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업종도 공급과잉에 ‘칼바람’

LED 칩 업체 68% 퇴출…무분별한 정부 지원 부작용

풍력발전 설비, 태양광 패널, 발광다이오드(LED) 칩…. 중국에서 철강·시멘트 등 전통적인 업종과 함께 공급과잉 몸살을 겪고 있는 첨단 신흥 업종들이다. 이들 업종의 공급과잉 배경엔 첨단 신흥 산업 육성이라는 명분 아래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흥 산업에 대한 정부의 맹목적인 지원이 갖는 리스크를 보여준다.

최근 중국 내 LED 칩 업체가 5년 새 68% 퇴출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중국 증권망 등에 따르면 2009년 62개에 달했던 LED 칩 생산 기업은 20여 개로 줄었다. 상장사인 더하오룬다는 3개 이상의 LED 칩 생산 기업들로부터 인수 요청을 받고 있다. 장종용 스란밍신과기유한공사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5년 내에 대략 5개 정도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문을 닫지 않은 LED 칩 생산 기업 가운데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식물 기업’도 적지 않다는 보도도 나온다.


도산 면해도 ‘식물 기업’ 신세
LED 칩 업계가 구조조정에 휘말린 것은 공급과잉이 갈수록 심각해진 때문이다. 더하오룬다의 왕둥레이 회장은 “현재 중국 수요로는 20여 개 LED 칩 업체의 생산을 소화할 수 없다”며 “대형 칩 생산 업체 한 곳만 있어도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과잉 상태에 처한 것은 광둥성·푸젠성·장쑤성·후베이성·산둥성 등 10여 개 성과 시에서 신흥 산업 육성을 통한 지역경제 성장이라는 명분으로 보조금을 업체에 남발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의 풍력과 태양광 산업이 공급과잉 상태에 빠진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방정부의 경쟁적인 보조금 지급 정책 때문이란 점에서 그렇다. 중국 톈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 공급은 수요를 95% 초과했다.

2010년 말 태양광 패널 생산 세계 1위에 올랐던 중국의 썬테크는 지난해 파산했다. 썬테크의 급부상과 몰락은 정부 지원이 만들어 낸 거품 경제를 보여준다. 썬테크의 창업자 스정룽은 해귀파(海歸派:해외 유학파) 출신의 엔지니어로, 우시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회사를 세계 최대 기업으로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기술력 있는 해귀파의 창업은 중국이 추구하는 혁신의 대표적인 수단이고 이를 위해 정부 지원은 감초처럼 들어간다. 썬테크의 고성장으로 스정룽은 한때 중국 1위 부호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성장은 거품이었다. 특히 정부 지원을 받아 성장한 공급과잉 업종의 밀어내기 수출은 잦은 통상 분쟁을 야기한다. 미국이 2014년 말 중국산 태양광 관련 제품에 최고 165.04%의 수입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중국 풍력발전 설비 생산 업체도 환경오염이 없는 신에너지로 풍력발전이 부각되면서 우후죽순 생겨났다. 하지만 풍력발전소가 세워져도 이를 송전할 수 있는 전력망이 갖춰지지 않아 발전소를 십분 가동하지 못하는 곳이 늘었다. 발전설비 수요가 줄면서 설비 생산 업체들의 가동률도 이미 평균 60%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특히 중국 국무원이 2014년 12월 19일 감세 등 지방정부의 무분별한 특혜 정책을 전면적으로 정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공급과잉 상태인 이들 신흥 산업의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첨단 신흥 산업의 구조조정은 중국에서 정부와 시장 간의 관계가 재조정되며 국가자본주의를 타고 커진 성장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 국가자본주의의 재조정 리스크에 대비해야 할 때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전문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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