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투스, 한국 게임은 살아있다

모바일 게임 ‘서머너즈 워’, 세계시장서 성공 가능성 보여줘


2000년 초반에서 2010년 중반까지 PC 게임 시장에서 한국은 대단한 저력을 보여줬다. 일본·대만·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도 넥슨·스마일게이트 등의 회사가 메이플 스토리나 크로스 파이어 등으로 위세를 떨쳤다. 그러나 시장이 모바일로 이동하면서 영향력이 축소됐다. 한국은 여러 이유로 모바일 게임 시장에 상대적으로 늦게 뛰어들었다. 한동안 세계적으로 히트하는 게임을 내놓지 못하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북미·유럽서 대히트
최근 반전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넷마블의 ‘모두의 마블’이 동남아시아에서 대성공을 거두면서 다시 한 번 ‘게임 한국’의 저력을 보여주는 듯했다. 2014년 초 게임빌과 한 식구가 된 컴투스에서는 ‘서머너즈 워’라는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였는데, 처음으로 미국의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30위권 이상의 상위권에 진입해 꾸준하게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4년 12월 5일에는 미국의 애플 앱스토어에서 전체 5위, 영국에서는 4위에 올랐다. 한국 게임 최초의 기록으로 기념할 만하다.

그렇다면 서머너즈 워가 어떻게 북미와 유럽권에서도 대히트를 할 수 있었던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 게임 자체의 완성도라고 할 수 있다. 서모너즈 워는 서양권뿐만 아니라 한국·일본과 기타 아시아에서도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 한국에서는 2014년 5월 1위를 차지했고 일본에서는 8월에 3위까지 오른 바 있다. 재미있는 게임이라면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성공할 수 있다는 좋은 예를 보여준 것이다.

둘째 요인은 적절한 시기다. 한국은 모바일에서 ‘롤플레잉 게임’ 장르가 등장한 게 2013년께다. 넷마블이 퍼블리싱하고 넷마블 몬스터가 개발한 ‘몬스터 길들이기’가 2013년 8월 선보이며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대부분의 게임들이 몬스터 길들이기를 본보기로 롤플레잉 게임 형태로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모바일의 작은 화면에서 롤플레잉 게임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지만 몬스터 길들이기가 우려를 깨고 성공하며 좋은 본보기를 보여줬다.

반면 서양권 국가는 모바일 게임에서 간단한 캐주얼 게임류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었다. 롤플레잉 게임이 아직 일반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서머너즈 워 게임이 나온 것이다. 스타트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히는 “파도가 칠 때 올라탄다”에 잘 부합했다. 북미 시장에서는 일본의 구미에서 나온 브레이브 프론티어라는 게임이 유일하게 롤플레잉 게임 장르 중 선방하고 있었다. 적절한 타이밍에 서머너즈 워가 시장에 나오면서 히트를 쳤다.

셋째 요인은 현지화다. 컴투스는 이미 10여 년 넘게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자사의 모바일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었다. ‘홈런배틀’ 게임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를 통해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운영 및 마케팅 등에서 많은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다. 게임빌 역시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10여 년 동안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장시간에 걸친 노력들이 이 게임을 통해 집결돼 나왔다. 서머너즈 워는 한국 회사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전체적인 현지화 수준이나 운영 및 마케팅 등이 아주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스타트업에서도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생각으로 오랜 기간 노하우를 축적하면 이러한 좋은 결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에 롤플레잉 게임이 넘쳐나고 있고 상당 부분 해외 마켓에 진출했지만 서머너즈 워만큼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는 못한다. 그 어느 회사도 이러한 삼박자(좋은 제품·좋은 타이밍·서비스 노하우)를 갖춘 회사가 없는 게 이유다.

하지만 넷마블이 활발히 북미 시장을 두드리고 있고 넥슨·위메이드·엔에이엔·네시삼십삼분 등 좋은 회사들이 많으므로 앞으로 언제든지 서머너즈 워 그 이상의 성적을 낼 기회가 충분히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정직한 객원기자·전 갈라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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