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전국 경영대 평가] 경희·건국·동국 ‘약진’…지방대 부진 지속

최상위권은 큰 변동 없어…세종·경기·부경대 수직 상승 ‘눈길’

2014년 전국 경영대 평가 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고려대 경영대의 7년 연속 1위’, ‘경희대와 중앙대의 순위 다툼’, ‘10~20위권의 지각변동’, ‘지방대의 부진’ 등으로 볼 수 있다.

고려대 경영대는 9개 부문 중 7개 부문에서 선두를 차지하며 총점 5938점을 받아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고려대 경영대는 한경비즈니스가 전국 경영대 평가를 시작한 2008년 이후 7년 연속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올해 조사에서 고려대는 2위 연세대(4882점)와 1000점 이상의 격차를 두고 있어 지난해보다 더 국내 최고 경영대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1955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고려대 경영대는 한국의 경영학 교육을 대표하며 최근 해외로 ‘대한민국 경영 교육’의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고려대 경영대는 지난해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13개국 53개교 학장단이 참여하는 아태 경영대학장 서미트를 개최, 아시아 시대의 경영학 교육 발전과 비전에 대한 논의하는 장을 만들었다.

1위 고려대를 선두로 연세대(4882점)·서울대(4398점)·성균관대(4292점)·서강대(3801점)·한양대(3366점)로 이어지는 6위까지의 순위는 지난해와 변함이 없었다. 10위권 내의 변동으로는 경희대(2488점)가 지난해보다 한 계단 상승해 7위를 차지, 중앙대(2177점)와 자리를 바꿨고 건국대(1148점)가 올해 10위에 올라 10위권에 처음으로 진입했다. 한국외국어대는 9위 자리를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지켜냈다. 지난해 조사부터 10위권에서 모습을 감춘 지방대들은 올해도 10위권 내에 한 곳도 들지 못했다.


경희대, 중앙대 누르고 7위 탈환
2위에 오른 연세대 경영대는 이번 조사에서 ‘국제화 시스템’ 부문에서 최고점을 얻었고 3개 부문(전공·교양교육의 업무 관련성, 업무 적응력, 창의적 업무 해결)에서 2위 자리를 차지했다. 연세대 상경대 출신은 최근 한국 경제의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각각 연세대 경제학과,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연세대 상경대 출신 인사가 ‘실물경제·통화정책 투톱’을 동시에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계에도 최근 연세대 인맥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상경대를 졸업한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 등은 모두 연세대 출신 금융계 인사들의 모임인 ‘연금회’ 멤버다.

3위 서울대 경영대는 2개 부문(신입 사원 채용, 진학 추전)에서 2위에 올라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업인들의 평가인 전국 경영대 평가에서는 3위 자리에 올랐지만 서울대 경영대는 수험생에게 최고 명문의 위상을 여전히 갖고 있다. 올해 대학 수학능력시험 가채점 결과 입시 업체들은 인문계열 최상위 학과인 경영학과의 지원 가능 점수를 서울대 395점, 고려대와 연세대는 391~394점으로 내다봤다. 서울대 경영대는 최근 창업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서울대가 젊은 창업 인재를 길러 내겠다는 목표로 ‘창조경영학과’를 추진했지만 여러 논란에 부닥쳐 좌절됐다. 그 대신 ‘벤처경영학’이라는 연합 전공 과정을 신설해 기업가 정신과 창의성을 기르는 인문·사회·과학을 이수하고 창업에 필요한 실무·전문 지식을 습득하도록 하고 있다.

4위 성균관대 경영대의 성장세가 주목할 만하다. 성균관대는 3위 서울대와 불과 100점 차를 두고 바짝 따라붙고 있다. 부문별로 보면 성균관대는 ‘발전 가능성’ 부문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2012년 조사에서 이 부문에서 성균관대가 최고 점수를 받은 바 있지만 지난해 3위로 떨어졌다가 올해 다시 정상을 탈환했다. 또한 ‘조직 융화력’ 부문에서도 둘째로 좋은 평가를 받아 전반적인 상승세를 이끌었다. 성균관대는 금융권에서 서울대·연세대와 함께 막강 인맥을 자랑한다. 국내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서울대 출신인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성균관대 출신이다. 최근 KB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윤종규 회장은 성균관대 경영대 75학번이고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도 성균관대 출신이다. 성균관대 동문은 신상훈 전 신한은행장이 첫 금융계 CEO 자리에 오른 후 후속 주자들이 최고경영진에 합류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 박재식 한국증권금융 사장,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강원 우리카드 사장 등도 성균관대를 나왔다.

서강대 경영대는 부문별로 대부분이 4, 5위권에 머무르며 종합 5위 자리를 거머쥐었다. 서강대 경영대는 전통적으로 막강한 인물을 배출해 왔다. 예전부터 명성을 가진 ‘서강학파’는 최근 들어 활약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정연대 코스콤 회장 등이 서강대 출신 파워 인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강원대, 11계단 상승 ‘지방대 중 주목’
6위 한양대는 실용 학풍을 내세우며 사회가 필요한 인재를 길러 내는 것을 교육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학풍은 기업들이 한양대 경영대 졸업생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양대 경영대는 2009년에 파이낸스 경영학과를 신설하고 경영학과 재무·금융·회계 분야를 융합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입학 시 합격자 전원에게 4년 전액 장학금 지급’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마련했다

7위 경희대와 8위 중앙대는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양새다. 2011년 조사에서 경희대가 7위에 올랐으나 2012년과 2013년 조사에서는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중앙대가 이 자리를 빼앗았다. 하지만 올해 조사에서 다시 경희대가 중앙대를 누르고 7위 자리를 탈환했다.

10위부터는 올해 조사에서 큰 변화를 보인 대학들이 눈에 띈다. 10위에 오른 건국대는 지난해 17위였으나 올해 7계단을 점프, 10위권에 진입했다. 건국대 경영대는 특화 전략으로 ‘기술경영’을 내세우고 2008년 기술경영학과와 ‘밀러MOT(Management of Technology)스쿨’을 설립했다. 수년간 기술 경영 분야의 국내외 최고 귄위자와 학자를 영입하며 국제화를 추진한 것이 순위 상승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동국대 경영대 역시 순위를 3단계나 올리며 11위에 올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동국대 경영대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관심을 쏟는 것은 경영학 인증, 영어 강좌 증설, 해외 대학과의 교류 등이다. 동국대 경영대는 이 세 가지 부문에서 이미 선발 주자이며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12위에 오른 이화여대는 지난해 10위에서 2계단 하락했다. 이화여대는 10위 자리를 두고 매년 경쟁 대학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이화여대는 부산대·경북대 등 지방 명문대와 치열한 경쟁을 해왔고 지난해 지방대의 순위가 급격히 떨어지면 10위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 조사 결과 건국대·동국대의 약진으로 12위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지방대 중 최고 경영대로 꼽히는 경북대는 한때 10위권에서 지방대로서의 명성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조사에서 13위로 떨어진 후 올해도 13위에 머물렀다. 14위 서울시립대 역시 지난해 11위의 양호한 성적을 보였으나 올해 3계단 추락했다.

그 외 20위권 내에서 16위 숙명여대, 17위 국민대가 각각 2계단, 3계단씩 상승하며 우위를 보였다. 15위 부산대, 19위 홍익대, 19위 인하대는 각각 3계단, 2계단, 4계단씩 떨어져 하향세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경기대는 올해 17계단 올라 20위에 자리 잡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또한 부경대는 14계단이 올라 21위에, 세종대도 6계단 올라 23위에 랭크돼 신흥 명문 경영대로 떠오르고 있다. 28위에 오른 강원대 역시 11계단 상승해 지방대 중에서 주목받고 있다. 반면 올해 하향 폭이 가장 큰 학교는 아주대로, 무려 10계단이 추락해 29위에 머물렀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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