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은 카페식 서비스, 병원·택시에선 호텔식 서비스 ‘누려~’
웬만한 사업 모델로 앞날을 보장받기 힘든 시대다. 앉아서 고객을 맞는 때도 지났다. 무차별적인 경쟁 격화 때문이다. 뚜렷한 생존 무기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그중 하나가 ‘서비스’다. 살아남으려는 고육지책이다. 고객에게 선택받는 무한의 감동 서비스는 이제 필수다. 고객에게 낙점 받자면 라이벌과의 차별화된 서비스가 지름길이다. 서비스와 무관한 업종마저 감동 연출에 열심이다. 접객 연수는 일상적이다. 업종별로 의료·복지(21%), 서비스(18%), 메이커(15%), 운수 및 금융(각 11%) 등을 주기적으로 연수 받는다(ANA비즈니스솔루션, 2013년). 서비스 파워의 가치 공유다.
지금까지 편의점은 고객을 기다렸다. 편리한 입지만 선점하면 고객 흡수는 필연적이라고 보고 판매 전술을 세워 왔다. 편리성과 상품 라인업만 챙기면 충분했다. 그런데 최근 출점 경쟁이 격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접객 능력 확보 없이 살아남기 힘들다는 냉엄한 현실 인식이 지배적이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섬세한 대면 서비스가 요구된다는 점도 한몫했다.
서비스 대전의 총성을 당긴 건 ‘로손’이다. 치열해지는 경쟁 구도에서 승기를 쥐기 위해 타사와의 적극적인 차별 전략을 채택했다. 차별화 포인트는 스피드와 실행력을 겸비한 접객 혁명이다. 고객이 찾아오게끔 만드는 감동·양질의 서비스 제공이다. 전체 20만 명의 직원이 일체화돼 경쟁 격화의 돌파 무기로 접객 향상을 선정, 사활을 건다. 경영진은 주 1회 직원 회의의 화두로 ‘접객’을 내걸었다. 본사 주도의 일률적인 접객 매너 하향 보급 대신 점포마다 독특·자발적인 서비스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서비스 실천 단위의 주체성 확보 차원이다. 이후 상식 파괴적인 새로운 감동 서비스가 퍼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접객 혁명은 커피 판매다. 돈을 낸 후 컵을 받아 커피머신에서 본인이 직접 커피를 받는, 이른바 편의점 카페가 최근 인기 절정이다. 저가에 고품질 덕분에 히트 상품에도 올랐다. 매일 찾는 단골손님도 많다. 회사는 여기에 감동 서비스를 채택했다. 셀프서비스를 직원 접객으로 바꿨다. ‘커피 판타지스타(Fantasista)’ 제도다. 커피 지식을 갖춘 전담 직원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독자적인 자격까지 있다. 커피 지식, 접객 매너 등 시험 합격자에 한해 전담 직원을 뜻하는 블랙 앞치마와 유니폼을 준다. 전국에 2400명뿐으로 100명당 1명에 해당한다. 합격률은 20%대다.
새로운 서비스로 고객 감동
미래를 둘러싼 위기 타개책은 주효했다. 커피 판매 전담 직원 배치 이후 해당 점포의 매출이 1.5~2배 늘었다. 접객 서비스는 추가 수익을 낳는다. 커피를 주문받으면 다 나올 때까지 약 35초에 걸쳐 고객과 대화가 가능해 취향 파악 등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덩달아 커피 보완재인 쿠키 등의 별도 매출이 발생한다. 커피뿐만이 아니다. 적극적인 판매 권유로 신상품 등을 소개해 관심을 유도한다. 대다수가 아르바이트여서 적극적인 서비스가 힘들지만 이를 서비스 향상을 위한 팀워크로 승화시킨다. 단골손님의 정보 공유는 기본이다. 고령 고객엔 상온 음료를 별도로 준비하거나 서비스 상품도 잊지 않는다. 절묘한 팀워크를 자랑하거나 매출 상위 점포의 견학 체험도 지원한다. 시작은 커피지만 접객 서비스의 적용 품목이 점차 확대된다. ‘편의점 개혁’의 출발이다.
감동 서비스를 뜻하는 접객 혁명은 병원에서도 목격된다. 병원은 아픈 환자가 약자답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어쩌면 서비스가 없는 공간이었다. 다만 인구 감소가 펼쳐질 앞으로는 다르다. 환자 배제적인 고정관념을 깨지 않으면 생존이 힘들어진다는 게 공통 지적이다. 효고의 한 병원(히로하타센추리병원)은 환자를 감동시키는 접객 서비스로 명성이 높다. 고급 호텔에 맞먹는 양질의 서비스 덕분이다. 병원 정문에 배치된 ‘컨시어지(concierge)’ 제도가 대표적이다. 정장 차림의 여직원(2명)을 배치해 전문적인 특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외래 환자에게 물수건과 차를 제공하고 진료 카드 등을 받아 수속을 대행한다. 기다릴 일도 없다. 철저한 예약 관리 덕분에 평균 대기시간은 7분에 불과하다. 병원을 나설 때는 차량 문까지 닫아주며 일일이 고객 마음을 감동시킨다.
외래 환자만이 아니다. 입원 환자의 만족도도 높다. 일일이 병실을 찾아다니며 필요한 물건을 대신 구매해 준다. 주 2회 슈퍼마켓 물품이나 화장품·책 등의 구매 대행 서비스다. 음식은 섭취 가능 여부를 의료진과 협의해 일일이 체크한다. 수수료는 무료다. 환자의 건강 회복을 돕는 부가 효과도 적지 않다. 생일 축하도 있다. 전속 요리사를 채용해 수제 케이크를 만들고 병원 스태프의 축하 메시지를 담은 카드도 제공한다. 미용 자격증을 갖춘 직원이 이발을 무료로 해준다. 가벼운 마사지도 가능하다. 의사는 눈높이를 맞춰 온갖 얘기를 다 들어준다. 환자의 미세한 변화마저 체크하기 위한 조치다.
접객 중시 경영은 곳곳에서 체화된다. 자세·보행·표정 등에서 전체 스태프의 접객 품질이 확인된다. 병원은 이를 위해 전체 스태프들이 접객 연수에 의무적으로 참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령 인근 리츠칼튼호텔에 3일간 임직원을 보내 접객 연수를 직접 익히도록 했다. 의사·간호사·약제사 등 순번을 정해 전원 참가한다. 호텔에서나 봄직한 손등·엉덩이 등을 보이지 않는 섬세한 접객 태도는 이 과정에서 획득됐다. 고객만족도(CS)위원회를 설치하고 월 2회 전체 스태프의 접객 품질을 체크하기도 한다. 평판 향상은 당연지사다. 그 덕분에 병원과 간병 시설 등을 포함해 모두 11개소를 운영할 정도로 커졌다. 파격적 실험의 고마운 성과다.
경쟁 격화로 고전 중인 택시 업계도 궁극의 접객 혁명을 품에 안았다. 단순히 목적지에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것만으로는 생존이 힘들어졌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극진한 서비스로 지속적인 사업 모델을 갖추는 게 주요 과제가 됐다. 고베의 한 택시회사(긴키택시)는 승객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 감동 서비스를 내놓았다. 고베의 택시 상권은 경쟁사만 103개사로 포화 상태를 넘겼다. 손님을 태우기 위해 거리를 돌아다는 것만으로는 매출 증가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총 45대의 택시에 운전사가 60명인 소규모 회사지만 태반이 고령 운전사로, 야간 주행이 거의 불가능했다. 오후 6시 이후면 택시를 세워 둔 채 퇴근하는 게 보통이었다.
지역 명물 전포 도는 택시 서비스도
‘접객 택시’는 이 과정에서 나왔다. 운전사가 운전석을 벗어나 움직이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아이디어다. 가령 ‘스위츠(Sweets=디저트 종류) 택시’를 보자. 스위츠 택시는 시간제 전세 제도로, 예약 고객을 태우고 달달한 디저트 전문 점포를 순회하는 택시다. 지역 명물인 빵을 여행 순례 프로그램으로 만든 형태다. 구석구석의 명물 점포를 찾아 소개해 고객이 감춰진 맛을 맛볼 수 있고 빵집은 추가적으로 매출을 더 올릴 수 있다. 사전에 운전사가 해당 점포를 찾아가 시식 체험, 세부 정보를 익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안내할 수 있다. 점포마다의 차별적인 분위기와 맛을 느낄 수 있도록 각별히 배려해 준다. 가격은 2시간에 6000엔으로 순례 점포의 한계는 없다.
반응이 좋아 지역 호텔과 연계하기도 한다. 예약 고객은 운전사가 극진히 모신다. 빵이 막 구워지는 시간에 맞춰 손님을 안내한다. 호텔은 조식을 빵으로 대체하도록 했다. 지역을 관광 명소로 만들자는 취지에 동의한 결과다. 운전사는 계획을 벗어나 다른 음식을 원하는 승객의 요구에도 적극적으로 임기응변한다. 이때 승객을 즐겁게 하는 다양한 접객 노하우를 배운다. 새로운 기획 코스는 대개 운전사의 아이디어다. 승객이 없으면 운전사도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승차 때부터 재즈를 틀고 분위기를 돋우며 야경을 즐기는 ‘재즈택시’가 그렇다. 현재 프로그램만 30개가 넘는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