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국 인구문제 현장 보고서‘인구 쇼크’


앨런 와이즈먼 지음┃이한음 옮김┃알에이치코리아┃660쪽┃2만 원

‘둘만 낳아 잘 살아보자’는 시절이 있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자 이번에는 ‘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는 슬로건이 등장했다. 이런 주장에는 모두 ‘인구 폭발’과 이에 따른 과잉인구로 재앙을 맞을지도 모를 미래에 대한 우울한 전망이 담겨 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불과 20여 년 사이에 인구 폭발이란 화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 ‘저출산’의 공포다. 난다 긴다 하는 학자들이나 엘리트 정부 관료들의 예측이 모두 허언이 돼버린 셈이다.

요즘 한국 사회의 화두도 저출산과 고령화다. 생산 가능 세대가 점점 줄어들고 부양해야 하는 노인들만 늘어나면서 국가 경제 전체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런 전망은 정말 사실일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인간 없는 세상(The World Without Us)’에서 인간이 사라진 지구의 모습을 그리며 인류의 존재를 성찰하게 했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구 감소에 따른 심각한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한술 더 떠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전 인류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지금의 인구가 너무 많다는 역발상을 펼친다. 언뜻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 주장 같지만 저자는 2년에 걸쳐 전 세계 21개 나라의 인구문제 현장을 직접 탐사한 끝에 이 책을 썼다.

실제로 유엔인구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류는 4.5일마다 100만 명씩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2082년에는 100억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세계의 인구는 약 20만 년 동안 거의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역사의 마지막 0.1% 기간 동안 유례가 없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중이다.

저자는 지속적인 성장이 경제의 건전성을 말해주는 핵심 지표라고 말하는 경제학자들이 진실을 숨기고 있다고 말한다. 저출산을 벗어나 대규모의 인구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진짜 이유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더 값싼 노동력 이용이 가능해진다. 설령 인구가 감소해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들더라도 국민 1인당 소득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노동력이 귀해지면서 임금이 더 오른다.

사실 저자의 주장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1798년 맬서스가 쓴 ‘인구론’을 시작으로 1968년 생태학자인 폴 에를리히의 ‘인구 폭탄’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여러 학자들이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우려하며 파멸의 시나리오를 예상해 왔다. 하지만 이런 예언들은 성장이라는 달콤한 이데올로기에 가려져 무시돼 왔고 때로는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참고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300만 년 전과 같은 수준이다.



이종우의 독서 노트
‘대통령과 종교’
권력이 된 한국 종교
백중현 지음┃인물과사상사┃312쪽┃1만5000원

제헌의회 개원식에서 국민의례 후 가장 먼저 한 것은? 예배. 한국의 선거가 주중에 치러지는 이유는? 1948년 5월 9일 일요일에 첫째 선거가 예정돼 있었는데, 주일에 선거를 할 수 없다는 기독교계의 반대가 관례로 굳어져서. 국기에 대한 경례가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대는 형태가 된 것은?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하는 게 일본의 신사참배를 연상시킨다는 종교계의 반대 때문.

역사 이후 종교와 정치가 완전히 분리된 적은 거의 없다. 한국에선 불교가 정치에 관여한 걸 빌미 삼아 신진 사대부들이 고려를 뒤엎고 조선을 건국한 예가 있고 서양에서는 중세 내내 교황권과 세속 왕권이 협력과 경쟁 관계를 유지했던 경험이 있다.

헌법에 정교분리 원칙이 명시돼 있지만 지금 정치가 종교로부터 독립돼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과거처럼 무자비하게 권력에 다가가지는 않지만 교인들의 투표권을 매개로 은근히 압박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저항하기 힘들다. 그래서 권력의 핵인 대통령이 어떤 종교를 믿느냐에 따라 종교 사이에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한국의 대통령과 종교의 관계는 초대 대통령 때부터 시작됐다. 한때 선교사였던 이승만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복음이 넘치는 나라가 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기독교에 민간 방송사를 두 개나 허용해 줬다. 각료의 40%가 기독교도였고 동양권 국가 중에서 처음으로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정하기도 했다.

이렇게 시작된 종교와 대통령의 관계는 시간이 흐르면서 강해졌다. 정치의 필요에 의해 ‘구국 기도회’와 ‘구국 법회’가 열렸고 종교를 달래기 위해 많은 경제적 편의가 제공됐다. 가끔 둘이 갈등을 일으켰던 경우도 있다. 참여정부 때가 대표적인데, 집권 후반기에 대형 교회들이 대통령 퇴진을 공공연하게 주장할 정도였다.

정치와 종교의 유착이 서로에게 도움만 된 것은 아니다. 특정 종교에 대한 정권의 편향성이 다른 종교와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었고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대통령이 믿고 있던 종교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어떤 조직이든 조직이 만들어지면 확장하려는 욕망을 갖게 된다. 종교도 예외가 아니다. 더 많은 신도를 모으고 더 큰 성소를 가지려고 한다. 이를 이루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정치와 손을 잡는다. 종교가 가지고 있는 순교성 때문에 정치도 이를 적극 반겼다. 둘 사이의 관계가 건전하게 유지된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을 텐데, 그런 경우는 별로 없었다.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iminvestib.com



북방 루트 리포트
북방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김대중 정부 이후 박근혜 정부까지 역대 정권들은 왜 북방으로 길을 연결해 대륙으로 나아가고자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한다. ‘북방 루트’는 동북아시아와 유라시아 대륙의 도시를 새롭게 연결하는 철도와 도로, 에너지 수송관의 흐름에서 경제협력과 교류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저자들은 중국·러시아·몽골 등 변경 도시들과 일본 서쪽이자 동해에 면한 항구들을 탐사하고 나서 그곳에서 벌어지는 경제협력과 국제 질서 변화의 움직임을 기록했다.
강태호 외 지음┃돌베개┃416쪽┃2만2000원



현장에서 본 경제위기 대응실록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한 대응 실록으로, 2005년에 출간된 저자의 ‘현장에서 본 한국 경제 30년’의 후속편이다. 전작이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 경제의 주요 정책이 만들어지고 시행되는 현장을 생생하게 진술하고 있다면 이번 책에서는 두 번의 유례없는 세계사적 대위기 속에서 한국 경제가 어떻게 부침하며 응전해 왔는지 그 이면까지 꿰뚫어 보여준다. 두 번의 위기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되는 현실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강만수 지음┃삼성경제연구소┃543쪽┃2만4000원



창발경영
경영의 ‘전근대성’이 기업 실패의 중요한 원인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오너 경영, 다각화, 수직 계열화, 가업 승계 등을 통해 성공을 거둔 기업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역설도 존재한다. 즉 한국 기업 특유의 전근대성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절대 기준이라기보다 성공과 실패 모두를 불러올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저자는 시대에 맞는 경영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뼈를 깎고 살을 저미는 혁신을 단행한다면 이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를 통해 성패를 가른 본질적 요소를 찾고 미래를 열어갈 창발 경영이다.
이장우 지음┃21세기북스┃340쪽┃1만6000원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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