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폭은 넓게, 지분은 많게 ‘구광모’ 출격

2015년 주목받는 재계 3·4세들 ①구광모 LG 상무

상무 승진에 이어 LG 3대 주주 올라…후계 구도 본격화되나



최근 재계에서는 구광모(37) LG 상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14년 말 상무로 승진하며 임원 대열에 합류한데 이어 그룹 지주회사인 (주)LG의 3대 주주에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구본무 회장의 외아들이라는 점에서 LG그룹의 4세 경영 채비가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4위 LG그룹은 2014년 11월 27일 그룹 임원 인사를 통해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 구 상무를 지주사인 LG 시너지팀 부장에서 상무로 승진시켰다.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 대리로 입사한 지 8년 만이다. 특히 구 상무가 승진한 지난해 나이(36세)는 구 회장이 과거 임원으로 승진했던 때의 나이와 같다.


37세 상무…지주회사 지분 5.83% 보유
구 상무는 여기에 더해 2014년 12월 26일에는 (주)LG의 주식 190만 주를 추가로 취득해 그룹 지주사의 4대 주주에서 3대 주주로 한 계단 올라섰다. LG의 3대 주주였던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구 상무에게 주식 190만 주를 증여한 것이다. 구 상무는 이번 주식 증여로 총 1024만9715주(지분율 5.83%)의 주식을 확보하게 됐다.

주목할 것은 구 상무가 3대 주주로 있는 LG는 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라는 점이다.

2006년 LG전자 입사 이후 구 상무는 아버지의 길을 따르기 위해 경영 수업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 로체스터공과를 졸업하고 국내 정보기술(IT) 솔루션 회사에서 3년간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치면서 본격적인 경영 수업이 시작됐다.

LG전자 첫 입사 후 지금까지 구 상무는 LG전자 공장뿐만 아니라 다른 핵심 계열사 공장을 돌면서 현장 학습도 마다하지 않았다. 2014년 1월에는 현장 경험을 위해 LG전자 창원 공장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현장과 밑바닥 정서를 중요시하는 LG그룹의 문화가 반영된 것이다. 이는 구 상무가 직접 지방 공장을 돌면서 LG전자뿐만 아니라 그룹의 상황을 파악하고 현장 감각을 익히는 계기가 됐다.

구 상무는 종종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과 비교 대상에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이들을 같은 잣대로 비교하기에는 무리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 부회장이나 정 부회장과 달리 구 상무는 나이가 젊은 데다 그룹에 합류한 것도 이제 8년 차로 비교적 짧기 때문이다. 거함 LG그룹을 이끌기 위해서는 ‘내공’을 더 다질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LG그룹 홍보담당자는 “구 상무는 그동안 착실하게 경영 수업에 임했고, 이번 승진은 그 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을 뿐”이라며 기업 승계에 대한 섣부른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화려한 혼맥으로 유명한 LG가에서 구 상무는 어떤 집안과 혼맥을 이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구 상무는 연애결혼에 성공했다. 2009년 중소 식품첨가물 제조업체인 보락의 정기련 대표의 장녀 효정 씨와 결혼했다. 보락은 향료와 화공약품, 껌 베이스 등 식품첨가물과 원료 의약품을 제조·판매하는 업체다. 56년 전통을 지닌 연매출액 300억 원을 올리는 내실 있는 중견업체다. 두 사람의 인연은 뉴욕 유학 생활 중에 시작됐다. 하지만 둘의 결혼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양가의 반대가 있었지만 구 상무가 고집을 꺾지 않았다고 한다.

구 상무의 인맥은 그리 넓지 않은 편이다. 스탠퍼드대 동문으로는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구자홍 LS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구본웅 하버퍼시픽캐피탈 대표,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GS칼텍스 전무 등이 있다. 대기업 3세인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과는 매형과 처남 사이다. 구 상무의 고모 구훤미 씨의 딸 김선혜 씨의 남편이 이 부회장이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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