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액별 유망 지역…3억 미만도 ‘수두룩’

가락시영 1차도 2억 원대 투자 가능, 사업 속도·용적률·입지 따져야


10년간 지지부진하던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부동산 3법’ 효과다.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등 정부의 잇단 규제 완화 정책에 재건축·재개발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부쩍 커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재건축·재개발 시장은 가구 수만 해도 1만5000가구가 넘는 매우 큰 시장이다. 가구 수가 많은 만큼 각각의 사업 속도나 입지에 따라 향후 가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기회가 찾아온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이 기회를 제대로 붙잡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지도’가 필요한 이유다.


5층 미만 아파트·이주 임박 시점 골라라
일단 시장의 관심은 재건축으로 먼저 쏠리고 있다. 재건축은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에 민감한 상품이다. 권일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최근 최경환 경제팀이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마치 투자 모멘텀을 만들려고 작정한 듯 보인다”며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된다면 가장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개발이든 재건축이든 좋은 투자처를 선별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사업 속도’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재건축·재개발은 조합 설립 단계만 되더라도 사업 윤곽이 보이긴 한다”며 “하지만 이때 들어갔다가는 투자자가 자칫 기약 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재건축만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1000~3000가구 정도의 단지들이 많다”며 “이 때문에 기존 조합원들의 동의 여부가 시공사 선정 등 사업 추진 속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언제가 가장 적절한 투자 시기인 것일까. 최소한 조합 설립에서 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계획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안 연구원은 “재건축은 이주 시점이 눈앞에 다가온 단계에 투자하는 것을 가장 추천하고 있다”며 “적어도 1년을 넘기지 않고 분양을 시작할 수 있는 단지들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이주가 임박한 시점에서는 상당수 단지들이 프리미엄이 붙어 높은 가격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이주 임박 시점에서도 가격이 한 번 더 상승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투자에 나쁘지 않은 시기”라고 설명했다.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을 타이밍이라는 얘기다.

준공 연도가 오래될수록 재건축 일정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비강남권은 강남권에 비해 전체적으로 사업 속도가 늦겠지만 여의도·이촌 등 한강변 단지들은 연한이 오래됐기 때문에 의외로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반포한양·가락시영·개포시영·개포주공·신반포한신5 등이 향후 1년 이내 이주가 임박한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들이다.

권 팀장은 “전통적으로 12월에서 1월은 부동산 시장의 비수기이기 때문에 현재는 시장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활발한 편은 아니다”며 “다만 초과 이익 환수 폐지 등으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관련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월 이후가 되면 매수 움직임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재건축 투자에서 시세 차익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투자 금액이 적지 않은 만큼 보유 기간을 3년 미만으로 짧게 보지 말고 준공 후까지 길게 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 하나 중요한 기준이 용적률이다. 용적률은 건물의 전체 바닥 면적 대비 땅 면적의 비율을 말하는데, 이는 수익성과도 직결된다. 용적률이 높다는 건 그만큼 아파트를 높게 지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자연스레 분양할 수 있는 가구가 늘게 되고 수익성 또한 높아진다. 이때 ‘현재의 용적률’이 아닌 ‘향후 용적률’이 얼마나 높아질 것인지가 투자의 중요한 포인트다. 그 차이가 클수록 시세 차익을 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안 연구원은 “재건축은 최고 층수가 낮을수록 용적률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업성이 높다”며 “조합원들의 추가 부담금도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체 가구 수가 작을수록 향후 일반 가구 수 증가분이 많아져 사업 추진이 유리해질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재개발도 조합원 수가 적을수록 투자 수익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따져봤을 때 ‘5층 미만의 저층 단지’에 투자하는 것이 대체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개포주공, 이촌한강맨션, 가락시영1·2, 반포주공1 등이 대표적이다. 5층 미만은 아니지만 현재 용적률이 낮은 단지로는 목동신시가지7·잠실주공5·개포주공5 등을 꼽을 수 있다.

역세권이나 한강 조망, 뛰어난 학군 등 기본적으로 입지가 좋은 곳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은 부동산 투자의 상식이나 다름없다. 입지가 좋아야 시세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재건축 투자에서는 ‘내가 투자할 곳’의 입지만큼이나 ‘그 주변의 시세’가 중요하다.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용으로 주변 시세에 따라 일반 분양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곳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안 연구원은 “만약 재건축 아파트를 청약할 때는 눈에 보이는 경쟁률이나 언론의 발표 내용만 믿지 말고 주변 시세를 정확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며 “분양가가 적정한지 검토하는 게 투자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 수익 가능한 소형 평형도 투자 가치 높아
강남권 재건축은 일반 분양가가 크게 높아지면서 비례율(재건축 수익성을 나타내는 비율)이 상승하는 곳들이 있지만 이는 일부 단지에 한정될 가능성 또한 높다. 그만큼 투자 금액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잘 찾아본다면 2억~3억 원 정도에도 얼마든지 재건축 투자가 가능한 단지들이 적지 않다. 특히 소형 평형은 임대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안 연구원은 “만약 중·대형 평수에 투자한다면 월세로 200만~300만 원을 받아야 은행 이자와 비교해 이익이 될 수 있다”며 “투자 금액을 낮춰 소형 평형에 투자한다면 200만 원 이하의 월세로도 은행 이자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매매 시세가 주로 오른 전용 66㎡(19평) 미만의 소형 면적 비중이 높을수록 투자 가치가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표적인 곳은 월계미성·상계주공·성산시영 등이다.

권 팀장은 “재건축 이주 수요가 발생할 강남구·서초구·강동구 일대는 소형 평형에 투자하는 게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며 “전셋값이 상승한다면 소액 투자로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팀장은 금액대별로 유망 투자처를 꼽았는데 2억~3억 원대 금액으로 투자할 곳으로 가락시영 1차를 꼽았다. 그는 “가락시영 1차 56㎡(17평)형은 매매가가 6억1000만 원 선”이라며 “이주비 대출(은행이 재건축 대상 토지를 담보로 또는 시공사 보증을 받아 취급하는 대출) 지급받는다면 초기 매입비용 2억7000만 원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락시영 1차 42㎡(13평)형은 매매가 5억 원으로 이주비를 지급받는다면 초기 매입비용이 3억 원대 초반으로 가능한 수준이다.

4억~5억 원대에 투자 가능한 재건축 단지로는 둔촌주공 1단지 52㎡(16평)형과 잠원동 한신5차 109㎡(33평)형이 있다. 권 팀장은 “둔촌주공은 매매가가 5억9000만 원 정도인데 전세 1억2000만 원을 낀다면 4억 원대에 매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잠원동 한신5차의 매매가는 9억1000만 원 선이다. 2016년 2~3월께 이주를 앞두고 있어 전세 3억5000만 원에서 4억 원 정도를 끼고 5억 원대에 매입할 수 있다. 2016년 이주 시점에 이주비를 받아 기존 전세 보증금을 해결할 수도 있다.

6억 원대 이상 투자할 곳으로는 개포주공1단지를 추천했다. 개포주공1단지 52㎡(15평)형은 매매가가 8억3000만 원 정도다. 전세 1억 원을 끼면 7억 원대에 매입할 수 있다. 그는 “강남구 재건축 단지 중 99㎡(30평)형대 새 아파트는 최대 10억 원대 이상의 시세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개발은 마포·북아현 등 주목
이와 비교해 재개발은 아주 작은 규모의 사업장부터 대규모 사업장까지 그 수를 다 헤아리지 못할 만큼 난립한 상황이다. 안민석 연구원은 “재건축도 마찬가지지만 재개발은 지자체의 인허가 절차, 시행사의 자금 여력, 조합원 간의 합의 등 변수가 워낙 많다”며 “재개발은 해당되는 단지가 재건축보다 많지만 그중에서 실제 사업 진행이 이뤄지는 곳을 선별해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규 재개발 분양 단지에 투자한다면 일반 분양 전이냐 후냐에 따라 달리 접근해야 한다. 만약 일반 분양 전이라면 시세 차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조합원 분양권(입주권) 거래 가격을 조사해 보고 향후 일반 분양 시 가격과의 경쟁력을 비교하는 게 중요하다. 일반 분양 후라면 일반 분양분이 분포돼 있는 단지의 층이나 위치 등 입지 조건을 따지는 것이 먼저다. 이후 주변 시세를 면적대별로 분석해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조합원 입주권은 보유한 입주권이 주택으로 인정된다. 반면 분양 시 받는 분양권은 잔금 납부 후 등기를 완료해야 주택이 되는 것이므로 비과세 혜택과 양도세 감면 등의 절세 효과가 있다.

안 연구원은 “최근에는 소형 면적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조합원들이 이를 선점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다양한 일반 분양 면적이 배치된 단지인지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재개발 지역 지분 투자를 고려하는 이들이라면 조합원 수가 적은 단지가 유리하다. 조합원 수가 많고 적음에 따라 추가 부담금 비율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안 연구원은 “과거에는 재개발 구역 지정 이전에도 투자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분양 시점이 임박해 오는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사업 일정이 길어지면 투자 수익 회수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공사의 인지도도 중요하게 따져봐야 할 기준이다. 이에 따라 분양의 성패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주변 편의 시설이나 기반 시설이 양호한지, 교통 여건은 어떤지 등도 살펴봐야 한다”며 “무허가 건물, 나대지, 지상권만 있는 부동산은 피하는 게 좋다”고 못 박았다. 1억~2억 원의 소액 투자자는 재개발 지역의 입주권 지분을 눈여겨볼 수 있지만 사업의 불투명성이 걷힌 지역은 이미 시세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일반 재개발 투자에서 이 같은 기준을 모두 고려했을 때 유망 투자 지역을 꼽는다면 마포 일대와 북아현동·성수동 일대 등으로 좁혀진다. 도심권이면서 광화문·종로 등으로 출퇴근이 용이한 지역들이다.

뉴타운은 4000가구 이상 고밀도 대단지로 조성되기 때문에 주거 여건이 뛰어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일반 재개발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조합원 분양가, 주변 시세, 입지 조건, 사업 속도 등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기 때문에 찬찬히 따져봐야 한다.

안 연구원은 “재개발에 관심이 있다면 지역주택조합도 고려해 볼만하다”며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주택조합은 지역 주민들이 자체적인 조합을 구성해 주택 건립에 필요한 토지를 매입하고 공동으로 주택을 짓는 사업을 말한다. 주택법에 따른 민영 개발 방식이다. 주변 시세보다 10~20% 정도 저렴한 금액에 분양 받을 수 있지만 토지 매입이 늦어지면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 또한 그만큼 높은 편이다. 투자 메리트와 위험성을 동시에 가진 곳이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