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90% 할인…‘블랙프라이데이’를 잡아라

미국 최대 세일 기간, ‘카운트다운’ 세일 들어간 쇼핑몰에 직구족들 몰려


해외 직구족들이 1년 중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대박 할인’ 기간이 있다. 바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 기간이다. 매년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은 미국의 최대 기념일 중 하나인 추수감사절이다. 미국의 기업과 유통 업체들은 바로 이 목요일의 다음 날, 즉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블랙프라이데이라고 부르고 1년 중 최대 규모의 세일을 단행한다. 이날부터 크리스마스 휴가, 길게는 다음해 초까지 세일 기간이 이어지는데, 1년간 적자를 봤던 업체들이 블랙프라이데이를 통해 흑자로 돌아선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적자를 뜻하는 회계장부의 빨간색 표기가 흑자를 뜻하는 검은색으로 바뀐다고 해서 붙은 명칭이다. 한국 시간으로는 11월 29일 오후 5시부터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에 사는 재미 교포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었다. 하지만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부터다. 독점 수입 업체의 가격 횡포 사실이 알려지고 똑같은 물건을 값싸게 살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직구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한경비즈니스와 오픈서베이가 지난 11월 초에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해외 직구족들이 최대 90% 할인을 단행하는 블랙프라이데이를 손꼽아 기다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해외 직구 경험이 있는 20~50대 394명 중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해외 직구 계획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80.2%에 달했다. 구매를 계획하고 있는 항목도 의류(54.6%), 신발(38.3%), 가방(37.8%), 화장품(31.2%), 스마트폰·IT 기기(30.2%) 등으로 다양했다.


11월 마지막 금요일에 시작
세일 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유통 업체의 경쟁은 블랙프라이데이 이전부터 시작될 때가 많다. 아마존 같은 유명 쇼핑몰에선 ‘카운트다운(countdown)’이라는 이름으로 블랙프라이데이 며칠 전부터 사전 세일을 시작하는 게 관례다. 실제로 현재 아마존닷컴에 접속하면 블랙프라이데 카운트다운 딜이 진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블랙프라이데이에 해외 직구를 노린다면 블랙프라이데이 전용 사이트들을 눈여겨보는 게 좋다. 블랙프라이데이닷컴(https://blackfriday.com), 더블랙프라이데이닷컴(www.theblackfriday.com)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사이트에서는 아마존·베스트바이·월마트·토이저러스·메이시스백화점 등 유명 쇼핑몰의 세일 정보만을 모아 놓고 매일 업데이트가 이뤄진다. 쇼핑몰별·상품별·브랜드별로 카테고리가 나뉘어 있어 한눈에 확인하기 좋다.

해외 쇼핑몰을 이용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세계 최대 쇼핑몰인 아마존닷컴은 회원 가입 후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이 국내 쇼핑몰과 거의 비슷하다. 회원 가입도 이름과 e메일 주소,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돼 매우 간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직구를 망설이게 되는 이유는 영어로 된 매뉴얼과 배송·세금(관세) 등이 복잡해 보이기 때문이다. 먼저 직구 초보자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관세를 살펴보자. 미국의 쇼핑몰에서 해외 직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때 물게 되는 관세는 200달러 이하일 때 면제된다고 이해하면 된다. 복잡한 규정과 계산법이 있지만 최종 결제 금액이 200달러를 넘지 않는다면 무관세 혜택이 주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결제 금액이 200달러를 넘어서면 최종 금액에서 20% 이하의 세금이 붙는다. 관세 20%를 적용해 결제해도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싸다면 직구에 나서도 좋다는 뜻이다. 참고로 식료품·화장품·의료기기 등은 100달러 선에서 무관세 혜택이 주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배송 대행 서비스가 일반적
초보자들이 직구를 망설이는 또 다른 이유는 해외 직배송 서비스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 내 쇼핑몰에서 해외 직배송이 가능한 곳이나 품목은 많지 않다. 이럴 때 이용하는 곳이 바로 배송 대행업체다. 미국 쇼핑몰을 이용하려는 한국인이 미국 내에 주소지를 둔 배송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배송 대행업체를 이용하면 직배송 서비스가 가능하지 않은 쇼핑몰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몰테일(post. malltail.com)·위메프박프(box.wema keprice.com), 오마이집(www.ohmyzip. com)·뉴욕걸즈(www.nygirlz.co.kr) 등 믿을 만하고 규모 있는 배송 대행업체가 영업 중이다. 배송 대행업체를 이용하려면 해외 쇼핑몰 사이트에서 구매한 상품의 리스트를 다시 배송 대행업체 사이트에서 작성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직배송이 부족한 현실에선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물건을 받은 후 배송 대행업체 사이트에 들어가 배송비를 결제하면 된다.

참고로 배송 대행업체가 발급하는 미국 내 주소를 보면 CA·NJ·DE·OR 등의 주소가 있는데, 미국은 주마다 붙는 세금이 달라 품목별로 사서함 주소를 잘 활용해야 한다. NJ는 뉴저지를 뜻하며 의류·신발류에 세금이 붙지 않고 배송 속도도 빠르다. CA는 캘리포니아로, 역시 의류와 신발류에 이용하면 된다. 오리건(OR)과 델라웨어(DE)는 어떤 상품에도 세금이 붙지 않지만 배송 속도가 느린 단점이 있다.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해외 직구가 인기를 끌면서 피해 사례 접수도 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1월 17일 블랙프라이데이와 관련한 해외 구매 유의점을 발표했다. 먼저 해외 구매 대행을 통해 제품을 구입할 때는 교환·반품·환불 규정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몇몇 해외 구매 대행 사이트는 해외 배송을 이유로 교환 및 반품·환불이 되지 않는다고 안내하는 곳이 있지만 해외 구매 대행도 똑같이 국내법이 적용되므로 제품을 공급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취소할 수 있다.

해외 직배송은 가급적 믿을 만한 유명 쇼핑몰을 이용하고 의류·신발 및 전자제품 등은 국내에서 통용되는 규격·치수와 다른 규격·치수를 표시하는 곳이 있으므로 규격을 꼼꼼하게 비교하는 게 좋다. 유명 브랜드 제품을 지나치게 싼 가격에 판매하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온라인 쇼핑몰은 이용을 자제해야 한다. 전자제품은 국내에서 사용하는 전압·주파수 등의 규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폰 6를 10만 원에 판매한다는 광고는 미국 통신사에서 2년 약정으로 가입해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무턱대고 싼값에 샀다가는 국내에서 가입하기 어려워 낭패를 볼 수 있다.

배송 대행 과정에서 운송 중 사고로 제품 누락, 분실 또는 파손 등의 분쟁도 빈발하고 있다. 사전에 배송 조건과 보상 내용을 확인하고 이용해야 하는 이유다. 이와 함께 제품 수령 후 박스 포장 상태 등이 불량하다면 모든 개봉 과정을 촬영하는 등 오·배송 또는 파손 등에 따른 분쟁에 대비해야 한다.



돋보기
블랙프라이데이 특수 노리는 국내 오픈 마켓
미국의 빅 세일 기간을 앞두고 G마켓·옥션·11번가 등 국내 온라인 쇼핑들도 대대적인 이벤트를 벌이면 손님 끌어 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옥션은 11월 28일까지 역대 최대 규모인 총 100종, 3만 점의 인기 해외 직구 상품을 최대 70% 할인하는 ‘블랙 에브리데이’ 이벤트를 실시한다. 행사 상품을 구입하는 고객에겐 추가 할인 쿠폰(2만 원 이상 구매 시 2000원, 7만 원 이상 1만 원 할인)도 선착순 10만 명에게 제공한다. G마켓도 11월 28일까지 ‘슈퍼블랙세일’을 진행한다. 패딩 점퍼, 디지털 기기, 장난감 등 인기 해외 직구 상품을 한데 모아 최대 67%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11번가도 ‘해외 쇼핑 블랙프라이데이 기획전’을 연다. 해외 상품을 취급하는 우수 판매자와의 협약을 통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로 저렴해진 해외 상품을 모아 11월 30일까지 판매하는 이벤트로, 명품 의류·잡화·가전제품 등을 특별가에 판매한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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