 둔화되기 때문에 주가가 강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철강·화학·시멘트 등 구경제 업종들이 깔린 곳이 상하 주식시장인데, 계속 오를 수 있을까 의문을 표시한다. 또 수급상으로도 주가가 단기간에 너무 올랐고 또 지난 몇 년간 부동산을 사쟀던 이재상품(理財商品) 등 소위 그림자 금융 상품들이 금년 들어 대량 주식 매입으로 갈아탔기 때문에 차익 매물 또는 부동산 추가 억제책이 나올 때의 대규모 급매물 가능성을 얘기한다. 일각에선 신용 매입만 이미 1조1000억~1조2000억 위안으로 상하이 주식시장의 유통주 12조~13조 위안(총 시가총액의 약 절반)의 약 10%여서 매물이 쏟아질 때 부담도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시장 대다수는 필자를 포함해 강세장 의견이다. 이유를 요약하면 첫째, 실물경제는 작년 대비 둔화될 전망이지만 중국 정부가 이미 작년 11월 말 한차례 금리를 인하한데 이어 추가 금리 인하를 예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민은행 총재가 언급했듯이 금리 인하는 목적이 경기 부양 외에 금리 자유화, 개인 생각으론 부동산 억제책이 나온다면 개인의 부동산 원리금 부담을 줄이면서 증시 부양과도 맞닿아 있다고 본다. 특히 3월 1일부터 시행될 부동산 통일 등기, 나아가 공직자 재산 등록제 등이 시행되면 부동산 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대규모 자금 이동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한국도 그랬지만 주식시장 개방은 외국인 수요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중·장기적으로 증시 상승 요인이다. 중국의 기간산업, 유틸리티 관련 외국인 수요는 상당 기간 매입 한도가 나올 때마다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1992~1998년 10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투자 한도를 늘렸는데, 당시 주가 흐름이 외국인의 주식 매수에 발맞춰 지속 상승한 바 있다.



셋째, 중국 정부에서 볼 때 주식시장 활성화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구조조정을 위해서나 신규 기업 상장을 위해서나 신규 자본(fresh capital)을 조달할 주식시장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도 없다. 또 위안화의 국제화도 주식시장 활성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작년부터 시진핑 주석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경제 외교를 펼치고 있는 위안화 직거래 시스템과 세계 넘버 2 금융시장을 꿈꾸고 있는 상하이자유무역지구도 증시 활성화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넷째, 애널리스트들은 가치 평가 측면에서도 충분히 상승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어쩌면 미국이 실물경제 호전에 앞서 선제적으로 주가가 엄청 오른 것을 감안하면 6년간 쉰 중국 주식시장의 상승 추세 전환이 이상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주가수익률(PER) 기준으로 봐도 미국이 17~18배, 작년 상승세로 돌아선 일본이 19~20배, 한국이 13.6배인 반면 중국은 12~13배에 불과하다.

다섯째, 단기적으론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주가 수급 측면에서도 잠재 수요가 많다고 본다. 외국인 수요뿐만 아니라 6년간 부동산 시장 등에 외출해 있던 개인 자금들이 주식시장으로 유턴할 전망이다. 또한 주목할 만한 것으로 중국의 보험과 연·기금의 확대를 들 수 있다. 중국의 보험 적립금과 사회안전보장기금이 고령화 대비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0년 200억 위안으로 출발한 사회안전보장기금은 작년 말 현재 1조3000억 위안(220조 원)으로 늘어나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단기적으론 3500까지 큰 부담은 없어 보이지만 앞서 얘기한 차익 매물, 신용 등의 급매물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중국 증시는 상승 추세로 전환됐다고 판단된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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