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나 홀로 독주’ 이어 갈까

소비·부동산·투자 모두 ‘대체로 맑음’…제조업 부활, 한국엔 부담


2014년 미국 경제는 본격적인 경기 확대가 예상됐지만 결과적으로는 뭔가 부족한 감이 있다. 2014년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2월의 급작스러운 한파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여 전체적으로 2013년 대비 약 2%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기가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으면서 한때는 ‘경제의 잠재 성장력이 저하되고 있는 것 아닐까’라는 소위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의 ‘장기 침체론’이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2014년 연말로 오면서 미국 경제 회복이 뚜렷해지는 반면 중국 경제 등 지금까지 세계경제를 견인해 오던 신흥국들의 성장률은 둔화되는 양상이 뚜렷하다. 시장에선 다시금 미국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5년 미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기대대로 본격 회복돼 세계경제 전반에 청신호를 보내줄까, 아니면 명확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다시 ‘장기 침체론’ 논쟁을 불러일으킬까. 조심스럽긴 하지만 시장 대다수의 의견은 2015년 미국 경제는 ‘대체로 맑음’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중국·유럽 등 해외 경제와 재정 채무 부담은 여전히 위험 요인이라고 본다.


고용 증가와 소비 증가의 선순환 뚜렷
우선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에 대해 살펴보자. 개인 소비를 전망할 때 중요한 포인트는 소득이고 소득은 노동시장 상황을 살펴봄으로써 그 방향을 판단할 수 있다. 미국 노동시장은 어떨까. 2014년 시장에서 미국 경제를 그래도 희망 있게 봤던 이유는 실업률 하락 때문이었다. 실업률이 6%대 밑으로 떨어졌고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 증가가 1995년 이후 10개월 연속 전월 대비 20만 명 이상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파트타임 노동자와 장기 실업자가 여전히 많다는 문제점은 남아 있지만 2015년에도 노동시장의 회복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기업들의 노동 수요를 나타내는 노동 부족률도 경기가 좋았던 2007년만큼 높아진데다 임금을 포함한 소득 여건을 보여주는 고용비용지수도 상승세가 뚜렷하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개인들의 소득 여건은 착실히 개선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2015년의 개인 소비 회복세를 보여주는 지표인 셈이다. 또한 최근의 금융시장의 움직임도 개인 소비에 대해서는 훈풍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견조한 주식시장도 한몫하고 있다. 자산 효과를 통해 개인 소비 증가를 돕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 위기의 상처가 가장 크게 남아 있는 시장은 주택 시장이다. 그러나 주택 시장도 2012년 주택 가격이 바닥을 찍은 이후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된 이유는 강력한 임대 수요다. 노동시장 등의 개선에 따라 젊은 세대나 돈 많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주택 구입 희망이 늘어나면 몰라도 임대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은 무슨 얘기일까. 그 배경은 주택 대출의 대출 기준이 엄격하기 때문이다. 이는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전 의장의 말에서도 알 수 있다. 버냉키 전 의장은 2014년 10월 개최된 주택에 관한 콘퍼런스에서 ‘최근 주택 대출을 받으려고 했는데 잘되지 않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그래서 주택 구입보다 미국의 대다수 사람들은 임대주택 입주를 선택하고 있다. 그러면 수요 강도는 어느 정도일까. 임대주택 수요를 나타내는 임대 공실률은 2014년 3분기에 7.4%로 19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따라서 2015년에는 이러한 임대 수요를 바탕으로 한 주택 건설이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기업 부문으로 눈을 돌려보자. 2014년 설비투자는 회복세를 지속해 왔지만 그 속도는 과거 경기 회복 국면에 비해 느린 편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미국의 기업들은 풍부한 자금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써 주주의 기대에 부응했다고 할 수 있다. 2015년에도 이러한 기업들의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의한 주주 환원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점차 그동안 쌓인 유동성을 바탕으로 중·장기 성장을 목표로 하는 설비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설비투자 마인드는 2014년 후반 이후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 상공업(C&I) 대출의 대출 기준은 주택 대출과 달리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대해 모두 우호적으로 완화되고 있다. 특히 C&I 대출의 전년 대비 증가율도 상승 추세로 전환되고 있어 2015년에는 설비투자 확대가 뚜렷해질 것이란 기대가 많다.


재정 문제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금융시장에선 원유 가격의 하락과 달러 강세라는 변수가 관심 대상이다. 연구 기관들은 이러한 변동이 미국의 거시경제에 대해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 분석이 분주하다. VAR(Value at Risk) 모델을 이용한 한 분석에 따르면 원유 가격 하락이 개인 소비를 증가시키는 반면 달러 강세는 미국의 수출을 감소시킬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실질 GDP에 대한 영향은 두 요인이 상쇄돼 약간의 플러스 효과를 보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분석을 종합해 보면 원유가 하락과 달러 강세란 변수가 2015년 미국 경제 전반의 회복에는 약간의 도움을 주는 정도로 판단된다.



그러나 불안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첫째, 에너지산업 특히 지역적으론 에너지산업 의존도가 높은 텍사스 주 등은 원유가 하락 등의 여파에 따른 고용 감소, 건설과 토지 개발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 등 마이너스 파급효과에 주의해야 한다.

둘째, 세계경제 특히 중국 경제와 유럽 경제의 둔화, 우크라이나와 중동 지역 등에서의 지정학적 위험 고조는 여전히 불안 요인이다. 이것이 심할 경우 호전이 기대되는 기업의 설비투자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셋째, 재정 문제에선 미 연방 채무 잔액의 상향 조정 문제가 포인트가 될 것이다. 채무 잔액 상한은 2015년 3월 15일까지가 적용 면제 기간이다. 따라서 2015년 초가 되면 이 문제로 또 한 번 미국 정가와 경제계가 시끄러울 것이다. 물론 2016년 대선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면 민주당·공화당이 결국 합의해 큰 혼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의견이긴 하다. 하지만 상한을 더 올리게 되면 미국채의 디폴트 우려가 재연되고 소비자와 기업 마인드에도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제 회복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기본적으로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중국의 경기 둔화나 유럽에서의 잠복 리스크를 일정 부분 상쇄해 준다는 점에서 가뭄에 단비 역할을 해 줄 것이란 기대도 강하다. 그러나 작금의 미국 경제 회복은 미국 내의 제조업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확대된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 소위 셰일가스 혁명에 기초한 미국 내의 제조업 부활 움직임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나라, 특히 한국과 같은 수출 중심국들은 이전만큼 미국 경제 회복에 따른 수혜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소비가 늘어도 자체 생산품의 소비가 늘어나 한국 같은 수출국들의 수출 증가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미국 주가는 지속 상승했지만 한국 주가는 전혀 오르지 못한 것도 이러한 실물에서의 기업 실적 부진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미국 경기 회복이 이를수록 미 금리 인상 시점도 당겨질 것인 만큼 이에 대한 금융시장 리스크 관리도 꼼꼼히 챙겨야 할 시점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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