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박종대 기염…‘첫 1위’ 4명 탄생

김동원·최정욱 ‘9회 연속’, 강성부·김홍식 ‘돌아온 전통의 강호’

베스트 애널리스트는 재미있는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증시가 활황일 때는 젊은 신인 애널리스트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증시가 불황일 때는 경력 있는 베테랑 애널리스트들이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이런 징크스는 변하지 않았다. 2014년 증시는 ‘상고하저’였다. 그래서일까. 2014년 상반기 조사에서 많은 ‘뉴 스타’들이 탄생한 반면 하반기 조사에서는 그간 아쉽게 1위를 차지하지 못했던 ‘베테랑 애널리스트’들이 베스트 애널리스트의 영광을 차지했다. 국내서 유일하게 매년 두 번씩 조사하는 한경비즈니스의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는 또 한 번의 흥미로운 결과를 냈다.



유일한 다관왕
다관왕은 항상 주목의 대상이 된다. 이유는 2000년대 후반 들어 각 애널리스트들의 영역이 전문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몇 년 새 리서치센터의 규모가 줄어들면서 한 애널리스트가 여러 부문을 맡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관왕은 잘 나오지 않는다.

이번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에서 유일한 다관왕은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다. 박 애널리스트는 유통 부문과 교육 및 생활 소비재 부문에서도 동시에 1위에 올랐다. 박 애널리스트는 이미 2013년 상반기 조사에서부터 유통 부문의 베스트를 줄곧 지켜 왔다. 교육 및 생활소비재 부문은 2013년 상반기부터 조사에 참가해 3위와 2위를 오가다 이번 조사에서 첫 1위의 영광을 안았다.

박 애널리스트를 표현할 수 있는 말은 ‘하이브리드형 애널리스트’다. 사실 경력 10년 차에 접어든 그는 원래 섬유·의복(2011년 상·하반기 각각 6위)과 교육 및 생활소비재(2010년 상반기 6위) 등의 부문에서 좋은 성적을 내왔다. 2012년 상반기 조사에서부터 유통 부문에 집중하기 시작한 그는 결국 이 부문에서 최고의 강자가 됐다. 이후부터 다시 강점을 가지고 있던 교육 및 생활 소비재 부문과 섬유·의복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발동을 걸었다. 결국 이번 조사에서 교육 및 생활 소비재 부문에서도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됐다. 이와 함께 섬유·의복 부문에서도 5위라는 좋은 성적을 달성했다. 섬유·의복 부문에는 서정연 애널리스트라는 강자가 있긴 하지만 내친김에 ‘3관왕’까지 노려볼 수도 있는 기세다.



실제로 박 애널리스트는 다양한 섹터를 함께 맡고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그가 발간하고 있는 리포트들이다. 일례로 하반기 대표 리포트 중 하나의 제목은 ‘백화점 점포의 확대, 진정한 수혜는 패션(2014년 11월 5일 발간)’이다. 즉 섬유·의복 산업을 유통산업의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고 유통산업을 섬유·의복 산업의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 및 생활소비재 부문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가장 큰 화장품업 역시 유통산업, 특히 백화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산업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소비 시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서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개별 업체들의 대응을 유기적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유통과 화장품·의류·생활용품 브랜드 업체들을 망라하는 커버리지는 소비 시장의 변화를 포착하고 전망하는 데 매우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전체 애널리스트 중에 분석하는 기업이 가장 많다. 31개 종목이나 된다. 일반적으로 국내 애널리스트들의 평균은 10개 기업 내외다. 즉 이제 각각의 부문을 구분하지 않는 국내 유일의 ‘소비 시장 애널리스트’가 된 것이다.



넘버 2의 반란
앞서 소개한 것처럼 이번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 결과를 보면 새로 1위에 오른 인물들 중에서 이미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경험했거나 꾸준히 상위권을 기록한 베테랑 애널리스트들이 꽤 많다. 실제로 지난 조사에서는 9개 부문의 생애 최초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탄생한 반면 이번 조사에서는 5개 부문의 생애 최초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나왔다. 그마저도 한 자리는 이미 유통 부문에서 붙박이 1위를 하던 박종대 애널리스트가 교육 및 생활 소비재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차지한 것이다. 실제는 4개 부문에 불과하다.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베스트 애널리스트의 자리에 오른 애널리스트들은 최찬석(인터넷)·강성진(운송)·박소연(시황)·박세원(기술적 분석) 애널리스트다. 사실 이들은 모두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애널리스트로 최근 3년여간의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 왔다.

박소연 애널리스트는 2010년 하반기 시황 부문에서 처음으로 11위에 오른 뒤 1년 만인 2011년 하반기에 3위까지 빠르게 순위를 끌어올렸다. 산업 분석 부문 애널리스트에 비해 전략 부문 애널리스트들의 순위 변화가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성과였다. 하지만 2012년 상반기 조사에서 2위를 차지한 뒤 이후 다섯 번의 조사에서 계속해 ‘한 끗 차이’로 2위에 머물렀다. 그러다 마침내 2014년 하반기 조사에서 베스트를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물론 박 애널리스트는 스스로 “씁쓸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선의의 경쟁을 하던 라이벌이 사라진 것이다. 그간 줄곧 그와 시황 부문에서 1·2위를 다투던 박승영 전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가 이번 조사부터 리서치센터를 떠나 다른 직종으로 옮겼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1위 등극’이라는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기자 출신 특유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분석을 바탕으로 이미 수년 전부터 증권업계 최고의 ‘스토리텔러’ 중 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박 애널리스트는 지난 상반기 조사부터 기술적 분석 부문에서도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기술적 분석 부문은 지금까지 남성 애널리스트들의 영역이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경험이 중요한 기술적 분석 애널리스트들의 숫자가 점차 줄어가고 있다. 이 점을 돌이켜 본다면 박 애널리스트의 기술적 분석 부문으로의 진입은 업계 내에서도 큰 반향이 될 수 있다. 박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사에서 기술적 분석 부문 2위를 차지하는 좋은 성적을 냈다.

박 애널리스트는 “시황 및 전략과 기술적 분석을 같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을 보는 관점이 상호 보완된다”면서 “예를 들어 기술적 분석의 그래프가 가지는 특정한 요소에 대한 분석보다 그 변화의 거시적 함의를 따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에는 양쪽의 장점을 흡수해 더 변화된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인터넷 부문에서 베스트가 된 최찬석 애널리스트는 KTB투자증권의 ‘한(?)’을 풀어낸 애널리스트다. 2008년 출범한 KTB투자증권은 계속해 ‘강한 리서치 센터’ 자리를 지켜 왔다. 출범 이후부터 이번 조사까지 대부분의 조사에서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수많은 증권사를 제치고 꾸준히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려 왔다. 또 소속된 애널리스트들도 부문별 조사에서 대부분이 10위권 안에 들었다. 이처럼 KTB투자증권은 모든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이 ‘좋은 리서치센터’라고 평가함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하지 못했다. 어찌 보면 희한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인터넷 부문의 최찬석 애널리스트가 1위를 차지함으로써 그간의 숙원을 풀었다.

KTB투자증권뿐만 아니라 최 애널리스트 역시 그간의 숙원을 풀었다. 2010년 하반기 이후로 꾸준히 2~9위를 오가던 경력 10년 차의 최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사에서 드디어 1위를 차지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모바일 결제와 커머스, 모바일 게임주 투자 전략, 다음카카오 합병, 알리바바와 삼성SDS 기업공개 등 시장이 궁금해 하는 국내외 이슈들에 대해 깊이 있는 산업 리포트를 적시에 제공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된 원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 애널리스트가 신지윤 리서치센터장(운송)·오진원 애널리스트(지주회사)와 함께 10월 20일 발간한 ‘삼성SDS, 세 개의 심장으로 이룰 세 배의 성장’이란 제목의 60페이지짜리 보고서는 이 회사를 분석한 리포트 가운데 가장 양질의 보고서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운송 부문에서 첫 1위의 영광을 차지한 강성진 애널리스트도 노력의 결실을 드디어 맺은 애널리스트다. 운송 부문은 특히나 굵직한 애널리스트가 많은 업종이다. 이번 조사에서 유틸리티 부문 1위를 차지한 윤희도 애널리스트를 비롯해 송재학 NH투자증권(우리) FICC센터장, 주익찬 아이엠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등이 바로 이 업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9년생의 비교적 젊은 나이인 강성진 애널리스트는 2010년 이후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왔다. 특히 2012년 하반기 조사부터 2014년 상반기 조사까지 네 번 연속으로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다 마침내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등극한 것이다. 강 애널리스트는 “항상 애널리스트의 본분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며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영업실적, 현금 흐름, 지배 구조 이슈 등을 다각도로 분석했고 이를 수치화해 설명했다”고 말했다.

박세원 애널리스트는 계량 분석 부문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2011년 상반기 조사에서 처음으로 순위권에 진입한 박 애널리스트는 2013년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3위와 2위라는 좋은 성적을 올렸다. 지난 상반기 조사에서는 잠시 빠져 있던 박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사에서 최초 1위라는 기쁨을 누렸다.

박 애널리스트는 소위 말하는 ‘끼 있는 애널리스트’다. 그는 2001년 한국투자증권에서 처음으로 증권업계에 발을 담갔다. 당시 애널리스트가 아닌 정보기술(IT) 전문가로 입사했다. 출신 학과가 컴퓨터공학과였기 때문이다. 이후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대신증권에서 일했다. 당시 그의 분석력을 높이 산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의 리서치 어시스턴트(RA)로 일하게 된다. 이 때문에 그는 자타 공인 ‘조윤남 키즈’로 불린다. 여기서 그는 또 한 번 변신한다. 피데스투자자문의 펀드매니저로 자리를 옮긴 것. 박 애널리스트가 본격적으로 ‘퀀트 애널리스트’가 된 것은 증권사 입사 후 11년이나 지난 2012년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나 경영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서른다섯 살이 돼서야 RA로 시작해 애널리스트로서의 시작이 매우 늦었다”면서 “이 분야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았고 모르는 것에 창피해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결과 수많은 질문과 답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었고 여러 경험에서 나오는 독특한 시각이 펀드매니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돌아온 베스트 애널리스트들
이번 조사에서는 이른바 ‘뉴 페이스’들이 지난 조사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여러 부문에서 이미 베스트 애널리스트들의 경험이 있는 ‘전통의 강호’들이 1위를 재탈환하는 결과가 나왔다. 김홍식(통신)·김지산(가전)·원재웅(증권)·이승호(제약)·강성부(신용 분석) 애널리스트가 그들이다. 2013년 상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차지했던 김홍식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사에서 이 분야의 강자인 최남곤 애널리스트를 뒤로하고 다시 한 번 최고가 됐다. 또 2~3위를 오가며 꾸준히 높은 성적을 내던 김지산 애널리스트도 2010년 하반기 이후 처음으로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됐다. 이와 함께 2013년 상·하반기 모두 1위를 했던 원재웅 애널리스트는 증권업의 강자 장효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를 제치고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됐다. ‘신용 분석’이라는 부문을 개척한 애널리스트 중 하나인 강성부 애널리스트는 지난 조사에서 잠시 2위로 내려갔다가 다시 왕좌에 복귀했고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제약·바이오 부문을 ‘싹쓸이’했던 이승호 애널리스트 역시 오랜만에 1위로 돌아왔다.



9회 연속 1위
최근 증권업계의 다운사이징 추세로 많은 베테랑 애널리스트들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며 리서치센터를 떠나고 있다. 이는 점점 줄어드는 ‘연속 1위 수상자’가 증명한다. 앞서 이야기한 시황 부문 박승영 애널리스트뿐만 아니라 계량 분석의 강자 이원선 애널리스트가 자산 운용사로 자리로 옮겼고 철강 부문에서 장기 1위를 하던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이제 ‘리서치센터장으로서의 역할’만 하기로 공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기록’을 세워 가는 애널리스트들이 있다. 김동원(디스플레이)·최정욱(은행) 애널리스트가 그들이다. 이들은 2009년 상반기 이후 단 한 번도 1위(9회 이상)를 놓치지 않고 있다. 김 애널리스트는 “법인영업부서와의 협업이 좋은 성적의 원인인 것 같다”며 “특히 해외 기업 탐방, 해외 투자자 미팅과 IT 박람회 참석 등을 통해 얻은 지식을 기업 분석에 활용한 것도 글로벌 디스플레이 산업 흐름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 비교적 양호한 실적에도 은행주는 2014년 중 꾸준히 약세를 보였다”며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한 점과 시기와 이벤트에 따라 종목별로 합리적인 투자 의견을 제시한 점이 좋은 성적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애널리스트와 최 애널리스트의 뒤를 잇는 ‘장기 집권자’들은 이경자(건설) 애널리스트와 신승현(보험) 애널리스트다. 이들은 이번 조사까지 8회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또 최창규(파생상품) 애널리스트와 이응주(화학) 애널리스트는 7회 연속 1위에 올랐다. 박종연(채권)·전종규(글로벌 투자 전략)·윤창용(거시경제) 애널리스트는 6회 연속 1위를 차지하며 기록을 세워 가고 있는 중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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