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파생 상품 투자의 제1 원칙

더 큰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얻는 더 큰 수익은 없다. 상품 안내장에 자주 나오는 ‘위험은 낮추고 수익은 높인…’ 유형의 문구는 금융의 기본에 반하는 얘기이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정지홍 RHT 대표

1973년생. 2000년 미 웨스트버지니아주립대 수학 및 컴퓨터공학 전공. 2006년 시카고대 금융수학 석사. 2001년 미 필립스그룹 메드퀴스트 근무. 2006년 KB국민은행 트레이딩·금융공학부. 액센츄어. 2011년 리스헷지테크놀러지(RHT) 대표(현).


요즘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의 인기가 높다. 거래할 때 상대방의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면 도움이 되는 것처럼 ELS와 DLS 투자자들을 위해 어떻게 비즈니스가 돌아가는지 살펴보자.

첫째, ELS와 DLS는 파생 상품이다. 파생 상품은 그 가치가 기초 자산의 움직임에 의해 결정되는 금융 상품의 총칭이다. 파생 상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초 자산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파생 상품의 영어 단어는 디리버티브(Derivative), 기초 자산은 언더라잉(Underlying)이다. 둘의 관계는 말 그대로 ‘파생 상품의 가치는 기초 자산으로부터 온다(Derive From Underlying)’다.

둘째, 금융회사는 파생 상품의 평가 가격을 수학적 모델에 따라 결정한다. 파생 상품의 가치는 미래 시점에 기초 자산의 가격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 미래의 일은 아무도 알 수 없다. 불완전하지만 금융회사는 지수·주식·석유 등 기초 자산의 움직임을 수학적 모델을 사용해 파생 상품의 가치를 결정한다. 이 모델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블랙 숄즈 모형이다. 마이런 숄즈 박사가 발표한 이 모형은 옵션 가격 결정 모델로, 파생 상품 시장 발전에 기여했고 현재까지 가장 널리 쓰인다. 199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셋째, 판매된 ELS·DLS 대금은 본점의 회사마다 이름이 약간씩 다른 트레이딩(Trading) 부서나 장외파생부서에서 운용된다. 운용은 퀀트와 트레이더가 담당하는데, 수학적 모델에 의해 파생 상품의 가격과 헤지 비율(자금 운용 과정에서 얼마의 채권과 기초 자산을 사고팔지를 나타내는 수치) 산출의 업무를 담당하는 보직을 퀀트라고 한다(필자의 보직이 퀀트였다). 헤지 비율이 계산되면 이를 기반으로 트레이더가 자신의 전망과 감을 더해 자금을 운용한다.

넷째, 거래 결과에서 금융회사와 투자자 모두 윈-윈이 가능할까. 그렇다. 삼성전자를 기초 자산으로 한 ELS를 예로 들면 금융회사는 투자자의 돈을 헤지 비율에 따라 만기일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계속 사고팔며 비중을 조절해 나간다. 삼성전자 주식이 오르면 투자자는 시중금리보다 높은 약정 이자를 받고 금융회사 역시 삼성전자에서 오는 이익으로 약정 이율을 지불하고도 이익을 남길 수 있다.

다섯째, 금융회사는 항상 수익을 볼까. 그렇지 않다. ELS·DLS는 금융회사 역시 예대마진보다 훨씬 큰 위험을 감수하는 금융거래다. 금융회사 역시 잘못된 헤지로 고객에게 지불해야 되는 약정 금액보다 운용의 결과가 모자라게 되는 손실이 발생할 때도 많다. 이 같은 위험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타사가 발행한 ELS·DLS를 판매만 하기도 하는데, 이를 백 투 백(Back to Back) 거래라고 한다. 손실을 피하는 대신 중간 마진을 취하는 것이다.

여섯째, 금융회사의 부당 행위로 투자자가 손실을 볼 가능성은 있을까. 기초 자산의 가격이 원금 손실 가능 구간 근처에 있을 때 발행사가 기초 자산을 집중 매도해 원금 손실 가능 조건을 확정한다. 실제 이런 사례가 더러 발생하며, 동양 사태와 같은 부당 행위도 염두에 둬야 한다. ELS·DLS 는 판매자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휴지가 되는 증권이다.

마지막으로 파생 상품 투자에서도 제1의 철칙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다. 더 큰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얻는 더 큰 수익은 없다. 상품 안내장에 자주 나오는 ‘위험은 낮추고 수익은 높인…’ 유형의 문구는 금융의 기본에 반하는 얘기이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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